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과 달이 서로 가리는 데에 대하여 상고하다[日月交食攷] |
태양과 달이 지구의 한중심과 마주하는 선(線)에 있을 때가 실회(實會)이고 보면, 태양과 달이 사람의 눈과 마주하는 선에 있을 때는 실회가 될 수 없고 다만 사회(似會)가 될 뿐이다.
○ 합삭(合朔)을 실회로 논하고 교식(交食)을 사회로 논하는데, 실회와 사회의 선이 태양과 달의 본천(本天)에는 도분(度分)이 없으므로 오로지 종동천(宗動天) 위의 황도환(黃道圜) 십이궁(十二宮)의 도분에 의거하여 보면 반드시 회선(會線)이 황도에 이르는 곳을 자세히 논할 수 있다. 여기에서 실회선(實會線)이 이르는 곳을 실처(實處)라 하고 사회선(似會線)이 이르는 곳을 사처(似處)라 한다.
○ 태양과 달의 사회(似會) 때에 그 거리도[距度]가 태양과 달의 반경(半徑)에 비해 혹 더 크거나 같을 경우에는 반드시 식(食)이 없고, 더 작으면 반드시 식이 있으며, 더욱 작으면 식도 더욱 크게 된다. 그것을 고찰할 것이 용두(龍頭)와 용미(龍尾)에 있다. 만일 용미에 딱 당했거나 혹은 용미와 거리가 그리 멀지 않으면 의당 그 식(食)의 여부를 관측해야 하겠거니와, 만일 용두·용미와 서로 멀어서 달의 사회의 거리도가 34분을 넘었을 경우에는 식이 없는 것이니, 굳이 관측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월식(月食)은 보름날에 구하되, 달의 거리도가 만일 달의 반경(半徑)이나 지구의 반영(半影)보다 작은 경우에는 반드시 식이 있는데, 그 식하는 곳은 정히 용두·용미의 양쪽 곁 십삼도(十三度) 삼분도(三分度)의 일(一)에 있다. 여기를 지나면 달의 행도(行度)가 서로 관섭되지 않아 서로 가리지 않게 된다.
○ 용두·용미란 것은 바로 일전(日躔 태양이 다니는 궤도)의 양쪽 경계로서 월식이 경유하는 곳이다. 옛 사람들이 일식·월식을 관측하는 데는 반드시 궤도의 두 곳에 있었는데, 달이 여기에서 더욱 멀어지면 거리도가 더욱 넓어진다. 그런데 넓어지는 것이 거둠[收]을 상징한 것이고 보면 그 일어나는 곳과 그치는 곳은 바로 두(頭)와 미(尾)를 상징한 것이다. 십이궁(十二宮)은 우선(右旋)하여 머리에서부터 꼬리에 이르면 다시 좌선(左旋)을 하는데, 이 머리와 꼬리 두 곳은 이궁(二宮)에 정해진 것이 아니다. 다만 환(圜)을 많이 거론하자면 너무 번다하고 뒤섞이는 혐의가 있기 때문에 용(龍)의 두미(頭尾)만을 취하여 대략 고증하는 바이다.
○ 매양 월식 때의 세 가지 체[三體]는 반드시 일직선에 있다.
거리도의 넓고 좁음이 실로 월식의 크고 작음과 더디고 빠름의 분수가 된다. 그러므로 보름달의 경우는 관찰하기에 지구 그림자가 두꺼운 곳으로 나아가면 그 식(食)이 더디고, 지구 그림자가 얕은 곳으로 나아가면 그 식이 빠르게 된다. 그리고 초하루의 달은 관찰하기에 사회처(似會處)에서 태양 궤도로 약간 치우치거나 혹은 사회처에서 태양 궤도로 크게 치우치기도 하는데, 그 까닭은 모두가 달이 용의 두미와 나날이 멀어지는 데서 말미암은 것이다. 그리고 보름달이 용두·용미의 똑바른 궤도에 있을 경우에는 월식이 매우 크고 깊으며, 만일 약간 한쪽으로 치우쳐서 궤도 그림자의 반경(半徑) 및 월체(月體)의 반경과 같은 위치에 있을 경우에는 비록 전식(全食)이 되었더라도 곧 회복된다. 여기서 만일 궤도 그림자와 또 멀어지면 전식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태양의 경우는 비록 전식을 하더라도 또한 그대로 있지 못한다. 월경(月徑)의 사처(似處)는 협소하여 일체(日體)를 겨우 가릴 수 있는 정도여서 잠깐 동안에 지나가 버리기 때문에 다만 완전히 가릴 수는 있으나 오래 가리지는 못한다.
지금 만일 식분(食分)의 크기가 얼마나 되는가를 알려고 한다면 반드시 그 분수(分數)를 얼마로 정해야 한다. 대체로 서양(西洋)에서는 태양과 달의 본체(本體)를 가지고 이를 십이등분(十二等分)하여 이를 다시 분촌(分寸)으로 옮긴 다음 달이 경유하는 것을 헤아려서, 일식이나 월식 때에 십이분 이상을 식(食)했을 경우에는 이것을 매우 완전하고 매우 큰 식이라고 이른다. 그러나 다만 착오 없이 정밀하게 살피려면, 월식의 경우는 어느 시각에 식하여 달의 궤도가 태양의 궤도와의 거리가 얼마나 되는가를 구명해야 하고, 일식의 경우는 어느 시각에 식하여 달의 사처(似處)가 실회(實會)와의 거리가 얼마나 되는가를 구명해야 한다.
○ 문(問) : 일식의 경우, 혹은 전식(全食)을 하되 많은 시각을 지체하지 않고도 많은 곳을 먹어 들어가는 경우가 있고, 혹은 전식을 하되 많은 시각을 지체하면서도 많은 칫수를 먹어들지 않은 경우가 있으니 그 까닭이 무엇인가?
답 : 천문가(天文家)들이 바로 여기에 의거하여 태양의 심환(心圜)이 같지 않을 때가 있음을 징험한다.
[주D-001]합삭(合朔) : 태양과 달이 서로 만나는 때를 이르는데, 즉 음력 매월 초하루의 전후로 일어나는 현상이다.
[주D-002]십이궁(十二宮) : 황도(黃道)의 둘레를 십이부분(十二部分)으로 나눈 성기궁(星紀宮)·원효궁(元枵宮)·추자궁(娵訾宮)·강루궁(降婁宮)·대량궁(大梁宮)·실침궁(實沈宮)·순수궁(鶉首宮)·순화궁(鶉火宮)·순미궁(鶉尾宮)·수성궁(壽星宮)·대화궁(大火宮)·석목궁(析木宮)을 병칭한 말이다.
[주D-002]십이궁(十二宮) : 황도(黃道)의 둘레를 십이부분(十二部分)으로 나눈 성기궁(星紀宮)·원효궁(元枵宮)·추자궁(娵訾宮)·강루궁(降婁宮)·대량궁(大梁宮)·실침궁(實沈宮)·순수궁(鶉首宮)·순화궁(鶉火宮)·순미궁(鶉尾宮)·수성궁(壽星宮)·대화궁(大火宮)·석목궁(析木宮)을 병칭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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