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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전(表箋) 사례하는 글[謝表] -이색(李穡) -

천하한량 2007. 2. 14. 18:44

표전(表箋)
 
 
사례하는 글[謝表]

 

 

 


 이색(李穡)
은혜롭게도 이 관작을 돌려 주시고, 일은 모함한 것을 변백(辨白)하여 주시니 감격함이 하늘에 움직여 눈물이 비같이 흐릅니다. 생각하건대 간사한 일과 정직한 실상은 덮고자 할수록 더욱 드러나고 상하의 정은 끝내 통하게 되어 막히기 어렵습니다. 운운.
그들이 신을 폐할 마음을 품어서 드디어 하늘을 속일 꾀를 내어 표전(表箋)과 예물을 공공연하게 백일(白日) 하에 빼앗고, 부새(符璽)와 첩서(捷書)는 조정의 표상을 저해하여 스스로 그 음모를 다행으로 여기고 또 반드시 벌 받기를 바랬습니다. 신이 먼 지방에 외롭게 갇혔으니, 눈 닿는 곳은 오직 하늘밖엔 없습니다. 그러나 참소[?]가 비록 핍절하나 본래 절개를 어찌 옮기겠습니까. 외로운 그림자를 돌아보며 스스로 슬퍼하니 이 충심을 누가 알아주겠습니까. 오직 황제께서 알아주심만을 바라고 잠깐 동안 죽음을 참았더니, 과연 천도(天道)가 틀리지 않아서 죄인을 잡아내게 되었습니다.
선악이 가려지자 특별히 황제의 말씀을 반포하시고 기강을 엄숙히 하여 공을 기록한 글을 보여주셨습니다. 사신이 이르니 황제께서 임하심과 같았습니다. 얽어 만든 지난날의 의심을 풀었으니 이미 다행이요, 속국(屬國)의 옛 직분을 회복하게 되니 더욱 특수한 영광을 받게 되었습니다. 더구나 궁중 비단은 아름답게 빛나고 신선의 술은 봄에 향기롭습니다. 비상한 은총이 불초한 몸에 거듭 더하심을 어찌 뜻하였겠습니까. 이것은 대개 황제께서 먼 지방을 덕으로써 어루만지는 방침을 실천하고, 간사함을 버리기를 주저하지 아니하는 생각으로, 그들이 총명을 가리었음을 살피시어, 특수한 은택을 속여 입었던 죄책을 밝히셨습니다. 신이 황실을 위해 도적을 무찔렀음을 어여삐 여기셔서 선대의 공에 빛이 있다는 포장을 주셨습니다. 드디어 훼방 입었던 바를 다시 보전해 주는 은혜를 입게 하여 주심을 만난 것입니다.
신이 아름다운 명령에 보답하여 직분을 닦는 정성을 배로 드려서 남은 백성을 편하게 하여 길이 천하를 다같이 사랑하시는 덕화를 어찌 우러러 받들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