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당김정희 ▒

재종손 태제 에게 주다[與再從孫 台濟][1]

천하한량 2007. 3. 7. 01:02
재종손 태제 에게 주다[與再從孫 台濟][1]

어제의 편지를 받고 매우 위로가 되었다. 밤새에 비바람이 몰아친 것은 바로 겨울철로 전환되는 소식인데, 한결같이 모두 편안하느냐? 제사가 어느덧 지났으니 아마도 감개가 깊겠구나. 나의 상황은 더욱 더 엎드려 움츠리고 있을 뿐이다.
네가 말한 내용을 일일이 다 살펴보았다마는, 내가 너를 곳에 따라 재정(裁定)하는 데 있어 어찌 이 여러 말을 늘어놓기를 기다리겠느냐. 모든 일을 간절히 부탁하는 것은 서로 잘 맞지 않은 데서 나오는 것인데, 오히려 평소의 처사에서 조금만 분의를 다하지 못한 곳이 있어도 마음이 이와 같이 괴롭단 말이냐. 다만 마음에서 일체 놓아버려라. 이는 유독 현재 한 가지 일뿐만이 아니니, 힘쓸지어다.
그리고 중서(仲書)에 이르러서는 곧 자제배(子弟輩)들로서는 깊이 두려워하여 삼갈 바이니, 송구하다는 것만을 우선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매양 보건대, 사람이 평상시에는 꽤나 스스로 잘 단속하지만 일을 당해서는 유종의 미를 잘 거두는 자가 드무니, 큰 일은 분명하게 잘 처리하면서 작은 일은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도 오히려 위아래를 관철하는 수단이 못 되는 것이다. 나머지는 남겨두고 갖추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