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곡(李穀)의 기(記)에,
“섬이 해안에서 10리쯤 떨어져 있다. 서남 모퉁이로부터 들어가 물가에 흰모래가 흰 비단 같고 그 아래에 평지가 5ㆍ6묘(畝) 가량 된다. 그 모양이 마치 반쪽의 담벽같이 되어 있고, 가운데에 집터가 있는데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중이 살던 곳이라 한다. 그 위엔 산이 고리같이 둘러 있는데 산세가 그다지 높지 않고 덩굴진 풀들이 덮여 있고 또 수목도 없어서 보기에는 한 흙언덕에 불과하다. 배를 타고 조금 서쪽으로 가면 높고 낮은 언덕들이 점점 그 모습을 달리하고 있다. 그 높은 언덕의 돌들은 모두 직방(直方)형으로 되어 즐비하게 벽같이 서 있고, 그 낮은 언덕의 돌들은 모두 평평하게 원형으로 늘어서 있고 한 돌 위에 한 사람이 앉을 만한 정도의 것들이다. 그러나 가지런하게 있는 것이 아니다. 수백 보를 더 가면 그 벼랑의 높이가 수백 척 가량 되고, 그 돌이 백색으로 방직(方直)과 장단(長短)이 한결같이 같으며, 한 개마다 그 정상(頂上)에 조그마한 돌을 이고 있는 것이 마치 화표주(華表柱)의 머리같이 되어 있어 낯을 들고 보면 두렵고 놀랄 만한 것이 있다. 한 개의 조그마한 굴이 있어 배를 저어 들어가니 점점 좁아져서 배를 드릴 수 없게 되고 그 굴속을 바라보니 깊이를 헤아릴 수가 없고 그 좌우에 얽혀 선 돌들이 겉면에 비하여 한결 가지런하게 있었으며, 그 뒤 돌의 각부(脚部)가 늘어진 것도 모두 펀펀하고 반듯하여 바둑판처럼 되어 있는데 하나하나가 톱으로 끊은 것 같았다. 이것으로 본다면 다만 겉면만 이 같은 것이 아니고 온 섬이 곧 한 묶음의 방석(方石)의 줄기로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굴속의 날카로운 암석들이 사람으로 하여금 공포를 느끼게 하여 오래 머무를 수가 없다. 배를 돌려 북으로 가니 또 한 면이 병풍을 둘러친 것같이 되어 있는 것이 있어, 배를 버리고 내려가 배회하며 잡고 올라보니 대개 돌과 굴이 서로 다름이 없고 그 절벽이 그다지 높지 않고 그 아래가 약간 평탄한 데다가 그 둥근 돌들이 배열되어 있는 것이 약 1천 명의 인원이 앉을 만한 것이어서 유람객들이 반드시 이곳에서 휴식을 한다는 것이다. 사람이 머물러 술 마시고 있었는데 바람이 일지나 않을까 염려도 되고 또 화식(火食)하는 속인들의 머무를 곳이 아니어서 절벽을 끼고 동남쪽으로 또 수백 보를 가면 절벽의 돌이 약간 달라지고 바야흐로 철망(鐵網)을 이루어 물을 담고 이에 깎이어 조금 둥글게 되었는데, 돌의 길이가 5ㆍ60척(尺)으로 한 가닥이 다른 한 가닥과 같아서 한 면이 모두 이와 같으니 사람들이 이를 철망석(鐵網石)이라 이른다. 이것이 국도의 대개이다.”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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