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서유의(答胥有儀)
이색(李穡)
소년 시절에 기이한 뜻을 품고 / 少年負奇志
슬피 노래하며 타호를 쳤도다 / 悲歌擊唾壺
슬프다, 내가 좋은 벗이 적어서 / 慨我少良友
연산(燕山) 모롱이에 머뭇거렸다 / 躑躅燕山隅
호걸스런 선비가 술 팔고 소 잡는 데 / 焉知豪傑士
숨어 있는 걸 어찌 알리요 / 隱淪沽與屠
밖에는 비록 단갈을 입었으나 / 外雖被短褐
안에는 밝은 구슬 품었다 / 內或懷明珠
멀리 연나라 소왕을 사모하여 / 遠慕燕昭王
어진 선비가 우글우글 모여들었네 / 賢士來于于
금대 옆에서 배회하니 / 徘徊金臺側
융성한 기업이 사발 엎어둔 듯 든든하다 / 隆基如覆盂
어찌하여 형가는 / 奈何荊軻子
독항도로써 화를 샀을꼬 / 賈禍督亢圖
세속 사람들 어찌 이것을 알리 / 流俗豈知此
노는 협객들 다투어 도박을 일삼는다 / 游俠竸摴蒱
그대 얻은 것을 가장 기뻐하노니 / 最喜得吾子
산택 간에 말라 죽을 사람이 아님을 알겠도다 / 知非山澤癯
당로에서 알아주는 사람 없으니 / 當路莫予識
밀수를 짝하여 시나 읊는다 / 哦詩伴蜜殊
가을 바람이 서쪽에서 일어나니 / 秋風起西陸
흰 이슬에 고미와 갈대가 시들어진다 / 白露萎菰蘆
강남에 차가운 매화 있으니 / 江南有寒梅
임포(송나라 시인)의 좋은 글귀가 전한다 / 絶句傳林逋
도리가 어찌 좋지 않으랴마는 / 桃李豈不好
그대와 함께 나가는 길을 삼가리라 / 與子愼趨途
[주D-001]슬피 노래하며 타호를 쳤도다 : 진(晋)나라 왕돈(王敦)이, “천리마가 마판에 엎드려 있어도 뜻은 천리(千里)에 있도다.” 하는 노래를 부르면서 타호를 쳐서 깨었다.
[주D-002]형가(荊軻)는 독항도로써 화를 샀을꼬 : 연 태자(燕太子)가 진시황(秦始皇)을 죽이려고 자객(刺客) 형가(荊軻)를 보내며, 신물(信物)로 독항(督亢) 땅을 바치겠다고 지도(地圖)를 함에 넣에 보내었는데, 형가가 지도 밑에 감추었던 비수(匕首)로 진시황을 찌르려다가 실패하자, 진시황이 크게 노하여 연나라를 쳐서 멸하였다.
[주D-003]밀수(蜜殊) : 소동파(蘇東坡)와 친한 시승(詩僧) 두 사람이 있었는데, 혜총(惠聰)은 거문고를 잘 타고, 혜수(惠殊)는 꿈을 즐기므로, 금총(琴聰) 밀수(蜜殊)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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