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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전(表箋) 은혜를 사례하는 글[謝恩表] -이색(李穡) -

천하한량 2007. 2. 14. 18:46

표전(表箋)
 
 
은혜를 사례하는 글[謝恩表]

 


이색(李穡)
 

밝은 윤음(綸音)을 내리시고 진기한 물품을 하사하시니, 은혜가 바란 바가 아니므로 아름다운 명령에 절하기에 마음이 부끄러워집니다. 운운. 신은 외람되이 조그마한 재질로 선대의 업을 이어 지켜 오다가, 마침 중원(中原)의 어지러운 때를 만나 자못 의지할 곳을 잃었더니, 성군(聖君)이 일어나심에 미쳐 기쁘게 추대함이 더욱 간절하였습니다. 그러나 산천이 멀고 멀어 아직 조정에 가서 조회함이 늦었는데도 뜻밖에 곡진히 포용하시어 우악(優渥)하게 진무(鎭撫)하여 주시어 사신이 험한 물결을 건너 동으로 날아와 조서가 동쪽 나라에 내려 비치니, 종묘사직이 이미 영화롭고 온 집안이 서로 경하합니다. 이것은 대개 엎드려, 운운. 황제께서 문(文)을 닦고 군사를 쉬며 덕을 펴 간척(干戚)은 춤을 추니 천지가 화평하여 오제삼왕(五帝三王)을 이어 법을 세우시매 남방까지 교화가 미치어 구주사해(九州四海)로 집을 삼았습니다. 그러므로 먼 나라까지 똑같이 사랑하는 덕화를 얻어 입게 되었습니다. 신은 삼가 마땅히 뜻을 충순(忠順)에 두고 대대로 속국이 되어 정성껏 집양(執壤)의 예의를 닦고 언제나 하늘과 같은 수(壽)를 빌겠습니다.


[주D-001]집양(執壤) : 《서경》에서 나온 말인데, 그 지방의 토지에 생산되는 진기한 물품을 가지고 온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