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개사(永慨辭)
이색(李穡)
입 오무려 소리를 내면 / 興言蹙口以出聲兮
남들이 나를 교만을 벌인다 하고 / 人謂我其宣驕
변론해서 도를 밝히기를 좋아하면 / 辯之好以明道兮
남들이 나를 말 많다 하며 / 人謂我其??
명량의 노래를 좇아 내 몸을 맹세하면 / 追明良之歌以矢厥躬兮
남들이 나를 군 노래한다 하고 / 人謂我其長?
봉황이 천인에 낢을 생각하면 / 思鳳凰之飛于千?兮
남들이 나를 다루기 어렵다 하며 / 人謂我其難要
부엉이가 내 집을 망가친다 하면 / 惟??之壞我室兮
남들이 나를 조롱한다 하고 / 人謂我其相嘲
세상이 너절하게 비좁다 여기면 / 鄙塵?之局促兮
남들이 나를 너펄거린다 이르며 / 人謂我其飄搖
명교의 준칙을 좁다하면 / 隘名敎之準繩兮
남들이 나를 멋대로 거닌다 하고 / 人謂我其逍遙
내 방에 들어앉아 편히 쉬면 / 入我室以宴息兮
고부간 싸움으로 시끄럽고 / 婦姑?磎以膠膠
성현(聖賢)들을 옛 글에서 대할 양이면 / 對聖賢於黃卷兮
넓은 허공에 바구미를 찾는 듯하여 / 若??於?寥
소리도 그림자도 아득히 찾을 길 없으니 / 杳莫尋其聲影兮
부끄러운 면목으로 어찌 맞으리 / ?面目之奚邀
하물며 미묘한 말씀이 귀에 들릴 수 있으랴 / ?微辭之及於耳兮
사조의 아득한 메아리가 막막하네 / 昧?響於?姚
집을 나서 길이 달려 / 欲出戶庭以長騁兮
녹이ㆍ표조 앞세웠네 / 先??與驃?
슬프다, 가시덤불이 긴 길을 가리워 / ?荊棘之?脩道兮
고삐를 돌려 무료히 오네 / 回予?以無聊
남들이 나를 용이 없다 이름은 / 人謂我其無用兮
나의 학이 난잡함이요 / 斯其學之?也
남들이 나를 체가 없다 이름은 / 人謂我其無體兮
나의 행실이 엷음이요 / 斯其行之?也
남들이 나를 공밥 먹는다 이름은 / 人謂我其素飡兮
내가 실로 그 말을 달게 받겠네 / 我實甘其招也
다만 나의 입언이 말(末)임을 생각하니 / 惟立言之最末兮
눈물이 두 뺨을 적시네 / 兀流涕而?交
대저 공업 세움은 반드시 남의 험에 의탁해야 하는 것 / 夫脩功必因人兮
요행을 바랄 것이 못되네 / 非厥幸之可?
덕 닦을 줄 모르는 것을 / 夫何德之不知修兮
왜 남들이 나를 요량키 어렵다 이르는가 / 人謂我其難料
오미하여 알지 못하는 자는 바르고 곧은 길 버리니 / 彼昏不知兮舍是正直
허둥지둥 내닫다가 타락에 빠짐을 면치 못하리라 / 宜其冥趨而陷于淫?也
네가 이미 뉘우치고서 이렇듯 망설이니 / 爾旣悔兮猶豫之如斯
남들이 나를 요량키 어렵다 이름이 마땅하구나 / 宜乎人謂我其難料
천 년 뒤에 사람이 있으리니 / 千載而有人兮
한밤중에 탄식하며 상상하네 / 想永慨於中宵
[주B-001]사(辭) : 시(詩)도 아니요, 산문(散文)도 아니면서 운문(韻文)이다. 말하자면 시와 병려문(騈儷文)의 중간에 속한다 할 수 있다. 부(賦)와 비슷하나, 사가 음절(音節)과 정서(情緖)를 위주로 한데 대하여, 부는 서술(敍述)을 위주로 한 점이 다르다.
[주D-001]명량(明良) : 밝은 임금과 어진 신하가 서로 만남. “머리[元首]가 밝은저 팔다리[宰相]가 어진저[元首明哉 股肱良哉].”라는 노래가 《서경》에 있는데, 그 노래를 좇아서 밝은 임금 밑에 어진 신하가 되길 맹세한다는 것이다.
[주D-002]봉황이 …… 낢 : 봉황은 높이 천 길 위에 날아서 굶주려도 곡식을 쪼아 먹지 않는다 한다.
[주D-003]부엉이가 …… 망가친다 : 《시경》에, “부엉아, 부엉아, 제발 내 집을 망가치지 말려무나.”하는 시가 있는데, 관숙(管叔)ㆍ채숙(蔡叔) 등 종실(宗室)이 주실(周室)을 뒤엎을까 걱정하여 주공(周公)이 그들을 치기 전에 먼저 성왕(成王)에게 풍유(諷諭)한 노래라 한다.
[주D-004]명교(名敎) : 인륜(人倫)의 명분(名分)을 밝히는 유교(儒敎)를 말하는 것인데, 곧 도덕의 교. 단적으로 노장(老莊) 사상에는 명교의 예법(禮法)을 좁다 한다.
[주D-005]멋대로 거닌다[逍遙] : 소요는 《장자》 첫 편의 이름인데, 그 주지(主旨)가 세상의 준칙에 얽매이지 않고 물외(物外)와 무위(無爲)에 멋대로 거님에 있다.
[주D-006]사조(?姚) : 조사(姚?)를 거꾸로 쓴 것으로, 사(?)는 하우(夏禹)의 성(姓), 조(姚)는 우순(虞舜)의 성, 순(舜)ㆍ우(禹) 성군(聖君) 때 말씀과 글. 한유(韓愈)의 〈진학해(進學解)〉에 “위로 조와 사를 엿보건대 아득히 가이 없다[上規姚? 渾渾無涯].” 하였다.
[주D-007]녹이(??)ㆍ표조(驃?) : 녹이(??)는 본래 녹이(綠耳) 귀가 푸른 천리마로, 주목왕(周穆王)의 팔준마(八駿馬)의 하나. 표조는 황백색 준마의 이름.
[주D-008]공밥[素餐] 먹는다 : 공(功) 없이 거저 밥을 먹는 일. 덕(德) 없이 나라의 녹(祿)을 먹는 것을 이름이다.
[주D-009]입언(立言) : 최상(最上)은 덕을 세우고, 그 다음은 공을 세우며, 최말(最末)에는 말을 세운다[立言]는 옛말이 있다. 입언(立言)은 후세에 전할 만한 말과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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