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序)
송 안수찬서(送安修撰序)
지순(至順) 3년 겨울 10월 어느 날에 춘추관 수찬 안원지(安員之)가 사명을 받들고 남으로 떠나는 도중에 그 모친을 뵙기로 하니, 동료들이 모여서 전송하는 잔치를 베풀었다. 마읍(馬邑) 이곡(李穀)이 술잔을 들고 권하며 말하기를, “옛날에 비단옷을 입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자가 있다 했는데, 그대가 그와 거의 같지 않은가. 그대가 한산(漢山)을 거쳐서 죽계(竹溪)를 들러 떠나게 되는데 한산은 그 전에 그대가 장서(掌書)한 땅이라, 유애(遺愛)가 있을 것이요, 죽계는 그대의 고향이라 자친(慈親)이 계시는데 지금 다녀온 지 10년만에 사명을 띠고 돌아가니, 영광스러운 일이므로 감히 술잔을 받들어 축하하는 것이다.” 하였다.
안군은 웃고 사양하며 천천히 말하기를, “그대는 나를 속이는 것이다. 대개 벼슬을 하여 장상(將相)에 이르러 부귀한 몸으로 고향에 돌아가는 것은 이른바 금의환향(錦衣還鄕)이라는 것이요, 깃대를 들고 풍속을 관찰하며 병부를 나눠 갖고 한 성을 맡아 다스려 그 방면에 횡행하고 향리를 빛나게 하는 것이 또 그 다음이다. 지금 나는 품직이 매우 낮고 하는 일도 여전하며, 더구나 사서(史書)를 볕 쪼여 말리기 위하여 단기(單騎)로 달려가는 처지라, 백성에게 일 될 것도 없고 국정에 유익할 바도 없으니, 한스러운 일인데 치하할 것이 있겠는가. 또 내가 들으니 한 그릇의 밥을 먹으면서도 임금을 잊지 않는다고 한다. 대개 그 임금을 잊지 않는 것은 또한 그 백성을 잊지 않는 것이 된다. 나라는 백성을 근본으로 삼고, 백성은 관장을 하늘로 삼는 것인데, 요새 와서는 내려주는 은택을 받들어 풍화를 선양하는 자가 모두 그 적격자를 얻지 못하여, 소신(小臣) 제절(諸節)이 따로따로 선포하고 전파하여 제 인심을 쓰기 때문에 백성들이 모두 부세[賦]를 도피하여 세력가에게로 들어가서 집단을 이루어 관리를 업신여겨도 감히 어찌 하지 못한다. 또한 세력에 편승하여 사리 사욕을 일삼는 자가 다투어 급전(急傳)를 달리어, 성화(星火)가 서로 쏘듯이 하므로 황성(荒城) 파역(破驛)은 까마득하여 인연(人煙)이 끊어졌다. 군데군데 모두 그런 정도이니, 비록 강산이 수려하고 아름답다 할지라도 누가 다시 수레를 멈추어 깃대를 놓고 한번이나마 그 사이에 눈을 돌리겠는가. 요즈음은 외방에 봉사할 때가 아니다.” 하였다. 이에 곡(穀)이 말하기를, “그대가 약관 시절부터 연전연승하여, 학력은 풍부하고 재주는 민첩하며, 마음은 바르고 행실은 모나서 남주(南州)에 좌막(佐幕)이 되자 백성이 차마 속이지 못하였고, 이윽고 운대(芸臺)에 들어가서 으뜸으로 옥당에 추천되었으며, 바야흐로 때를 만나고 임금을 만났으니, 장차 임금을 잊지 않는 마음으로 백성을 잊지 않는 정사를 행한다면, 다음날 성취하는 바는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이번 걸음이 비록 옛 사람의 남비(攬?) 의 뜻은 아니라 하지만, 족히 자친의 의려지망을 위로할 수 있을 것이니, 무슨 한이 있으랴. 감히 술잔을 받들어 축하하는 것이다.” 하니, 군이 웃으며 받았다. 때마침 자리에 있던 세 사람이 행(行)과 처(處)로 나뉘어 운을 달아 시를 지어 증정하며, 서로 말하기를, “군의 말이 족히 시속을 깨우치고 사명을 받드는 자의 훈계가 될 만하다.” 하므로, 아울러 편의 머리에 쓴다.
[주D-001]남비(攬?) : 벼슬길에 들어가서 정치를 쇄신하려는 자에게 쓰는 것임. 《후한서(後漢書)》 범방전(范滂傳)에 그때 기주(冀州)에 흉년이 들어 도적이 떼지어 일어나니, 조정에서 범방(范滂)을 청조사(淸詔使)로 삼아 안찰하게 하자, 범방은 수레에 올라 말고삐를 잡으며[攬?] 천하를 밝힐 뜻을 두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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