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記)
대원 증 봉훈대부 요양등처 행중서성 좌우사랑 중비기위 요양현군 조공 묘형 기(大元贈奉訓大夫遼陽等處行中書省左右司郞中飛騎尉遼陽縣君趙公墓瑩記)
지정 4년 4월 15일, 중정원사(中政院使) 조공(趙公)이 그 아우 이용소감(利用少監) 완택(完澤)을 보내 와서 말하기를, “내가 무종(武宗) 때부터 들어와 숙위(宿衛)가 되었고, 조금 뒤에 명황(明皇)을 북방에서 호종하였는데, 길이 멀어서 부모의 안부를 오랫 동안 듣지 못하였다. 거가(車駕)를 호종하여 남쪽으로 돌아오게 되었을 때에는 선인(先人)의 무덤에 나무가 이미 아름드리가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내직(內職)에 얽매이고 황제의 명령에 눌려 기어 와서 성묘할 수가 없어서 동쪽을 바라보고 슬퍼하며 지금에 이르렀다. 이제 내 아우로 하여금 돌아가서 먼 조상을 추모하는 정성을 다하게 하고, 또 돌을 세워 선영(先塋)을 기록하여 내 뜻을 표하려 하노니, 청컨대, 그대는 나를 위하여 기(記)를 지어 주시요.” 하였다. 나는 글에 능하지 못하다고 사양하고 또 말하기를, “자식이 부모를 섬기는 것은 이치에 합당하고, 마음을 다하면 이것을 효라고 이르나니, 산 부모를 봉양하고 죽은 부모를 보내는 것은 일의 떳떳함이고, 장사지내는 것을 조심스럽게 하고 먼 조상을 추모하는 것은 덕의 두터운 것이고, 출세하고 이름을 드날려 부모를 드러나게 하는 것은 효의 종결이니, 중정공이 어버이를 섬긴 것은 효의 방법을 알았다 하겠다. 산 부모를 봉양하고 죽은 부모를 보내는 것 같은 것은 형제와 자매가 모두 족히 할 수 있는 것이다. 공이 어린 나이로 고향을 떠나 부모를 멀리하고서 높이 도성 밑에서 걷고 가까이 궁궐 속에서 모시었고, 조금 뒤에 몸을 선제(先帝)께 바쳐 만리 길에 갖은 고생을 겪고 평탄하거나 험하거나 한 10년 동안에 충성된 마음 한결같은 절개가 중인(衆人)의 아는 바가 되었다. 그러므로 지금의 황제가 대통을 이으매, 선제의 뜻을 좇아 대우가 더욱 풍성하여 벼슬은 1품에 오르고 은혜는 구천(九泉)에까지 미쳤으니, 형제와 자매가 작게 구체(口體)의 봉양으로 효도를 삼는 것에 비교한다면 어떠한가. 낭중공의 휘(諱)는 공탁(公卓)으로 고려 순창군(淳昌郡) 사람이다. 뒤에 인척을 따라 수원부(水原府) 용성현(龍城縣)에 옮겨 살았다. 나이 64세인 연우(延祐) 기미년에 집에서 죽자 곧 장사하였다. 부인 김씨는 요양현군(遼陽縣君)으로 봉하였는데, 우리 나라 풍속인 음양가(陰陽家)의 법으로 별도로 장사하였다. 장남은 홀도볼화(忽都不花)인데, 자선고제점(資善庫提點)이며 본국의 첨의평리(僉議評理)이고, 차남은 중정공, 이름은 백안불화(伯顔不花)인데, 대부태경(大府太卿)을 거쳐 다섯 번 벼슬을 옮겨 영록대부(榮祿大夫)가 되었으며 본국의 순창부원군(淳昌府院君)이고, 삼남은 소감(少監)인데 승휘시승(承徽寺丞)을 거쳐 세번 전임(轉任)하여 이용감(利用監)이 되고, 본국의 첨의평리이다. 장녀는 판사복시사(判司僕寺事) 김직방(金直方)에게 출가하였고, 차녀는 대호군(大護軍) 장수(長守)에게 출가하였으며, 삼녀는 밀직사(密直司) 박인수(博仁守)에게 출가하였다. 아, 선악의 보답이 그림자나 메아리보다도 빠르다. 낭중공의 선대는 모두 은거하고 벼슬하지 않았는데, 중정공의 충효의 지극함과 부귀의 극진함이 이와 같은 것은 어찌 우연한 일이랴. 묘소가 현(縣) 북쪽 고성산(古城山) 기슭에 있는데, 산의 주위가 7ㆍ8리나 된다. 무릇 그 안에서 나무하고 풀베는 자와 그 옆에서 밭갈고 누에치는 자가 이 돌을 한 번 보면 공의 충효를 알아서 공경하는 마음이 저절로 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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