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은선생글 ▒

자송사(自訟辭) -이색(李穡) -

천하한량 2007. 2. 1. 05:35


자송사(自訟辭) 이색
 

네 몸집이 작고 못 생겨 / 汝之軀矮而陋兮
남이 보면 금방 넘어질 듯 하다네 / 人視之若將?也
시력이 짧고 귀가 어두우니 / 視旣短而聽又瑩兮
사람의 소리 나면 좌우로 돌아본다 / 中人聲而左右顧也
놀란 사슴이 저자에 들어가듯 / 驚?駭鹿之入于市兮
누가 벗하여 상종하리 / 孰肯從而相友
잠깐 모여서 친우가 되어도 / 雖幸聚而乍成?兮
돌아서면 금방 욕지거리 / ?背焉而旋?
폐부의 고기를 내어 좋아하재도 / 出肺腑肉以求可兮
다른 데로 획 달려 만날 수도 없고 / ?異馳而莫之遇
부드러운 얼굴, 달콤한 말로 / 柔爾顔兮甘爾言
진정을 쏟아 연해 토하여도 / 瀉眞情之繼吐
마치 북으로 가는 수레로 초를 가는 듯 / 猶北轅而適楚兮
누가 내 화살에 촉이 되며 깃이 되리 / 夫誰鏃而誰羽
근심ㆍ설움을 어느 곳에 하소연하랴 / 舒憂娛悲之何所兮
넓고도 넓은 망망한 하늘뿐 / 豁茫茫其天宇
정다운 친지들도 흩어져서 / 惟情親之乖離兮
저녁 구름, 봄나무 아득하네 / 杳暮雲而春樹
천지 사이에 이내 몸 두고 보니 / 觀吾身於?壤兮
아홉 마리 소의 털 하나인 듯 / 吹毛一於牛九
누가 나를 그 대열에 끼워줄는지 / 疇其置齒牙閒兮
그것을 알 수 없네 / 抑難知其所否
나의 덕이 잡되지는 않았는가 / 豈予德之回譎兮
내딴에 순일함을 품고 있는데 / 予則懷其純一也
혹 나의 행실이 심히 괴벽함인가 / 豈予行之奇邪兮
내딴엔 정직하다고 보는데 / 予則視其正直也
혹 나의 말이 간사함인가 / 豈予言之?詐兮
나는 성실을 숭상하는데 / 予則師其??也
혹 나의 학이 거칠은 건가 / 豈予學之鹵?兮
나로서는 극치에 이른 것인데 / 予則底于其極也
혹 나의 정사가 흠이 많은가 / 豈予政之多疵兮
나는 승묵을 꼬박꼬박 따르는데 / 予則蹈夫繩墨也
오직 나는 허두지둥 낭패하여서 / 惟吾之顚頓狼狽兮
외곬으로 선을 주장할 줄 모르는 것 뿐 / 莫知主善之克一也
하나만 고집하고 타협 모르면 / 夫惟一之罔知?兮
금수와 무엇이 다르리 / 禽獸之歸而何擇
인인이 나를 사람으로 치지 않음이 마땅하건만 / 宜仁人之不齒兮
속여 사는 건 곧 적이네 / 罔之生也是敵
어찌 일찍 반성치 아니했던가 / 胡反觀之不蚤兮
하나님 환히 내려 보시네 / 上帝臨之而赫赫也
올바르게 예를 지켜서 / 其循循而蹈禮兮
지척도 어김 없으리 / 則不違於咫尺也
죄를 알아 사과를 하면 / 引罪辜以謝過兮
누가 지난 일을 다시 책하랴 / 孰旣往之追責
나를 칭찬한들 어찌 기뻐하며 / 貸予褒兮何欣
나를 훼방한들 어찌 두려워하랴 / 附予?兮何?
백관의 반열 속에 조용히 서서 / 雍容袍笏之班兮
이것저것 모르고서 임금의 법을 순종하려네 / 不識不知而順帝之則也


[주B-001]사(辭) : 시(詩)도 아니요, 산문(散文)도 아니면서 운문(韻文)이다. 말하자면 시와 병려문(騈儷文)의 중간에 속한다 할 수 있다. 부(賦)와 비슷하나, 사가 음절(音節)과 정서(情緖)를 위주로 한데 대하여, 부는 서술(敍述)을 위주로 한 점이 다르다.
[주C-001]자송(自訟) : 자책(自責)과 같은 뜻으로 지금 말로 자기 고발의 뜻. “제 허물을 능히 보고 안으로 스스로 송사하는 자를 내가 보지 못하였노라.” 《論語》
[주D-001]정다운 …… 아득하네 : 멀리 갈려진 친우를 그리워하는 말이다. 두보의 〈춘일억이백(春日憶李白)〉시에, “위북(渭北)엔 봄철나무, 강동(江東)엔 저녁구름[渭北春天樹 江東日暮雲].”이라 하였다.
[주D-002]승묵(繩墨) : 대목이 나무를 바로잡는 먹줄인데, 사람의 행동하는 바를 준칙에 비유한 것이다.
[주D-003]속여 사는 건 : 공자(孔子)가 말하기를, “사람의 삶은 정직한데, 속여 사는 것은 요행히 면할 뿐이다.” 하였다.
[주D-004]이것저것 …… 순종하려네 : 나도 몰래 하늘 법을 순종함[不識不知 順帝之則]. 하늘이 분부한 양심대로 행하면 스스로 하늘[帝]의 법칙에 맞는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