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질 상묵 에게 부치다[寄從姪 商黙] |
통곡하고 통곡하노라. 이것이 무슨 일이며 무슨 변이란 말이냐. 상상하건대,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졌으니 부여잡고 통곡하며 가슴을 두드리면서 어떻게 살 수가 있으랴. 우리 선형주(先兄主)의 굉대한 기국과 준정한 풍도는 우리 가문의 대들보이며 후손들의 모범이 되었건마는, 작위는 그 덕(德)에 맞지 못하였고, 연세도 상수(上壽)를 누리지 못하여, 황량한 산의 적막한 속에 몹시도 곤궁하게 지내다가 이 지경에 이르고 말았으니, 이것이 천리(天理)인가, 인위(人爲)인가? 통곡하고 통곡하노라. 다시 또 무슨 말을 하겠느냐.
초종(初終)의 여러 가지 도구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이런 때에 잘 마련하여 유감(遺憾)이 없도록 하였느냐? 네가 우리 집에 들어온 지 겨우 50일 만에 갑자기 이런 흉독한 일을 만남으로써 선업(先業)을 계승하는 도리와 가도(家道)를 지탱하는 계책이 오로지 외로운 네 한 몸에 책임지워졌으니, 이와 같은 정상과 처지는 옛날에도 드물었었다. 그러니 너는 오직 깊이 자신을 위로하면서 선훈(先訓)을 잘 준행하여 선형주(先兄主)가 깊고 어두운 곳에서 돌보아주시는 마음을 우러러 체받는 것을 오늘의 급선무로 삼아야 할 것이요 상효(傷孝)만을 경계로 삼아서는 안 된다.
수씨(嫂氏)의 제절은 어떻게 지탱하시며 너는 또한 그리 아프기에는 이르지 않았느냐? 여러 가지로 슬피 생각하는 사사로운 마음을 잠시도 놓을 수가 없구나. 산사(山事)는 어떻게 정하였으며, 장사할 날짜는 이미 가렸느냐? 아득히 큰 바다 밖에서 아무런 듣고 아는 것이 없어, 북쪽을 바라보고 통곡하면서 다만 금방 죽어서 아무것도 몰라버리고 싶을 뿐이다. 심신(心神)이 워낙 떨려서 억지로 말을 이을 수가 없어 어렵스레 이렇게만 언급하노니, 몸을 십분 보호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아직 법식대로 갖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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