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중사(山中辭)
이색(李穡)
산이 그윽하고 깊디깊어 / 山之幽兮深深
빽빽한 숲에 깊고 넓은 골짝이네 / 鬱蕭森兮潭潭
누른 고니도 그 꼭대기를 못 지나가누나 / 黃鵠尙不得過其顚兮
깎아지른 듯 우뚝 솟은 바위들 / 截然屹立乎?巖
굽어보니 아찔한 산 그늘엔 / 邃莫?兮山之陰
서리와 이슬이 뽀얗게 젖어 있네 / 曖霜露兮濡霑
표범과 잔나비 번갈아 나와 울부짖고 / 文豹玄猿兮迭出以?
나는 새 감돌아 날제 털깃이 너울너울 / 飛禽回翔兮毛羽之??
밑 없는 굴 속에 천둥 소리 우르르 / 殷其雷奔于無底之竇兮
수풀을 뒤흔들며 날개 치는 바람신[飛廉神] / 振蕩林莽翼之以飛廉
돌부리가 솟구쳐 옷을 걸어당기고 / 石出角以鉤衣兮
비낀 가지가 길을 막아 맞찌르네 / 橫枝截路以相?
나 혼자 적막히 우뚝 서니 / 立寂漠以無隣兮
마치 말없는 기초 시 의 안화함인 듯 / ?祁招之??
멀어서 찾아갈 수 없어라 / ?不可討兮山之中
이 산 속을 동ㆍ서를 분간 못해 기진맥진하였네 / 東西冥迷兮氣奄奄
나는 듯 벼랑에 쏟아지는 샘물이여 / 淙飛泉以瀉于崖兮
폐부를 맑게 하며 맛이 달기도 해라 / 淸肺腑而味甘
손으로 움키니 싸늘한 얼음같고 / ?之手中兮?寒
쇠한 얼굴을 비추는 거울이라 / 照衰顔以是監
게서 쉬며 그 소리 들으니 / 爰流?以聽其聲兮
옥 패물을 쨍그렁 울리는 듯 / ??佩之相參
부싯돌로 불을 쳐 차를 달이려 하니 / 將敲火而煎茶兮
육우의 차맛 아는 것 시들하구나 / 鄙陸羽之口?
부러워라 반곡에 놀 만하다고 한 / ?盤谷之可?兮
한유의 그 글은 나의 길잡이로세 / ?其文爲我之指南
도통을 천년 만에 이었으니 / 續道?於千載兮
그 시내 이름이 염계로세 / 乃命其溪曰濂
산중에 짝이 없을망정 / 惟山中之無偶兮
모시고 섬길 스승이 있네(맑은 물을 말함) / 尙?衣於丈函
한 말씀 듣고 도를 깨달아 / 聞一言以悟道兮
이욕의 더러움을 깨끗이 씻고자 / 洗利欲之貪?
마음 근원을 해맑게 열어 / 開心源之瑩淨兮
오직 태극에만이 함영하오리 / 惟太極之泳涵
잠깐 동안 금그은 듯이 만남 곧 있으면 / 若有遇於介然之頃兮
천지와 더불어 셋이 될 수 있으리 / 諒天地其可三
어찌하여 당(唐) 우(虞)의 유허에 엉킨 풀, 차디찬 연기 되고 / 胡唐虞之遺墟蔓草寒烟兮
우리 도가 남방으로 간단 말고 / 吾道被于南
어찌하여 물이 고여 있기만 하여 비를 안 주고 / 炎胡泓渟之而不?兮
삭방(朔方 북녘)의 눈과 월령의 독한 장기가 섞여 진창이 됐는고 / 朔雪越嶺之交粘
그러나 남은 그 여파(餘波)로 천하를 다스릴 만하여 / 信餘緖可以理天下兮
노재(魯齋 허형(許衡)의 호)가 홀로 가는 말을 달렸네 / 魯齋獨騁其征?
그 물결의 혜택을 온 천하에 두루하지 않은 데가 없으니 / 然波及者靡不周兮
참상을 어찌 한하리 / 夫何恨於商參
후생이 두렵다 했거니 / 惟後生之可畏兮
푸른 빛이 남에서 나오누나 / 靑乃出乎其藍
다행히 그 도가 해ㆍ달같이 걸렸으니 / 幸其道之揭日月兮
내가 그 빛에 의지하여 만족하네 / 吾依光兮心焉甘
세상의 권세를 잊고 안으로 도를 즐기어 / 將忘勢而?樂兮
날마다 남쪽 처마 밑에 휘파람 불며 기대었네 / 日嘯倚於南?
성가시게 날 자꾸 부르기에 / 苦相招而不止兮
눈썹을 들어 바라보기도 하나 / 忽軒眉而載瞻
어허 내 처음 마음 그지없거니 / 款初心之弗竟兮
일생을 두고 여기 머물러 있으려네 / 終歲月以聊淹
[주B-001]사(辭) : 시(詩)도 아니요, 산문(散文)도 아니면서 운문(韻文)이다. 말하자면 시와 병려문(騈儷文)의 중간에 속한다 할 수 있다. 부(賦)와 비슷하나, 사가 음절(音節)과 정서(情緖)를 위주로 한데 대하여, 부는 서술(敍述)을 위주로 한 점이 다르다.
[주D-001]날개 치는 바람신[飛廉神] : 본시 신령한 새 이름인데, 전(轉)하여 풍백(風伯 바람신). 《한서》
[주D-002]기초시(祁招詩) : 주(周) 나라 목왕(穆王)의 신하 모부(謀父)가 〈기초(祁招)〉라는 시를 지어 목왕에게 간하였는데, 이 시 속에 ‘음음(??)’이라는 글귀는 안화(安和)하다는 뜻이다. 《좌전》
[주D-003]육우(陸羽) : 당(唐) 나라 경릉(竟陵) 사람으로 《다경(茶經)》의 저자인데, 차의 기원, 달이는 법, 맛, 그릇 등에 관하여 자세히 서술하여 천하의 다풍(茶風)을 일으켰다.
[주D-004]반곡(盤谷) : 골짜기 이름인데, 지금 하남성(河南省) 제원현(濟源縣) 북쪽으로서 당(唐) 나라 이원(李愿)이 반곡에 은거(隱居)하러 갈 때 한유가 〈송이원귀반곡서(送李愿歸盤谷序)〉라는 유명한 글을 지었는데, 도통(道統)과 학(學)의 노정(路程)을 서술한 명문이다.
[주D-005]염계(濂溪) : 물 이름인데, 송유(宋儒) 주돈이(周敦?)가 여산(盧山)에 옮겨 살면서 자기 고향에 있는 염계(濂溪)의 이름을 따왔으므로, 세상에서 그를 ‘염계 선생’이라 했다. 주돈이는 《태극도설(太極圖說)》 및 《통서(通書)》 등을 지었고, 성리학(性理學)의 개조(開祖)가 되었으므로 도통을 이었다 한다.
[주D-006]잠깐 …… 듯이 : “산골짜기의 오솔길도 개연(介然)히 다니면 길이 된다.”는 말이 《맹자》에 있는데, 이것은 사람의 마음이 잠깐 트이는 것에 비유하였다.
[주D-007]천지와 …… 있으리 : 도덕이 높은 사람은 천지와 짝을 지어 가히 셋이 된다는 말이다.
[주D-008]우리 도(道)가 …… 간단 말고 : 송(宋) 나라 양시(楊時)가 명도(明道) 정호(程顥)에게 배우고 고향으로 돌아갈 때, 명도가 좌객(坐客)들에게 “내 도가 남으로 가는군[吾道南矣].” 하였다고 한다. 《송사(宋史)》권428
[주D-009]참상(參商) : 참(參)은 서쪽의 별, 상(商)은 동쪽 별로, 서로 어긋나 만나지 못한다는 뜻.
[주D-010]후생(後生)이 두렵다 : 공자(孔子)가 말하기를, “학문이 선배(先輩)보다 진보되는 후생이 두려울 만하다.” 하였다.
[주D-011]푸른 빛이 …… 나오누나 : 후생(後生)과 제자가 전인(前人)이나 스승보다 나은 것을 말하는데, “얼음이 물에서 나되 물보다 차고, 퍼렁이 쪽[藍]에서 나되 쪽보다 푸르다[氷生於水寒于水 靑出於藍靑於藍].” 《순자(荀子)》 권학(勸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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