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 동암선사[答東菴禪師]
이색(李穡)
오늘 저녁이 무슨 저녁인가 / 今夕是何夕
금병의 흰 술을 기울인다 / 白酒傾金壺
포도는 겹겹이 그늘 맺었는데 / 蒲萄結層陰
맑은 바람은 자리 한 구석에서 난다 / 淸風生座隅
동암은 우리 삼한의 수재 / 東菴三韓秀
높고 높은 옥으로 된 소도(마을 앞에 세운 둘기둥)이다 / ??玉蘇屠
아, 사문에 유희하여 / 游?於斯文
첩벽이 쌍주를 이었다 / 疊璧聯雙珠
부끄럽다 내가 수창을 욕되게 하니 / 愧我辱酬唱
지초와 난초가 헌우(취초 (臭草))에 섞인 듯 / 芝蘭雜軒于
그물을 벌려 아름다운 글귀를 사냥하는데 / 張羅獵佳句
엄연히 좌우ㆍ우우(모두 사냥하는 진(陣)의 이름)를 열어 놓았네 / 儼開左右盂
전날 선인이 생존하였을 때에 / 疇昔先人在
그 교분은 삼소도보다 깊었었거니 / 契深三笑圖
봄바람과 가을 달에 / 春風與秋月
시와 술로 내기했네 / 詩酒爲??
명교(유교 (儒敎))밖에 초연하였으니 / 超然名敎外
살찌고 여윔을 어찌 의논하랴 / 肯復論肥?
학은 가고 구름만 머물렀으니 / 鶴去雲獨留
인간 세상의 변천을 슬퍼하노라 / 傷心人世殊
돈견인 내가 무슨 다행으로 / 豚犬亦何幸
등 덩굴이 박 덩굴에 얽히었도다 / 藤蔓纏葫蘆
잔술을 감히 사양하지 못하고 / ?酒不敢辭
시령을 감히 벗어나지 못하네 / 詩令不敢逋
취하여 읊조리며 만고를 훑어보니 / 醉吟視萬古
부산하고 시끄럽긴 한 길이로다 / 擾擾同一途
[주D-001]첩벽(疊璧)이 쌍주(雙珠)를 이었다 : 문장이 구슬을 중첩으로 꿰어 놓은 듯하다는 말이다.
[주D-002]삼소도(三笑圖) : 혜원(慧遠)이 여산(驪山) 동림사(東林寺)에 있었는데, 도연명(陶淵明)과 육수정(陸修靜)이 찾아 왔다가 돌아갈 때, 혜원이 전송하매, 평일에는 손님 전송에 호계(虎溪)를 넘지 않았는데 이 날은 세 사람이 이야기하다가 어느덧 호계를 지나 왔으므로 모두 웃었다. 후세의 사람들이 삼소도(三笑圖)를 그려서 전하였다.
[주D-003]돈견(豚犬) : 자기 아들을 남에게 말할 때 낮추어 ‘돈견’이라 하는데, 그 유래를 보면, 오대(五代) 때에 양주(梁主) 주온(朱溫)이 진주(晋主) 이극용(李克用)의 죽음을 틈타서 진나라를 치다가 극용의 아들에게 크게 패하자, “자식을 낳거든 이아자(李亞子 극용을 말함)처럼 낳아야 한다. 내 아들은 돼지나 개이다.” 하여, 후세에서 자기 아들을 겸사(謙辭)로 말할 때에는 ‘돈견’이라 한다.
[주D-004]시령(詩令) : 시인들이 모여서 시를 짓는데, 시를 꼭 지어야 한다든지, 시간을 정한다든지, 어떤 조건을 정하여 어기면 벌을 받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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