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시모음집 ▒

貧女吟 빈녀음 가난한 여인 (허난설헌 1563~1589)

천하한량 2007. 2. 21. 20:45
貧女吟  빈녀음   가난한 여인

 

     許蘭雪軒   허난설헌 1563~1589

 

 

     豈是乏容色   개시핍용색   이 얼굴 박색은 아닌 듯 하고

     工鍼復工織   공침부공직   바느질 길 쌈 베도 솜씨 있건만

     少小長寒門   소소장한문   가난한 집 태어나 자란 탓으로

     良媒不相識   양매부상식   媒婆도 발끊고 몰라라 하네

 

     不帶寒饑色   부대한기색   추위에 주려도 내색치 않고

     盡日當窓織   진일당창직   진종일 창가에서 베를 짜나니

     惟有父母憐   유유부모연   부모님 안쓰럽다 여기시지만

     四隣何曾識   사린하증식   이웃이야 이내심사 어이 아리요

 

     夜久織未休   야구직미휴   밤 깊어도 베틀에 쉬지도 않고

     軋軋鳴寒機   알알명한기   찰칵찰칵 차가운 베틀소리에

     機中一匹練   기중일필연   짜여 가는 이 한 필의 고운 비단

     終作阿誰衣   종작아수의   필경 어느 규수 옷이 되려나

 

     手把金剪刀   수파금전도   가위 잡고 삭독삭독 옷 마를 제면

     夜寒十指直   야한십지직   밤도 차라 열 손끝이 곱아드는데

     爲人作嫁衣   위인작가의   시집갈 옷 삵 바느질 쉴 새 없건만

     年年還獨宿   연연환독숙   해마다 독수공방 면할 길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