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전(表箋)
청자제입학표(請子弟入學表)
이색(李穡)
타고난 이성(彛性)이 덕을 좋아함은 고금(古今)이나 지우(智愚)가 다름이 없고, 야만이 문명으로 변함은 예악(禮樂)과 시서(詩書)를 습득함에 있나니, 진실로 누속(陋俗)으로 인하여 과매(寡昧)하게 될진대, 어찌 학업을 닦아 제때에 미치도록 하는 것만 같으오리까. 그러므로 우리 동방은, 비로소 한(漢)나라에 복종하매, 자제를 보내어 고협(??)으로 입학하였고, 당(唐)ㆍ송(宋)에 내려와서는 연서(聯書)를 하여 족히 상고할 수 있사오니, 어찌 한갓 중국을 존숭하는 마음만이었겠사옵니까. 또한 족히 태평을 아름답게꾸미는[賁飾] 기구(器具)가 되는 것입니다. 공경히 생각하옵건대, 신무(神武)로 천하를 안정하시고 문덕(文德)으로 먼 사람을 오게 하시며, 경사(經史)를 반포하시와 학의 규정은 여기에 나타났고, 법복(法服)과 아악(雅樂)을 주시와 제사하는 일도 한결같이 새롭게 되었사온데 오직 습속이 경박함으로 인하여, 깊이 유풍(儒風)의 황폐함을 염려하옵니다. 부화(浮華)한 문장의 말기(末技)도 그 능한 자를 보기 드문데, 성현의 의리의 종지(宗旨)를 바르게 알 자가 뉘 있겠습니까. 마땅히 노(魯)나라를 변할 것을 기하고자 할진대, 반드시 먼저 주(周)나라를 보아야 하옵니다. 엎드려 바라옵건대, 신의 향화(響化 덕화에 추향한다는 말임)하는 정성을 어여삐 여기시고, 신의 사랑을 아름답게 만들려는 뜻을 양찰하시와, 특히 명조(明詔)를 내리시고 빛나게 유음(兪音)을 내시와 호향(互鄕)의 동자(童子)들로 하여금, 우상(虞庠 학교)의 주자(?子)와 함께 배우게 하여 주시오면 신은 삼가 성교(聖敎)를 받들어 길이 기자(箕子)의 봉역(封域)을 편안히 하고, 충성을 다하여 더욱 화봉인(華封人 요임금이 화봉을 시찰할 때 화봉 사람이 요를 위하여 수(壽)ㆍ부(富)ㆍ다남(多男)을 빌었다) 의 축수를 올리겠사옵니다.
[주D-001]고협(??) : 북을 쳐서 선비를 모으고 책상자를 끌러서 책을 펴놓게 하는 것이다. 《예기》〈학기(學記)〉에, “학궁에 들어와 고협(??)을 한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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