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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 곡적산 신작 나한 석실 기(大都穀積山新作羅漢石室記) -이곡(李穀) -

천하한량 2007. 2. 10. 17:56

기(記)
 
 
대도 곡적산 신작 나한 석실 기(大都穀積山新作羅漢石室記)
 

지정 갑신년 겨울에, 대부태감(大府太監) 주완자첩목아(朱完者帖木兒)가 서산(西山)을 유람하다가 석실(石室)을 찾으니, 두 개의 구멍이 동서로 서로 마주 대하고 있는데, 그 사이는 다섯 길 가량 되고, 그 북쪽 언덕은 벽처럼 섰다. 군(君)이 그 곳에 사는 중 묘굉(妙宏)에게 말하기를, “우주가 생겨 있을 때부터 이 구멍이 있었으니, 이른바 하늘이 만들고 땅이 감추어 그 임자에게 준 것이다. 만일 돌 불상(佛像)을 만들어서 북쪽 언덕에 두면 두 석실의 중을 조회하게 되고, 또 석실과 함께 영구히 전하여 족히 불후(不朽)의 공적이 될 것이다.” 하고, 곧장 훌륭한 장인을 모집해서 흰 돌을 캐내어 불상을 만들어, 석가세존과 좌우(左右) 보처(補處)를 남쪽으로 향하여 가운데에 안치하고, 16개의 큰 아라한(阿羅漢)은 차례로 나누어 배열하였다. 이듬해 봄에 감수로 총관부(監隨路摠管府) 김정주(金鼎住)가 그것을 보고 말하기를, “어찌 그 교도(敎徒)들은 방 안에 거처하고, 그 스승은 밖에 거처하게 하는 법이 있는가.” 하고, 또 묘굉과 상의하여 그 언덕을 파고 방을 만드니, 그 모양이 네모 반듯하고 한 길쯤 되었다. 불상을 그 안에 안치하고 또 그 앞에 집을 이어 놓아서 바람과 비를 피하게 하고, 단청을 빛나게 하여 장엄하게 꾸미고, 향화(香火)를 부지런히 하여 첨앙하고 예배하니, 흡사 구담화상(瞿曇和尙)이 다시 기도굴산(耆?堀山)에 살아난 것 같았다. 얼마 뒤에 두 군(君)이 나에게 기(記)를 청하였다. 일찍이 보건대, 상설(像設)을 만드는 자가 대부분 금과 철로 모형을 만들고 구슬과 옥으로 장식하므로 지키는 자가 혹 태만하면 문득 남에게 도둑을 맞아서 헐어지고, 힘이 부족하면 곧 흙과 나무를 쓰니, 진흙으로 뭉치고 나무로 새긴 것은 허물어지고 파괴되기가 쉬워서 설만(褻慢)한 데에 가깝게 되니, 어찌 석상(石像)이 견고하고 무게가 있고 간단하고 질박하여 또 뒷 걱정이 없음만 하랴. 내가 또 들으니, 부처가 말하기를, “세계는 이루어지고 무너지는 것이 있는데, 그것을 겁(劫)이라 한다.” 하였다. 천지가 개벽한 뒤로부터 몇 천만 년이고, 석씨(釋氏)가 태어나고 석씨가 죽은 지가 또 수천 년인데, 세계는 여전하니, 또 몇 천만 년을 지나야 세계가 무너지게 될지 모르겠다. 내가 알기로는 이 불상과 이 석실이 마땅히 이 산과 함께 서로 시종을 같이 하고, 이 산은 또 세계와 더불어 흥망성쇠를 같이 할 것이니, 두 군의 공적이 썩지 않는다 하겠다. 우선 이 일을 서술하여 세월을 기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