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에 대하여 상고하다[天文攷] |
태양이 하늘과 만났을 때에 5일 9백 사십분일(四十分日)의 2백 35가 많은 것이 기영(氣盈)이고, 달이 태양과 만났을 때에 5일 9백 사십분일의 5백 92가 삭허(朔虛)이다. 가장 바깥쪽에 위치한 십이중천(十二重天)은 지극히 고요하여 움직이지 않고, 그 다음은 종동천(宗動天)인데 남극(南極)·북극(北極)과 적도(赤道)가 서로 나누어지는 곳이다. 그 다음이 남북 세차(南北歲差)이고, 그 다음이 동서 세차(東西歲差)인데 이 두 겹의 하늘은 그 움직임이 매우 미세하므로, 역가(歷家)들이 버려 두고 논하지 않는다. 그 다음이 삼원 이십팔수천(三垣二十八宿天)으로 여기에는 경성(經星)이 다니고, 그 다음은 전성(塡星)이 다니는 곳이며, 그 다음은 세성(歲星)이 다니는 곳이고, 그 다음은 형혹(熒惑)이 다니는 곳이며, 그 다음은 바로 태양이 다니는 황도(黃道)이다. 그 다음은 태백(太白)이 다니는 곳이고, 그 다음은 진성(辰星)이 다니는 곳이며, 가장 안쪽에 위치한 것은 태음(太陰)이 다니는 백도(白道)가 바로 이것이다.
구설(舊說)에 의하면, 여러 하늘이 겹겹으로 싸고 있어 모두가 실체(實體)라고 한다. 그러나 자세히 관측해 보면 화성(火星)은 일륜천(日輪天)을 능난히 뚫고 들어가고, 금성(金星)과 수성(水星)은 또 때로는 태양의 위에 있기도 하고 태양의 아래에 있기도 하니, 가사 본천(本天)이 모두 실체라면 어떻게 이토록 거리낌없이 출입을 할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중수(重數)만으로 해석하는 것이 또 제환(諸圜)으로 해석하는 것만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이미 각각 하나의 환(圜)이 있고 환에는 크고 작은 것이 있어 높고 낮은 위치가 나오게 되니, 이렇게 말하는 것이 또 중수를 잘 말하는 것이라 하겠다.
[주D-001]십이중천(十二重天) :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의 십이중천변증설(十二重天辨證說)에 의하면, 제가(諸家)의 설(說)을 인용하여 변증하였는데, 여기에 제일중(第一重)이 월륜천(月輪天)이고, 제이중이 진성(辰星) 즉 수성천(水星天)이고, 제삼중이 태백(太白) 즉 금성천(金星天)이고, 제사중이 일륜천(日輪天)이고, 제오중이 형혹(熒惑) 즉 화성천(火星天)이고, 제육중이 세성(歲星) 즉 목성천(木星天)이고, 제칠중이 전성(塡星) 즉 토성천(土星天)이고, 제팔중이 삼원 이십팔수천(三垣二十八宿天)이고, 제구중이 동서 세차(東西歲差)이고, 제십중이 남북 세차(南北歲差)이고, 제십일중이 무성 종동천(無星宗動天)이고, 제십이중천은 영원히 고요하여 움직이지 않으며 비할 데 없이 광대한 곳으로 곧 천당(天堂)을 가리킨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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