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지사(閔志辭)
이색(李穡)
애닲다, 내 뜻은 흐리멍덩 / 閔予志之溫?兮
맨 처음 본성이 아니로세 / 非厥初之有常
외물로 해 맘 움직여 / 慨因物以興懷兮
옳고 그름 잘못 판단하네 / 惟是非之失當
구름ㆍ안개 끼어 낮이 어두운데 / ?雲霧以晝晦兮
상에서 편안히 쉬려하네 / 將宴息以在床
달이 휘영청 밝아 하늘이 해 맑으면 / 月皎皎而天淨兮
옷 입고 허둥지둥 내달리려네 / 將顚倒其衣裳
대저 새벽과 밤이 그은 듯 유한한데 / 夫晨夜之截然有限兮
버들 꺾어 꽂은 울타리도 미친 사람 허둥지둥 / 折柳樊圃而瞿瞿之狂
어찌 늙어서 그윽한 골짜기에 도로 들어왔는고 / 胡老大而入子幽谷兮
진량에게 하직한 게 부끄럽네 / ?一揖於陳良
《이아》의 벌레와 고기를 소모함이여 / 爾雅蟲魚之消耗兮
손(損)이 없으면 무엇을 탓하리 / 匪有損其何傷
시와 서의 기름짐도 / 胡詩書之膏?兮
초췌하여 빛도 없네 / 亦憔悴而無光
아아, 공ㆍ맹과는 참상됨이 슬프고 / 悲參商兮孔孟
당우를 방불히 상상하네 / 想??兮虞唐
이을 듯하더니 이어지지 않고 / 若可續兮卒莫可續
꺼진 듯하더니 다시 일어나네 / ?乎將?而復揚
옛 성현의 기침소리 못듣겠고 / 竟不聞兮??
국에도 담에도 보이지 않네 / 杳不見兮羹墻
이에 천천히 내 행동 살펴보니 / 爰舒徐以視履兮
길한 징조 아예 없네 / 罔其旋於考祥
미색을 좋아하고 악한 냄새 싫어함이 혼란하여 결정 못 지으니 / 好色惡臭紛乎其不決兮
귀역의 지경에 서성댐이 마땅하구나 / 宜鬼域之彷徨
사람과 하늘의 큰 길이 환하거늘 / 惟人天之大道顯而不隱兮
어찌하여 아득한 데 구하는가 / 胡求之於渺茫
세월이 훌쩍 지나가서 / 歲月荏苒以相代兮
늙음이 찾아와 넘어지려네 / 衰老侵尋而欲?
풀ㆍ나무와 함께 썩으리니 / 甘草木之同腐兮
그 아니 놀랍고 서러운가 / 忽驚嘆而?傷
봄새가 주는 고운 소리나 / 貽好音兮春禽
귀뚜라미가 보내는 슬픈 울음이네 / 送悲聲兮寒?
잠깐 동안 귀에 시끄러울 뿐 / 諒須臾之?耳兮
한 번 웃고 말자 양 잃기는 일반일세 / 付一?於亡羊
아아, 나의 글이 시시하여 후세에 전할 것 못 되니 / 哀吾辭之匪足傳兮
애오라지 잔술이나 마셔야 하겠네 / 聊?之以羽觴
형해를 잊고 방랑하여 / 忘形骸以放浪兮
천지의 처음을 찾아 보리 / ?憑翼之玄黃
하늘이 어찌 말하리만 물이 나타나나니 / 天何言兮物之形
문이 여기 있으니 성인의 도가 환히 나타나네 / 文在?兮聖道以彰
내 글이 황잡하여 잡초처럼 거칠어 천정을 가리웠으니 / 我辭蕪兮?天庭
맹세코 간추려 내어 좋은 싹만 골라 세우리라 / 誓剛繁兮立良
[주B-001]사(辭) : 시(詩)도 아니요, 산문(散文)도 아니면서 운문(韻文)이다. 말하자면 시와 병려문(騈儷文)의 중간에 속한다 할 수 있다. 부(賦)와 비슷하나, 사가 음절(音節)과 정서(情緖)를 위주로 한데 대하여, 부는 서술(敍述)을 위주로 한 점이 다르다.
[주D-001]버들 꺾어 …… 허둥지둥 : 《시경》에, “버들가지를 꺾어 꽂아 울타리를 만들어 놓아도 미친 사람이 차마 들어오지 못하고 허둥거린다.”는 구절에서와 같이, 미친 사람도 이러한데, 하물며 정상적인 사람이 아침ㆍ저녁의 분명한 시간도 지키지 못하는가 하는 뜻이다.
[주D-002]어찌 …… 부끄럽네 : 맹자(孟子)와 같은 시대 사람인 진상(陳相)이 유자(儒者)인 진량(陳良)에게 배우다가, 뒤에 그 학문을 버리고 다른 학파(學派)인 허행(許行)의 제자(弟子)가 되었으므로, 맹자가 그를 보고, 꾀꼬리는 그윽한 골짜기에서 나와 교목(喬木)으로 옮기는데, 자네는 어찌 교목을 버리고 골짜기로 들어가는가 하였다.
[주D-003]《이아(爾雅)》 : 중국 고대의 충어초목(蟲魚草木) 등 물명(物名)과 글자를 풀이한 책이름으로, 여기서는 자질구레한 문자나 파고 세월과 정력을 소모한다는 말이다.
[주D-004]국[羹]에도 …… 않네 : 갱장(羹墻)이란 문구는 옛날 요(堯)가 돌아간 뒤에 순(舜)이 3년 동안이나 앙모(仰慕)하여 앉아서는 요(堯)를 담에서 보고, 밥먹을 때는 요를 국에서 보았다는 말이 있다. 《후한서》
[주D-005]천천히 …… 아예 없네 : 《주역》에, “행동을 보아 징조를 상고한다[視履考祥].”는 말이 있다.
[주D-006]양(羊) 잃기는 일반일세 : 한 가지 일에만 충실하지 않으면 양을 잃기 쉽다는 말이다. 《열자》
[주D-007]천지(天地)의 처음[馮翼玄黃] : 풍익(馮翼)은 너훌너훌, 펄렁펄렁[馮馮翼翼]의 뜻. 《회남자(淮南子)》주에 ‘풍익’은 무형한 모양이라 하였다.
[주D-008]문(文)이 여기 있으니 : 공자(孔子)가 말하기를, “문왕(文王)이 이제 돌아갔으니 문(文)이 여기[자기에게] 있지 않으냐[文不在?乎].” 하였다. 주자(朱子) 주(註)에, “도(道)가 나타난 것은 문이라 이르나니, 대개 예악(禮樂)ㆍ제도(制度) 등을 이름이다.” 하였다.
[주D-009]천정(天庭) : 태미원(太微垣) 별. 전(轉)하여 ‘제왕(帝王)의 뜰’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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