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당김정희 ▒

재종손 시제 형제 에게 부치다[寄再從孫 始濟兄弟]

천하한량 2007. 3. 7. 01:01
재종손 시제 형제 에게 부치다[寄再從孫 始濟兄弟]

춘당(椿堂 아버지를 이름)의 복이 무궁하여 회갑이 이제 돌아왔으니, 아마도 한량없이 기뻐하리라. 머리털이 누레지도록 장수하라는 축수도 오직 이날 하루가 가장 중대하고, 백화(白華)의 결백(潔白)함으로 보양하는 것도 오직 이날 하루가 가장 성대한 법이다. 백 년이라 3만 6천일을 어느 날인들 기쁘게 받들어 모시는 낙(樂)이 없으리오마는, 역시 이날 하루만큼 낙 위의 낙을 누리는 날은 없는 것이니, 의당 온 집안이 경사를 함께 즐기고 동지(同志)들이 함께 모여서 송축하여야 한다.
나 같은 사람은 이 회갑을 지내지 않은 것은 아니나, 동서남북으로 흩어지고 낭패하여 다만 서로 헤어지는 원한만 있었을 뿐이니, 어찌 온 집안이 오늘날처럼 완전무결한 때가 있었으리오. 이는 바로 우리 집안에 처음 있는 큰 환희의 경사이니, 어떻게 거양(擧揚)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 다만 내 몸이 상석(觴席)과 멀리 떨어져 있어, 연향(宴饗)의 자리에서 손수 한 잔의 축배를 따를 수가 없구나. 그러나 이는 또한 내 자신이 스스로 막혀 있을 뿐이니, 오늘의 경사에야 무슨 손익(損益)이 있겠느냐. 나머지는 갖추지 않는다.

[주D-001]백화(白華)의 결백(潔白) : 백화는 《시경(詩經)》 소아(小雅)의 편명인데, 지금은 그 뜻만 있고 그 가사(歌辭)는 전하지 않는다. 백화편의 서(序)에 "백화는 효자(孝子)의 결백(潔白)함을 노래하는 것이다."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