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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전(表箋) 청승습표(請承襲表) -이색(李穡) -

천하한량 2007. 2. 14. 18:54

표전(表箋)
 
 
청승습표(請承襲表)

 


 이색(李穡)

하늘이 위에서 굽어보사 널리 만물을 살리는 인(仁)을 베푸시옵기로 하정(下情)이 가슴속에 감동되옵니다. 분모(分茅)의 명(命)을 바라오며, 오늘의 부르심을 당하니, 더욱 송구한 마음 간절하옵니다. 엎드려 생각하옵건대, 신 모(某)는 어렸을 적부터, 비색한 운수를 만나, 서성대며 자기 그림자를 대할 적마다 우애하는 형과 공순하는 아우가 없음이 한스러웠고, 조심하는 마음을 지녀 아비가 시작하면 거의 자식이 계승하는 전통을 무너뜨림이 없게 하려 하옵니다. 그러므로 두 번이나 습작(襲爵)의 청을 아뢰어 향화(嚮化)의 정성을 바쳤사옵니다. 처음부터 이제까지 더욱 부지런하고 게으름이 없는데, 세월은 이미 7년이 지났으나, 사신은 한 사람도 온 이가 없었사옵니다. 우러러 바람은 한이 없어, 표로써 아뢰오며, 간원하는 이 심정은 신령이 다 짐작하옵니다. 엎드려 바라옵건대, 황제폐하는 선신(先臣)의 귀부(歸附)하신 처음 일을 기억하시고 소국의 위의(危疑)에 싸인 오늘의 입장을 민망히 여기시와 지난 것을 책하지 마시고 스스로 새롭게 할 것을 허하시고, 특히 윤음(綸音)을 내리시와 기구(箕?) 의 업을 지키게 하여 주시옵소서. 신은 삼가 덕으로써 배가 불렀사오니 청사(靑社)의 군생(群生)을 보호하고 잘 끝마치기를 생각하여 화봉(華封)의 축수(祝壽)를 올리옵니다.


[주D-001]분모(分茅) : 잔디와 흙을 나누어 준다는 말이다. 옛날 천자(天子)가 제후를 봉할 적에 모토(茅土)를 나누어 주어 땅을 봉하는 것을 표시하였다.
[주D-002]기구(箕?) : 세업(世業)을 계승한다는 뜻이다. 활을 잘 만드는 사람의 아들은 키[箕]를 잘 만들게 되고, 야장(冶匠)의 아들은 갖옷을 잘 만든다는 말에서 나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