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당김정희 ▒

주역 우씨의에 대하여 상고하다[周易虞義攷]

천하한량 2007. 3. 7. 00:12
주역 우씨의에 대하여 상고하다[周易虞義攷]

《주역》의 단(彖)·상(象) 및 대상(大象)에서는 오직 본괘(本卦)의 건장하고[健]·순하고[順]·움직이고[動]·엎드리고[巽]·험난하고[險]·밝고[明]·그치고[止]·기뻐함[說]에 관한 덕(德)과 천(天)·지(地)·뇌[雷]·풍(風)·수(水)·화(火)·산(山)·택(澤)의 상(象)에서 뜻을 취하였으므로 각각 본괘와 같지 않은 것이 없어서 의리가 지극히 분명하다. 그런데 우씨(虞氏)는 괘(卦)의 방통(旁通)으로 해석을 하여 비록 마음을 다해서 미봉해 놓았으나, 경(經)의 원의에 기필코 충분히 통하지는 못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이괘(履卦 :

)의 단사(彖辭)에 "이는 유한 것이 강한 것에 깔린 것이다.[履柔履剛" 한 데에 대하여 우씨는 말하기를 "곤(坤)은 유하고 건(乾)은 강하여 겸괘(謙卦 :

)의 곤이 건에 깔린 것이기 때문에 '유한 것이 강한 것에 깔린 것이다'고 한 것이다." 하였고, 또 단사의 "제위(帝位)에 올라서 병되지 않다.[履帝位而不疚]" 한 데에 대하여 우씨는 말하기를 "겸괘의 진(震 :

)은 제(帝)가 되고 감(坎 :

)은 질병(疾病)이 되어 오(五)는 제위에 오르고 감의 형상은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제위에 올라서 병되지 않는다'고 한 것이다." 하였으니, 이는 곧 이괘와 겸괘가 서로 통하고 겸괘의 상체(上體)에 곤(坤)이 있어 호체(互體)로 볼 때 진(震)과 감(坎)이 있다는 것을 이른 말이다. 그러나 경(經)에서 "기뻐하여 건을 순응한다.[說而應乎乾]"고 한 것은 바로 아래는 태(兌 :

)이고 위는 건(乾 :

)이기 때문에 한 말이다. 그런데 만일 아래는 간(艮 :

)이고 위는 곤(坤 :

)으로 된 겸괘에서 뜻을 취한다면 이는 곧 막혀서 곤을 순응하는 것[止而應乎坤]이니, 어찌 기뻐하여 건을 순응한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예괘(豫卦 :

)의 단사에 "예가 순하고서 움직이기 때문에 천지도 그와 같이 순해진다.[豫順而動 故天地如之]" 한 데에 대하여 우씨는 말하기를 "소축괘(小畜卦 :

)의 건(乾)을 하늘로 삼고 곤(坤)을 땅으로 삼은 것이다. 그와 같다[如之]는 것은 천지가 또한 움직여서 사시(四時)를 이루는 것을 이른 말이다." 하였고, 또 단사의 "천지가 순하여 움직이기 때문에 해와 달이 궤도를 벗어나지 않고 사시가 어긋나지 않는다.[天地以順動 故日月不過而四時不忒]" 한 데에 대하여 우씨는 말하기를 "예는 소축괘와 곤위지(坤爲地)를 변통하여 초효(初爻)가 동(動)해서 삼효(三爻)에 이르러 건(乾)을 이루기 때문에 천지가 순하여 움직이는 것이고, 초효가 변(變)하여 오효(五爻)에 이르러서 이(離 :

)는 해가 되고 감(坎 :

)은 달이 되어서 모두 그 바름을 얻기 때문에 해와 달이 궤도를 벗어나지 않는 것이요, 초효가 동할 때에 진(震)은 봄이 되고 사효(四爻)에 이르러 태(兌)는 가을이 되고 오효(五爻)에 이르러 이(離)는 여름이 되고 감(坎)은 겨울이 되어 사시의 위치가 바르기 때문에 사시가 어긋나지 않는 것이다." 하였다.
또 단사의 "성인이 순하여 움직이므로 형벌이 맑아서 백성이 복종한다.[聖人以順動 則刑罰淸而民服]" 한 데에 대하여 우씨는 말하기를 "초효가 동해서 사효에 이르러 태(兌)가 형(刑)이 되고 감(坎)이 벌(罰)이 되어 감과 태의 체(體)가 바르기 때문에 형벌이 맑아지는 것이요, 곤(坤)은 백성이 되고, 건(乾)은 맑음이 되어 건을 곤에 태웠기 때문에 백성이 복종하는 것이다." 하였으니, 이는 바로 예괘가 소축괘와 통하고 소축괘의 하체(下體)에 건(乾)이 있어 호체(互體)로 볼 때 이(離)와 태(兌)가 있다는 것을 이른 말이다. 그러나 경(經)에서 "순하여 움직이는 것이 예이다.[順而動豫]" 한 것은 아래는 곤(坤)이고 위는 진(震)이기 때문에 한 말이다. 그런데 만일 아래는 건(乾)이고 위는 손(巽)인 소축괘에서 뜻을 취한다면 이는 건장하면서 겸손한 것[健而巽]이니, 어찌 순하여 움직이는 것[順而動]이겠는가.
이괘(離卦 :

)의 단사에 "해와 달이 하늘에 걸리며 백곡과 초목이 흙에 부쳤다.[日月麗乎天 百穀草木麗乎土]" 한 데에 대하여 우씨는 말하기를 "건오(乾五)의 곤(坤)이 감은 달이 되고 이는 해가 됨[坎爲月離爲日]을 이루므로, 해와 달이 하늘에 걸린 것이다. 진(震)은 백곡(百穀)이 되고 손(巽)은 초목(草木)이 되는데, 건이오(乾二五)의 곤(坤)이 감진(坎震)으로 체(體)가 된 둔괘(屯卦 :

)를 이루니, 둔이란 가득찬 것이요, 천지 사이에 가득찬 것은 오직 만물(萬物)이며, 만물은 진(震)에서 나오기 때문에 백곡과 초목이 흙에 부친 것이다." 하였으니, 이는 곧 이괘가 감괘와 통하고 감괘의 이효에서 사효까지가 호체로 진(震)을 이룬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經)에서 "중명으로써 바름에 부쳤다.[重明以麗乎正]" 하였고 또 "유한 것이 중정에 부쳤다.[柔麗乎中正]" 하였으니, 이는 상하(上下)가 다 이(離)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일 상하가 다 감(坎)인 습감(習坎 :

)에서 뜻을 취한다면 이는 거듭 험난하여 강중한 것[重險而剛中]이니, 어찌 명(明)과 유(柔)를 말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혁괘(革卦 :

)의 단사에 "천지가 변혁하여 사시가 이루어진다.[天地革而四時成]" 한 데에 대하여 우씨는 말하기를 "오효(五爻)의 위치가 건위천(乾爲天)을 이루고 몽괘(蒙卦 :

)에는 곤위지(坤爲地)가 되는데, 진(震)은 봄이고 태(兌)는 가을로 사방의 정위(正位)이고, 감(坎)은 겨울이고, 이(離)는 여름이어서 사시가 갖추어지며 곤(坤)이 변해서 건(乾)이 되었으므로 천지가 변혁하여 사시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하였으니, 이는 곧 혁괘가 몽괘와 서로 통하므로 몽괘 곤위지의 이효(二爻)에서 사효(四爻)까지가 호체로 진(震)을 이룬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經)에서 "문명하여 기뻐한다.[文明以說]" 한 것은 바로 아래는 이(離)이고 위는 태(兌)임을 이른 말이다. 그런데 만일 아래는 감(坎)이고 위는 간(艮)인 몽괘에서 뜻을 취한다면 이는 험난하여 막히는 것[險而止]이니, 어찌 문명하여 기뻐한다고 할 수 있겠는가.
곤괘(坤卦 :

)의 상사(象辭)에 "땅의 형세가 곤이니 군자가 이를 본받아 후한 덕으로 물건을 싣는다.[地勢坤 君子以 厚德載物]" 한 데에 대하여 우씨는 말하기를 "군자는 덕스러운 건양(乾陽)이 동하여 곤(坤)의 아래에 있는 것을 이름이니, 군자의 덕은 수레[車]와 같기 때문에 후한 덕으로 물건을 싣는 것이다." 하였으니, 이는 곧 곤괘가 건괘와 통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經)에서 땅의 형세[地勢]만 말하였고 하늘의 운행[天行]은 말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그것을 건괘로 해석할 수 있겠는가.
소축괘(小畜卦 :

)의 상사에 "바람이 천상에 행해지는 것이 소축이니 군자가 이를 본받아 문덕을 아름답게 한다.[風行天上小蓄 君子以 懿文德]" 한 데에 대하여 우씨는 말하기를 "예괘(豫卦)의 곤(坤)과 통하여 건(乾)과 이(離)가 곤에 비추기 때문에 문덕을 아름답게 하는 것이다." 하였으니, 이는 곧 소축괘가 예괘와 통하기 때문에 한 말이다. 그러나 경(經)에서 "바람이 천상에 행해진다."고만 하였고, “우레가 땅에서 나와 소리를 떨친다.[雷出地奮]"고 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예괘로 해석할 수 있겠는가.
이이이이이이이이괘(履卦)의 상사에 "위는 하늘이고 아래는 못이 이니, 군자가 이를 본받아 상하를 변별하여 백성의 뜻을 전한다.[上天下澤履 君子以 辦上下 定民志]" 한 데에 대하여 우씨는 말하기를 "겸괘(謙卦)의 곤(坤)이 백성이 되고 감(坎)이 뜻이 되는데, ―겸괘의 이효에서 사효까지가 감(坎)을 이룬다.― 겸(謙)할 때에는 곤(坤)이 건(乾)의 위에 있다가 변하여 이(履)가 되기 때문에 상하를 변별하고 백성의 뜻을 정하는 것이다." 하였으니, 이는 곧 이괘가 겸괘와 통하는 것을 이른 말이다. 그러나 경(經)에서 "위는 하늘이고 아래는 못이다."고만 하였고, “지중에 산이 있다.[地中有山]" 고 말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겸괘로 해석할 수 있겠는가.

[주C-001]우씨의 : 우씨(虞氏)는 삼국(三國) 시대 오(吳) 나라의 경학자인 우번(虞翻)을 이르는데, 그는 특히 《주역》에 정통하여 저서에 《주역우씨의(周易虞氏義)》가 있다.
[주D-001]대상(大象) : 《주역》에서 한 괘(卦)의 총상(總象)을 설명한 것으로, 예를 들면 건괘(乾卦)에서 "하늘의 운행이 건(健)이니, 군자가 이를 본받아 스스로 힘써 쉬지 않는다.[天行健 君子以自彊不息]" 한 것을 가리킨다.
[주D-002]방통(旁通) : 《주역(周易)》 건괘(乾卦) 문언(文言)에 "육효의 발휘는 정을 널리 통하는 것이다.[六爻發揮 旁通情也]" 한 데서 온 말인데, 《주자본의(朱子本義)》에는 이를 곡진(曲盡)과 같은 뜻이라 하였고, 《주역우씨의(周易虞氏義)》에는 "전괘를 상대적으로 바꾸는 것을 방통이라 한다.[全卦對易 謂之旁通]" 하였다.
[주D-003]호체(互體)로……것 : 호체는 곧 호괘(互卦)와 같은 뜻으로 상하(上下) 이괘(二卦)에서 이효(二爻)부터 사효(四爻)까지를 한 괘로 하고 삼효부터 오효까지를 한 괘로 하는 것인데, 예를 들면 겸괘(謙卦 :

)에서 이효부터 사효까지를 취하여 감(坎 :

)을 얻고, 삼효부터 오효까지를 취하여 진(震 :

)을 얻는 것을 이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