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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전(表箋) 사라의 하사를 사례하는 글[謝賜紗羅表] -이색(李穡) -

천하한량 2007. 2. 14. 18:48

표전(表箋)
 
 
사라의 하사를 사례하는 글[謝賜紗羅表]

 


 이색(李穡)

사신이 갑자기 이르러 황제의 하사품을 특별히 내리시니 분수를 헤아려 한도에 지나치므로 황공하여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신 모는 지혜가 족히 다스림을 도모하지 못하고, 재주는 족히 몸을 빛나게 하지 못하므로, 황잡하고 소홀함을 스스로 부끄러워하여, 선대의 전해온 업만 대강 보존하였더니, 뜻밖에 조그마하고 못난 자가 위로 황제의 들으심을 번거롭게 하여서 이에 귀부(歸附)된 후로 과도하게 총애를 입었습니다. 예복(禮服)과 악기(樂器)는 중국 제도로 시범을 삼고, 경적(經籍)과 사서(史書)는 오랫동안 우매하였던 양심(良心)을 발하게 하였습니다. 더구나 이미 여러 번 물품을 나누어 주신 특별한 은택은 감당하지 못하겠는데, 또 이에 아름다운 명령에 절[拜]하게 되니 더욱 송구합니다. 이것은 대개 엎드려 운운. 황제께서 우(禹)의 잘 다스림을 사모하시고 문왕(文王)의 태평되게 하심을 본받아, 덕 있는 이를 명하는 데는 상자에 있는 물건을 내어주시고, 장수를 쓰는 데는 자기가 입었던 옷을 풀어 주기[解衣]를 급히 하시므로, 드디어 넓은 모든 지역이 황제의 다스리는 가운데 들어와서 신 같은 조그만한 것도 주심을 받은 것이 역시 두터웠습니다. 신이 어찌 어진 이를 좋아하시는 아름다운 뜻을 미루어 떨어지면 또 고쳐 만들지 않겠으며 수(壽)를 비는 정성을 다하여 싫증내지 않고 입겠습니까.


[주D-001]자기가 …… 주기[解衣] : 한신(韓信)이 말하기를, “한왕(漢王)이 입었던 옷을 풀어 나를 입혀 주었다.” 하였다.
[주D-002]떨어지면 …… 않겠으며 : 《시경》에, “검정 옷이 알맞음이여, 떨어지면 내가 또 고쳐 지으리라.” 하였다. 검정 옷은 경대부(卿大夫)의 옷이다. 정(鄭) 나라 환공(桓公)ㆍ무공(武公)이 주(周)의 경(卿)이 되어 직무를 잘하므로 칭찬하여 지은 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