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연명시집 ▒

自祭文 <내 제문을 쓰다>

천하한량 2007. 2. 24. 20:50

陶淵明

 

 

自祭文 <내 제문을 쓰다>


 
歲惟丁卯  세유정묘 
정묘년
律中無射 
율중무사  음력 구월
天寒夜長 
천한야장  날씨는 차고 어둡고 긴~
風氣蕭索 
풍기소삭  쓸쓸하고 스산한 바람만 불어온다
鴻雁于往 
홍안우왕  기러기는 어디로 날아가는가
草木黃落 
초목황락  나뭇잎은 누렇게 시들어 말라 떨어지네
陶子將辭 
도자장사  나는 지금
逆旅之館 
역려지관  나그네길 잠시 머물던 곳을 떠나서
永歸於本宅 
영귀어본택  영원히 본래의 집으로 돌아가려 한다
故人悽其相悲 
고인처기상비  나와 정든 사람들은 애절하게 슬퍼하며
同祖行於今夕 
동조행어금석  마지막 떠나는 나를 위해 제사 지내는 구나
羞以嘉蔬 
수이가소  젯상에 많은 음식을 차려 놓고
薦以淸酌 
천이청작  맑은 술을 따라 올리지만
候顔已冥 
후안이명  그러나 나는 이미 죽은 몸
聆音愈漠 
영음유막  말 하려 해도 가슴만 답답할 뿐
嗚呼哀哉 
오호애재  ! 슬프구나
茫茫大塊 
망망대괴  넓고 넓은 대지와
悠悠高旻 
유유고민  끝없이 높은 하늘
是生萬物 
시생만물  하늘과 땅이 만물을 낳았거늘
余得爲人 
여득위인  만물 중에도 사람으로 태어나
自余爲人 
자여위인  살아오는 동안
逢運之貧 
봉운지빈  가난한 운수에 매여서
簞瓢屢경 
단표누경  한 그릇의 밥이나 국물도 배불리 못 먹고
치격冬陳 
치격동진  갈 옷을 걸치고 추위를 지냈으며
含歡谷汲 
함환곡급  계곡 흐르는 물 마시며 즐거웠고
行歌負薪 
행가부신  나뭇짐을 지고 내리며 노래했네
예예柴門 
예예시문  늘 사립문을 닫고 살아서
事我宵晨 
사아소신  밤 낯으로 소요하네
春秋代謝 
춘추대사  계절이 바뀌는 줄도 모르고
有務中園 
유무중원  부지런히 들에 나가 일했네
載耘載자 
재운재자  철 따라 김 매고 북 돋우며
내育내繁 
내육내번  키우고 늘려나갔네
欣以素牘 
흔이소독  때로는 기쁜 마음으로 글 읽고
和以七絃 
화이칠현  한가하면 거문고를 타며 즐겼네
冬曝其日 
동포기일  겨울에는 따스한 햇살을 쬐고
夏濯其泉 
하탁기천  여름에는 흐르는 물에 몸을 씻네
勤靡餘勞 
근미여로  죽도록 일 해도
心有常閒 
심유상한  마음은 늘 한가로워
樂天委分 
낙천위분  즐거운 마음으로 분수에 맞게
以至百年 
이지백년  어려워도 평생을 살았네
惟此百年 
유차백년  백년도 못 되는 세월을 사는
夫人愛之 
부인애지  사람들은 애지중지하며
懼彼無成 
구피무성  재산 없음을 걱정하고
게日惜時 
게일석시  하루라도 더 살려고 몸부림 치네
存爲世珍 
존위세진  살아서는 부귀영화 누리기를 바라고
沒亦見思 
몰역견사  죽어서도 오래 기억되길 바라네
嗟我獨邁 
차아독매  하지만 나는 홀로 고독하게
曾是異자 
증시이자  오래 전부터 그들과는 다르게 살았네
寵非己榮 
총비기영  총애를 영광으로 여기지 않았고
涅豈吾緇 
날기오치  속세의 진흙에 물들지 않았네
졸兀窮廬 
졸올궁려  나를 바로잡고 허름한 초가에서
감飮賦詩 
감음부시  술을 즐기고 시를 지었네
識運知命 
식운지명  내 운명을 스스로 알고 있으니
余今斯化 
여금사화  내 운명을 따라야지
可以無恨 
가이무한  이제 더 이상 아무런 여한이 없으니
壽涉百齡 
수섭백령  백살 가까이 살만큼 살았네
身慕肥遁 
신모비돈  유연한 은둔을 좋아하여
從老得終 
종로득종  살만큼 살고 늙어서 죽으니
奚所復慕 
해부소연  바랄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
寒署逾邁 
한서유매  추위와 더위 지나고
亡旣異存 
망기이존  죽음은 삶과 다르네
外姻晨來 
외인신래  먼 친척들은 새벽에 오고
良友宵奔 
양우소분  친한 친구들은 밤에 달려와서
葬之中野 
장지중야  들판 가운데 무듬을 만들어
以安其魂 
이안기혼  넋을 편안하게 위로해 주네
요요我行 
요요아행  깊고도 먼 저승길
蕭蕭墓門 
소소묘문  무덤 속은 너무도 적막하고 쓸쓸하다
奢恥宋臣 
사치송신  송신 한퇴 같이 호화롭게도 하지말고
儉笑王孫 
검소왕손  한나라 왕양손 같이 너무 검소함은 웃음꺼리
廓兮已滅 
곽혜이멸  텅 빈 묘지에서 사라질 것이니
慨焉已遐 
개언이하  흑으로 돌아간 나는 결국 흙과 같이
不封不樹 
불봉불수  내 무덤엔 봉분도 나무도 없이
日月遂過 
일월수과  세월 속에서 자연에 묻이 리라
匪貴前譽 
비귀전예  살아서도 명리를 귀히 여기지 않았거늘
孰重後歌 
숙중후가  죽은 후에 누가 칭송하며 기억하리
人生寔難 
인생식난  어려운 삶을 살았다
死如之何 
사여지하  하지만, 사후의 세계는 또한 어떨런지
嗚呼哀哉 
오호애재  ! 서글프고 애통하다 !
 

■ 註釋--------------------------------------------------


自祭文/ 도연명이 죽기전에 스스로 지은 제문이다. 아마 마지막 작품일 것이며, 문짐에도 최후의 작품으로 수록되어 있다. 歲惟丁卯/ 때는 정묘년이다. 惟는 어조사다. 丁卯는 도연명이 63세로 세상을 뜨든 해다. 東晋을 찬탈한 劉裕가 죽고, 그의 아들 劉義榮이 宋 文帝로 행세한 元嘉 4년이 된다. 律中無射/ 옛날에는 樂律을 陽과 陰으로 나누워 陽에 속하는 것을 律 陰에 속하는 것을 呂라 했다. 陶子/ 자신을 지칭하는 말이다. 樂天委分/ 천도를 즐기고 자기 분수에 몸을 맏긴다. 無爲自然에 살았다. 인간적인 奸狡한 꾀를 부리지 않고, 素朴眞實하게 살았다. 안분지족 또는 安貧樂道 했다는 뜻.
 

■ 解說---------------------------------------------------
 

도연명은 자신의 임종에 임박하여 스스로 제문을 지은 글이다. 다가올 자신의 죽음을 미리 예감하고 글을 짓는다는 것은 일상의 범인과 다를 바 없으나 이 글의 내용을 보면 참으로 인간적인 일상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죽음을 본연의 집으로 돌아 간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사후의 미래에 두려움을 가지는 한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 주는 글이다. 힘들게 살아온 삶이 였으나, 사후에 대한 공포는 차마 떨쳐 버리지 못한 한 범부의 모습이 숙연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