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신년 3월 3일 빗속에 낮잠 자면서 한사군이 찾아와
술상 놓고 기쁘게 웃는 꿈을 꿨으므로 깨어서 지은 시 있어 기정한다
[庚申三月三日雨中晝寢夢韓山君見訪置酒歡笑覺而有作寄呈]
정추(鄭樞)
3월 3일 날 비 겹쳐 바람일기에 / 三月三日雨連風
문 닫고 주공을 꿈꾸려 했으나 / 掩關將以夢周公
주공은 멀어 만날 수 없고 / 周公遐哉不得見
곧 한산 목은옹을 꿈꿨다 / 乃夢韓山牧隱翁
흰 수염 붉은 얼굴로 내 당에 와 / 白?紅頰來我堂
완연히 웃으며 술을 찾아 마시더라 / 宛然淸笑索酒嘗
이미 어렵고 위태한 때 정승되었으니 / 旣際艱危身作相
가슴속 뭉텅이[磊槐 불평 덩어리]를 축이자면 깊은 잔이라야 하리라 / 欲?磊?須深觴
아이 불러 술을 사고 또 밥지어 / 呼兒貰酒且炊黍
서헌에서 진종일 얘기하려 했다 / 擬欲西軒終日語
바람 맞은 싸릿문 덜컥이자 자취 사라지니 / 風扉敲殘了無?
어디서 오셨다가 어디로 가시었나 / 何所從來何所去
아, 나는 본디 꿈속 사람이었거늘 / 嗟予本是夢中人
꿈속에서 다시 꿈꾸니 이 무슨 인연인고 / 夢中復夢知何因
다만 앞날부터 정 쏟던 터라 / 祗爲從前情所在
정을 펴며 서로 보니 웃음 도리어 새로워라 / 敍情相見笑還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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