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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죽간선사[答竹磵禪師] -이색(李穡) -

천하한량 2007. 2. 2. 04:21

답 죽간선사[答竹磵禪師]
 

이색(李穡)

산에 놀면서는 곤륜에 오르고 / 山游登??
물을 건너서는 방호(선산(仙山))를 지났다 / 水涉經方壺
몸소 천하의 반을 다녔는데 / 身行天下半
발자취는 동해의 모퉁이에서 시작했다 / 跡起東海隅
심신은 말이 마굿간에 매어 있는 듯하고 / 神心馬繫?
세월은 양이 도수장에 가듯 한다 / 歲月羊趨屠
더러운 냄새 나는 가죽 푸대[사람의 몸] 속에 / 誰謂臭皮袋
여의주를 감추었음을 누가 알리 / 自藏如意珠
맑은 얘기는 지극히 오묘한데 / 淸談極要妙
농담은 도리어 과장되고 허탄하다 / ?語還於于
높은 풍치는 천 길 산과 같고 / 高標山千?
담담한 생각은 그릇에 담긴 물과 같다 / 淡慮水一盂
고요한 방에는 향불이 차가운데 / ?室香火冷
좌우에는 책과 또 그림뿐이다 / 左右書與圖
때때로 가끔 시를 지으매 / 時時出詩句
쉽기는 마치 저포(도박의 일종)하는 것 같다 / 易易如??
근원이 깊으매 흐르는 것이 마르지 않고 / 源深流不竭
도는 살졌으나 몸은 심히 파리하다 / 道?身甚?
변환을 잘하는 것이 중의 업인데 / 善幻是僧業
묘한 작용이 때에 따라 달라진다 / 妙用隨時殊
오래 ‘뜰 앞의 잣나무’로 참선하여 / 久參庭前栢
강 위의 갈대를 타려고 한다 / 欲跨江上蘆
하수 언덕이 지금 전쟁에 시달려서 / 河?今苦戰
군령이 도망하는 자 엄하게 단속한다 / 軍令嚴稽逋
바라노니 공은 석장을 날려가서 / 遲公飛?去
저들을 감동시켜 정도로 돌이키라 / 感彼歸正途


[주D-001]뜰 앞의 잣나무[庭前栢] : 어느 중이 조주선사(趙州禪師)에게 묻되, “어떤 것이 조사(祖 師 달마(達摩))가 서방에서 온 뜻입니까.” 하니, 조주는, “뜰 앞의 잣나무[庭前栢樹子]라.” 하였다. 이것을 참선(參禪)하는 사람들의 화두(話頭)라 한다.
[주D-002]강 위의 갈대를 타려 : 달마조사(達摩祖師)가 갈대 한 가지를 타고 강을 건넜다 한다.
[주D-003]석장(錫杖)을 날려가서 : 양(梁)나라 보지선사(寶誌禪師)가 백학도사(白鶴道士)와 산에 터 잡이로 서로 다투다가 약속하기를, 도사는 학을 날려 그 자리로 보내고, 보지선사는 주석 지팡이[錫杖]를 날려 보내어 먼저 그 자리에 도착하는 자가 터를 차지하기로 되었는데, 주석 지팡이가 도사의 학보다 먼저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