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매헌부(雪梅軒賦)
이색(李穡)
부상의 늙은 이가 깊은 깨달음을 발하여 / 扶桑翁發深省道根
도의 뿌리가 깊고 맘이 재처럼 싸늘하여 / 固心灰冷
산뜻이 진세를 떠난 얼굴과 / 蕭灑出塵之標
한가히 세속을 끊은 지경이 / 幽閑?俗之境
옥병에서 얼음[玉壺之氷 마음이 깨끗한 것]이 나오는 듯 / 烱?壺之?出
요대에 휘영청 달이 비치듯 / 森?臺之月暎
이에 사장(謝莊)의 설부(雪賦)는 탈태(奪胎)하고 / 爾乃謝語奪胎
송경(宋璟 당나라 문인)의 〈매화부〉는 환골하여 / 宋句換骨
두 부가 유전하여 / 二賦流傳
천추에 뛰어났다 / 千載超忽
시인들이 보고 입 다물고 뭇 떠들며 / 風人?以不譁
문인들 듣고 잠잠한 채 속만 태울 뿐 / 騷客寂而彌鬱
한산자(韓山子 작자 자신)가 백발을 흩날리고 / 韓山子霜?蕭蕭
삼옷을 펄렁이며 / 麻衣飄飄
우연히 만나 한바탕 웃고자 / 思偶然之談笑
정중한 초대를 오히려 싫어하여 / 嫌丁寧之喚招
섬계의 배 삿대를 치며 / 叩剡溪之蘭漿
유령(庾嶺 매화가 많은 고개 이름)의 수레를 달려 가다가 / 馳庾嶺之星?
중도에 머무르는데 / 忽中道而坎止
식목이 불러 청해주네 / 乃息牧之相邀
대방을 열고 바람 난간에서 굽어보며 / 開竹房俯風?
방석 깔고 가부좌하여 / 展蒲團而加趺
노아 차를 끓여 해정하면서 / 烹露芽而解?
주시의 재도(載塗 《시경》중의 구절)를 읊고 / 吟載塗於周雅
은 나라의 국맛 맞추기를 생각하니 / 想調羹於殷室
이는 다만 쓰임없는 쓰임이요 / 是惟無用之用
대저 물건이 있음에 법칙이 있음이로다 / 蓋有則於有物
내가 이에 알괘라, 서역의 교도 / 予於是知西域之有敎
이것과 갑을이라 / 或於斯而甲乙
비와 이슬이 눈과 다 같은 은택이로되 / 雨露均是澤也
농상에 소중하고 / 農桑焉重
복숭아ㆍ오얏이 모두 매화와 다 꽃이건만 / 桃李均是花也
부귀에 마땅하네 / 富貴焉宜
대관절 눈과 매화와 우리 스님이 / 夫孰知雪也梅也
정경이 서로 어울리고 / 吾師也情境交徹
침개처럼 서로 따라 / 針芥相隨
잠깐도 떨어지지 못함을 뉘라서 알쏜가 / 罔或須臾之離也耶
게다가 한 가지가 백옥처럼 빛나고 / 若夫一枝璨璨
천산이 온통 흰빛 / 千山??
나는 새도 끊어지고 / 飛鳥自?
노는 벌도 아니 오며 / 游蜂不偕
먼지 찌꺼기를 기화에 녹이고 / 消塵滓於氣化
우주의 본체(本體 태극(太極))를 심제에 합하면 / 浩大極於心齊
실로 공부에 도움이 있으리니 / 實有助於所學
높은 서재의 편을 삼음이 마땅한저 / 宜其扁於高齋
그뒤 세월이 얼마 / 今歲月之幾何
아름다운 정과 경이 모두 격조했네 / 阻情境之俱佳
일후에 나 병이 나아 쩔룩발 아닌 평보가 되거든 / 異日沈?去蹇步平
돌길이 남여를 타고 / 鳴藍輿於石徑
한번 가 관상하고 속정을 잊으오리 / 當一賞以忘情
[주C-001]설매헌부(雪梅軒賦) : 일본 중 식목수(息牧?)를 위하여 짓다.
[주D-001]사장(謝莊)의 …… 탈태(奪胎) : 도가(道家)의 말로는 범인(凡人)을 바꿔 선인(仙人)을 만드는 것이나 문학의 말로는 문장에는 옛 사람의 일언일구도 도습(蹈襲)하지 않으면서, 스스로 환골탈태 등의 법이 있다 한다.
[주D-002]국맛 맞추기[調羹] : 《서경》에, “간이 맞는 국을 만드는 데는 네가 오직 소금이요, 매실이로다[若作和羹 爾惟鹽梅].” 하였다. 이것은 은(殷) 나라 고종(高宗)이 부열(傅說)을 재상으로 삼으면서 한 말이다.
[주D-003]침개(針芥) : 자석(磁石)에 붙는 바늘과 호박(琥珀)에 붙는 개자.
[주D-004]심제(心齊) : 《장자》에서 나온 말인데, 뜻을 한결같이 하고, 마음을 비워서 도(道)에 합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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