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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철선장로(答鐵船長老) -이색(李穡) -

천하한량 2007. 2. 2. 04:23

답 철선장로(答鐵船長老)
 

이색(李穡)

불교가 말세에 있어서는 / 梵雄在叔世
배 잃은 중류에서 천금의 병 같았거니 / 中流千金壺
도의 크기가 가이 없는데 / 道大無津涯
이씨(불ㆍ로(佛老))는 한 구석에도 차지 못하였네 / 二氏不滿隅
철선장로가 그 근원까지 깊이 들어가 / 鐵船窮其源
바깥 인연을 모두 잘라버렸네 / 外緣俱剪屠
산에 살매 귀신의 글귀를 화답하였고 / 居山和鬼句
바다 지나매 교주를 만났네 / 過海逢蛟珠
남으로 놀아 월나라를 다 보고 / 南游盡於越
북으로 달아나 선우(몽고 임금의 칭호)에 이르렀구나 / 北走窮單于
흰 구름은 지팡이를 따르고 / 白雲逐?杖
감로(불법(佛法))는 사발 위에 가득하여라 / 甘露盈鐵盂
날마다 쓰는 것이 어찌 얕다 하랴 / 日用豈云淺
복을 받들어 나도로 돌아갔네 / 奉福歸蘿圖
이미 오욕의 쾌락을 일소하여 / 已將五欲樂
저포(도박)를 비워버렸나니 / 一掃空??
기어(여기서는 시문(詩文))를 오히려 면하지 못하여 / 綺語尙未免
억지로 시를 읊조리니 파리하구나 / 强作?詩?
시편마다 호일한 기운을 띠어 / 篇篇帶豪逸
맹교ㆍ가도와는 형연히 다르도다 / 逈與郊島殊
기이한 글자는 양웅에게 물었고 / 奇字問楊雄
비밀한 글은 호로에게서 전하였네 / ?書傳瓠蘆
미친 선비 시 재료가 떨어졌으나 / 狂生乏詩料
경ㆍ병 두 글자를 어찌 감히 빠뜨리리요 / ?病安敢逋
높은 담론에 아름다운 흥이 발하여 / 高談發佳興
가끔 돌아오는 길을 잊노라 / 往往忘歸途


[주D-001]교주(鮫珠) : 바다에 교인(鮫人)이 있는데, 울면 그 눈물이 구슬이 된다고 한다.
[주D-002]억지로 시를 읊조리니 파리하구나 : 맹교(孟郊)와 가도(賈島)는 당나라 헌종(憲宗) 때 같은 시대의 시인인데, 당시의 사람들이 그들의 시를 평하기를, “맹교는 차고, 가도는 여위었다[郊寒島瘦].” 하였다.
[주D-003]경(競)ㆍ병(病)두 글자 : 양나라 조경종(曹景宗)이 무장(武將)으로 전승(戰勝)하고 돌아오니 축하하는 연회(宴會)가 있었다. 여러 사람들은 모두 시를 지었으나 조경종은 무장(武將)이므로 시를 짓지 못하고 있었다. 마지막에 가서 운(韻)이 몇 자나 남았는가 하고 물으니, 경(競)ㆍ병(病) 두 글자만이 남았다. 경종이 그 운을 따라 시를 부르기를, “갈 때에는 아녀들 슬퍼하더니, 돌아올 때는 피리 북이 다투어 울리누나. 길 가는 사람에게 물어 보자. 한(漢)나라 대장으로 흉노(凶奴)를 치고 온 곽거병과는 어떠한고[去時兒女悲 歸來?鼓競 借問行路人 何如藿去病].” 하니, 모두들 놀라서 칭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