석파 흥선대원군 에게 주다[與石坡 興宣大院君] [5] |
서릿발이 번쩍번쩍 빛나서 손에 쥐면 차가움을 느낄 만합니다. 꽃 필 때의 한 가지 약속이 차츰 흘러서 이즈음에 이르고 보니, 경치를 대하매 마음이 서글픕니다.
삼가 받들어 살피건대, 이 늦가을철에 존체가 편안하시다니, 우러러 위로가 됩니다. 다만 공사(公私) 간의 일로 마음을 많이 쓰시는 데 대해서는 염려됨을 감당치 못하겠습니다. 척생(戚生)은 노병(老病)이 가을을 당하여 더욱 심해져서 쇠한 기운을 도저히 지탱할 수가 없으니, 초목과 함께 썩어가는 것이 바로 내 분수 안의 일일 뿐입니다.
보여주신 난폭(蘭幅)에 대해서는 이 노부(老夫)도 의당 손을 오므려야 하겠습니다. 압록강 동쪽에서는 이 작품만한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는 내가 좋아하는 이에게 면전(面前)에서 아첨하는 하나의 꾸민 말이 아닙니다. 옛날 이장형(李長蘅)에게 이 법이 있었는데, 지금 다시 그것을 보게 되었으니 어쩌면 그리도 이상하단 말입니까. 합하(閤下)께서도 스스로 이 법이 여기에서 나온 것임을 몰랐으니, 이것이 바로 저절로 법도에 합치되는 묘입니다. 나머지는 벼루가 얼어서 간략히 이만 줄이고 갖추지 않습니다.
[주D-001]이장형(李長蘅) : 명(明) 나라 때의 문인(文人)인 이류방(李流芳)을 이름. 장형은 그의 자이다. 이류방은 특히 시(詩)·서(書)·화(畵)에 모두 뛰어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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