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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전(表箋) 우(又) -이색(李穡) -

천하한량 2007. 2. 14. 18:50

표전(表箋)
 
 
우(又)

 

 


 이색(李穡)

신은 아룁니다. 7월 14일에 배신 강인유(姜仁裕) 등이 돌아와서 선유하신 성지(聖旨)를 받은 바, 성은(聖恩)이 망극하여 선박 엎어진 일에 대한 염려를 보이셨습니다. 유시가 진지하고 회유(懷柔)가 흡족하여, 혜택과 위엄이 아울러 나타났으니, 감격과 부끄러움이 서로 어울립니다. 그윽이 생각건대, 소국은 중국을 존대할 줄 알아서, 어린아이가 반드시 그 부모를 얻으려는 것과 같이 하며, 성인(聖人)이 계시면 의귀(依歸)하려고 합니다. 신같은 것은 전조(前朝)의 상란(喪亂)한 여생으로, 밝은 세대의 분봉(分封)하는 명을 처음으로 받았으니, 스스로 다행함은 실로 금고(今古)에 없는 바이니, 비록 죽어도 변함없다는 것은 오직 신명에게 대질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운명이 험란하여 움직이면 문득 비방만 생깁니다.
두 내시(內侍)가 침상(寢牀)을 맞대고 같이 자는데, 어떻게 짐살(?殺 짐〈?〉은 독조〈毒鳥〉로 그 깃을 술에 담가 먹으면 죽는다) 하겠습니까. 늙은 원사(院使)가 배를 함께 타고 서로 싸우다, 마침내 화가 미침을 입게 된 것입니다. 무위(武衛)는 국가의 상도이거늘, 공순하지 못하게 조서를 맞이하는 것이라 여기고 빈관(賓館)에서 무기를 가질 이치가 없거늘, 손님 대접하는 자가 방비가 있다고 무고하였습니다. 저 망해버린 원(元)의 유족과 납씨(納氏)의 이웃들은 이미 교통을 끊었는데, 오히려 호의를 맺어 동화(東化)와 혼인을 하고, 북평과 왕래한다고 하며 조회에 부지런한 것으로써 간활한 정탐이라 이르고, 의심스러움을 인연하여 근사하게 꾸며대며, 화(禍)를 전가시켜 위태롭게 하려드니, 오직 성감(聖鑑)의 소명(昭明)으로 모든 신하의 곡직을 통찰하시고, 특별히 예훈(睿訓)을 반포하시어, 신으로 하여금 스스로 새롭게 하여 주시고, 또 미미한 아룀에 있어서도 모두 윤허하여 주시고, 아악(雅樂)을 내려 정음(正音)으로써 인도해 주시며, 자제가 국학에 들어가면 조치해 주심이 자상하고 심원(深遠)하며, 풍파에 목숨을 잃게 되면 부조를 후히 보내시고, 본국 사신에게 칙명하여 다시 평탄한 길을 이용하게 하여 주시니, 이는 대개 강건(剛健)하시고 정수(精粹)하시며, 영명(英明)하시고 과감하시며, 안으로 자상하고 밖으로 간략하여 벼리를 들면 눈이 따라서 벌어지고, 큰 나라를 두려워하고 작은 나라를 안아들여, 형벌은 맑고 정사는 엄숙하여, 드디어 고루한 자질로 경광(耿光)을 얻어 보게 하시니, 신이 감히 성인의 모훈(謨訓)을 패복(佩服)하고, 넓은 은혜에 젖어 거의 신하의 절개에 이지러짐이 없게 하며, 항상 황제를 위하여 축수를 올리지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