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국에 사신 떠나는 정몽주(鄭夢周 字는 達可)를 보내며[東方辭]
저 동방에 임금 있어 / 詹東方之有君兮
태고로부터 자존했네 / 肇大始以自尊也
그 사람들이 의와 인을 숭상하고 / 其人佩義而服仁兮
기는 세차고 말은 온순했었네 / 厥氣勁而詞溫也
그러나 그 뒤 세도가 변천하매 / 越世道之升降兮
강렬만을 숭상하여 / 尙剛烈而專門也
걸핏하면 목숨 버림이 / 其輕生而敢死兮
북궁유(北宮?)로도 못 비길지라 / 何北宮?之足言也
주말 전국을 본뜬 풍속 / 倣周季之戰國兮
오싹 소름이 끼치고 간담을 서늘케 하네 / 凜凜乎使人毛竪而驚魂也
던져 주는 밥 먹지 않고, 눈 흘김도 원수를 갚아 / 嗟來不食兮??必報
아비와 형도 모르거니 자식ㆍ손자 아랑곳할까 / 上忘父兄兮下忘後昆也
하물며 처자와 하인들을 / ?妻?與輿臺兮
보기를 개돼지만도 못하고 / 視之不?犬豚也
이 몸이 시어져도 / 蓋此身兮?盡
이름만은 남긴다네 / 羌名譽兮求存也
선비는 죽일지언정 / 士可殺
욕되게는 못할것이요 / 不可辱兮
의관으로 욕 다함은 나라의 치욕이로세 / 辱衣冠痛在國也
이렇듯 백성을 가다듬어 풍습을 길렀으니 / ?于民而陶俗兮
그들로선 그럴듯한 일, 무엇을 책할쏘냐. / 亦其宜而何責也
사물이 극하면 반드시 변하는 법 / 極而罔有不變兮
예양의 풍속이 혹 금시 이뤄질 듯 / 揖讓或在於旦夕也
중국의 의관은 몇 번이나 제도가 바뀌었으나 / 中華衣冠之幾更制兮
우리는 아직 옛날 그대로이네 / 我?猶夫古昔也
천하 만국이 모두 서로 교통하건만 / 舟車所至之必通兮
우리는 아직 문턱을 넘은 일도 없네 / 我?足不踰?也
해 뜨는 곳의 천자가 / 日出處之天子兮
부상 땅에 터전을 잡았도다 / 奄宅扶桑之域也
원래 만물이 자라고 큼은 / 惟萬物之生育兮
동풍이 따스하게 불어 주는 때문이요 / ?谷風之習習也
온 누리를 환하게 내리비춤은 / 惟下土之照臨兮
저 햇님이 혁혁히 떠 있음이라 / ?陽烏之赫赫也
이 두 가지가 나오는 고장은 / 之二者之所出兮
과연 천하 무적의 나라이건만 / 信天下之無敵也
어쩌다 군흉들이 틈타 내달아 / 胡群兇之竊發兮
지금껏 저렇게 창궐하였는가 / 至于今其猖獗也
악명을 천하에 뿌리고 죄가 이미 극도에 이르니 / 播惡名於天下而旣稔兮
지사ㆍ인인들이 모두 동방을 위하여 애석히 여기네 / 志士仁人莫不爲東方惜也
이는 천하의 전쟁을 불러 일으킬 징조 / 是將動天下之兵端兮
의심 없으니 점칠 것도 없네 / 不疑又何卜也
볼과 턱뼈는 서로 의지하는 것 / 輔車相依兮
우와 괵이 거울이요 / 虞?是監
초 나라가 잔나비를 잃으면 화가 온 수풀에 미치는 법 / 楚國亡猿兮禍林木也
교빙을 하면서도 진정으로 하잖으면 / 旣交聘兮或不以情
위에 계신 신명이 정직히 감찰하시리 / 上有神明兮司正直也
이제 그 권이 그대에게 있으니 / 今其權兮有所在
그대는 음식을 부디 삼가고 / 子其愼兮飮食也
일상 생활에 생각을 줄이세 / 少思慮兮興居
건강을 보전하여 그 직책을 다하소 / 保厥躬兮供厥職也
서투른 나의 글이 필력이 쇠했으니 / ?予詞兮筆力衰
말은 끝났어도 뜻은 그지없사외다 / 言有盡兮意無極也
[주B-001]사(辭) : 시(詩)도 아니요, 산문(散文)도 아니면서 운문(韻文)이다. 말하자면 시와 병려문(騈儷文)의 중간에 속한다 할 수 있다. 부(賦)와 비슷하나, 사가 음절(音節)과 정서(情緖)를 위주로 한데 대하여, 부는 서술(敍述)을 위주로 한 점이 다르다.
[주D-001]저 동방에 …… 자존(自尊)했네 : 일본 고대의 군주(君主)가 그 지리적 특수성에 의하여 자존이 세었다.
[주D-002]북궁유(北宮?) : 전국 시대의 역사(力士)로 남에게 지지 않고 임금 찌르기를 거지 찌르듯 하던 자.
[주D-003]던져 …… 않고 : 제(齊) 나라 검오(黔敖)는 흉년에 밥을 지어서 길가에 왕래하는 굶주린 사람을 먹이는데 어느 한 사람이 굶주려서 기운 없이 오는 것을 보고, “아아, 불쌍하다. 와서 먹어라.” 하니, 그 사람은, “나는, ‘불쌍하다, 먹어라’하는 밥을 먹지 않기 때문에 이 지경에 이르렀다.”하면서 먹지 않았다.
[주D-004]해 뜨는 곳의 천자 : 일본이 수(隋) 나라에 보낸 맨처음 국서(國書)에, “해 돋는 나라의 천자가 해 지는 나라의 천자에게 보내는 글[日出處天子 奇書日沒處天子].”라 해서 수 나라 황제가 불쾌히 여겼다. 《수서(隋書)》
[주D-005]부상(扶桑) : 동방 신목(神木) 이름. 전(轉)하여 일본을 가리킨다. “양곡(暘谷)에 부상이 있으니 열 해[日]가 멱감는 곳이다.” 《산해경(山海經)》 해외동경(海外東徑) “부상은 푸른 바다 가운데 있으니 키가 몇천 길, 천여 아름인데 해 뜨는 곳이다.” 《십주기(十洲記)》
[주D-006]볼[輔]과 …… 것 : 보(輔)는 협보(頰輔) 곧 볼, 거(車)는 아거(牙車) 곧 아래턱뼈, 서로 의지하고 돕는 관계. 《좌전》희공(僖公) 5년에, “속담에 이른바, ‘꼴과 턱뼈가 서로 의지하고 입술이 없어지면 이가 차다.’는 말을 우(虞)와 괵(?)을 두고 이름이다.” 하였다.
[주D-007]우(虞)와 …… 거울이요 : 춘추(春秋) 때에 진후(晉侯)가 우(虞)에게 길을 빌어 괵(?)을 멸하고 나서 군사를 돌이켜 오는 길에 또 우를 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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