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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규 장항발전포럼발표문

천하한량 2007. 1. 11. 21:18
장항역 프로젝트
김인규(안면중)


Ⅰ. 제목

장항역 프로젝트

Ⅱ. 프로젝트 내용

산업의 교통기관으로서 현 장항역을 살아있는 장항사(史)박물관과 장항선 박물관, 영화촬영소, 공원 등으로 재건하여 문화와 기억의 교통기관으로 되살린다.


Ⅲ. 프로젝트의 배경

1. 장항역의 이전
장항선과 군산선이 연결되어 장항역이 마서면 삼연마을로 이전되고 나면 엄청난 면적의 현 장항역의 부지와 역사 건물들이 고스란히 남는다.

2. 장항 도심권의 공동화 우려
이는 자칫하면 구 도심권의 공동화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장항 도심권의 미래에 어두운 그늘을 드리울 수 있다. 물론 그곳에 주택이나 상가를 건설하여 새로운 도심권을 형성할 수는 있으나, 그것은 이미 외부와 연결되는 힘으로서 장항역의 의미와 가치를 대신하기에는 너무 협소한 것이 될 것이다. 물론 그것은 이미 쇠락의 길을 걸어왔지만, 그것이 마침내 사라지는 역사적 순간은 오히려 그것을 전복시켜 새롭게 재생시킬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3. 장항의 구심으로서 장항역
우리는 장항이 장항역과 함께 해온 도시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장항은 그 자체로 내부적 산업 역량에 의해 형성된 자연도시가 아니다. 그곳은 일제의 침략으로 인해 바다와 육지를 연결하는 교통의 중심지로 장항선과 연결되는 장항항이라는 외부로 통하는 힘에 의해 건설되고 유지되어 왔다. 그러나 장항역의 이전은 그러한 힘의 맥을 완전히 끊어놓아 버릴 가능성이 크다. 이미 그것은 오래 전부터 구체화되고 있었다. 금강 하구둑의 건설은 장항으로 보면 불행이었다. 그간 서천에서 장항을 통해 군산으로 이어지던 교통의 흐름이 서천에서 곧바로 군산으로 이어지는 흐름으로 바뀌었을 뿐 아니라 강물의 흐름의 변화로 인해 군산쪽으로 쏠리던 금강의 유입 토사가 장항 쪽으로 쏠림으로서 장항항의 기능조차 마비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에 우리는 발만 동동 구르며 그저 공장 유치 등의 산업화에만 의존하려고 했다. 이에 장항이 가진 입지적 취약화 등으로 그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전반적으로 서천군의 침체로 이어지고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4. 문화산업의 시대
나는 이에 오히려 문화산업이 중심이 되고 있는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제안을 하고자 한다. 장항은 우리가 그간 소홀히 여겼지만, 우리나라 근대사의 역사적 공간으로 의미가 아주 크고, 근대화 시절을 기억하는 공간으로서 아주 큰 가치를 가지고 있다. 우리가 오직 앞 만보고 달렸던 지난 세기에 과거는 기억조차 하기 싫은 치부처럼 여겨졌지만, 이제 놀이와 문화가 중심이 되고 있는 새로운 시대에 추억의 값어치는 실로 놀라운 것이 되고 있다. 우리는 흔히 역사적 유물이나 공간하면 아주 오래된 고대의 것을 연상하려 하지만, 이미 그것은 바로 어제의 우리의 모습일 수 있다. 어렵던 시절의 드라마가 다시 인기를 얻고 그런 드라마가 촬영되었던 장소 또한 관광지가 되는 현상을 살펴보아야 한다. 오히려 과거를 상실한 현대인은 그 아픔과 상처를 달래고자 하며, 그래서 과거를 보존하는데 혈안이 된다. 한 예술가가 앉았던 의자가 명품이 되고 그가 잠을 자던 여관이 명소가 된다. 세계인의 발길이 단지 그 여관에서 하룻밤 묵고자 끊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과거를 무슨 몹쓸 질병이나 되는 것처럼 쓸어버리려 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재평가되고 그 추억이 어떻게 보존되어야 할 것인가 생각해야 할 것이다.

5. 추억의 자리로서 장항선
그런 측면에서 장항선은 충남 서부해안의 사람들 뿐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아주 깊은 기억의 자리이며, 장항역은 그 결절점이다. 장항선이라는 단어만 보아도 우리는 향수를 느낀다. 그래서 장항선이라는 예명을 가진 배우가 있지 않았는가? 또한 장항은 오랫동안 교과서의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우리는 지리교과서에서 장항제련소와 장항항의 뜬다리 부두를 보고 자랐다. 또한 장항농업학교는 일제시대에 세워져 유신의 산업화시기에 공고로 변천되어 사랑받다가 최근에 쇠락하는 학교로 역사의 산증거이다. 그것은 일제의 침략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나라 근대산업의 형성의 역사이며, 그에 대한 애절한 기억이기도 하다. 우리는 거기서 누구나 향수를 느낀다. 나는 전라선이나 경원선, 또는 경춘선 같은 열차를 거의 타보지 않았지만, 그 명칭만으로도 향수를 느끼며 가슴이 저며온다. 아마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장항선에서 그것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이제 그것은 역사의 뒤 안으로 사라지려고 한다. 나는 이에 그것을 기억의 공간에서 되살리는 프로젝트를 제안하고자 한다.

6. 기억의 교통 요충지 장항역
이러한 나의 생각은 장항을 다시 살리고 서천을 살리는 효과적인 제안이라고 확신한다. 장항은 이제 산업과 교통의 중심으로 그 기능이 마비되고 있다. 그것은 우리가 인정하려 하지 않아도 불가피한 역사적 흐름이다. 우리가 이에 장항국가공단의 건설 등으로 그것을 만회 해보려고 하지만 그것만으로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것은 외부와 연결된 힘에 의해 발전해 온 장항의 역사의 단절로부터 일어난 흐름이다. 나는 그런 외부와 연결되었던 과거의 힘을 이제 기억과 문화적 공간에서 되살려 내는 제안을 하고자 한다.

7. 관광 서천의 구심
그것은 테마관광지로서 서천군의 의지와도 맞물리는 것이다. 현재 하구둑 관광단지의 적자문제나 지역 관광산업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장항은 그러한 흐름에서 중심에 설 만한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장항은 또한 이미 아구요리와 복요리로 널리 알려져 있는 상황이다. 그것은 이미 그 의미를 잃어 가고 있는 장항과 군산을 오가는 도선장 등과 연결한다면 충분한 테마관광지로서 의의를 부여받을 수 있다.


Ⅳ. 제안의 내용

1. 살이있는 박물관
살아있는 박물관은 기존의 박물관이나 보존공간의 개념과 아주 다른 것이다. 기존의 박물관은 일반적으로 그저 지난 역사적 사실이나 자료들을 보관하고 관람하는 형태를 띠고 있어 흔히 이를 두고 역사의 무덤이라고 불리운다. 그러나 그러한 박물관은 아주 특별한 것이 아니면 세인의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하고 무덤처럼 죽은 공간이 되어버리고 만다. 그럴 경우 그것은 오직 보존가치가 있는 것을 보관하는 창고이상의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더 이상 그러한 박물관이나 기념공간은 만들어져서는 안된다. 이제 기념공간이나 박물관은 그것 자체로 현재에 살아 숨쉬며 끊임없이 현재 속에 의미를 재생산해야만 한다. 그래야 그것은 창고가 아니라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당대 사람들의 생활공간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그것의 핵심적인 사항은 계속하여 현재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참여와 변경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것은 분명히 보존되고 지켜져야 하는 영역과 계속 현재의 개입 속에서 새롭게 태어나는 영역이 교묘히 교차하는 것을 말한다. 기존의 박물관이 취하는 방법의 한계는 보존을 단지 물건에 초점을 두어 보존을 하려 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보존은 단지 물건이 아니라 추억들이며, 거기에 스며 있는 지나간 사람들의 숨결이다. 그것을 보존하되 계속 후대의 사람들에 의해 재해석될 수 있는 여지를 함께 함으로써 지난 세대의 무덤이 아니라 새로운 세대와 지난 세대가 소통하는 공간이 될 것이다. 때문에 내가 제안하는 살아 있는 박물관이란 물건 몇 개 주어다 놓고 유리관에 넣어 두는 것과는 다르다. 물론 그것도 필요하겠지만 그것은 전체 기획의 일부일 뿐이다.

2. 장항사 박물관
장항사 박물관이란 말 그대로 장항의 변천을 담아 내는 기억공간을 의미한다. 그것은 아마 조선시대 이전으로 이끌어 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일제의 침략과 함께 개펄이 매립되어, 장항항이 개설되고 철도가 놓여지면서, 근대사회의 교통의 중심지로서 부상하던 역사부터 더듬는 것이다. 그리하여 해방이후 일제가 물러나고도 한동안 산업과 교통의 중심으로서 기능하던 장항과 점차 쇠락하는 장항을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은 우리사회의 근대화 1세대로서 중요한 흔적이다. 그것은 어쩌면 조선과 현대 한국사회를 잇는 아주 중요한 징검돌이 될 것이다.

가. 생활사로서 장항사 박물관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장항사람들의 삶의 변천을 조망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곳에서 단지 몇 개의 역사적 사건이나 지표를 읽는 것이어서는 안된다. 우리는 그것에서 장항사람들의 생활과 삶의 변천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그것은 다시 현재와 미래로 소통하는 살아 있는 박물관으로 근거를 확보할 수 있다.

나. 기록의 방식-주민들의 참여
일단 기록은 많은 사료를 모으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그런 것은 역사와 삶의 흔적으로서 아주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민들의 직접 참여이며 그들의 기억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로 하여금 직접 기록하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리고 거기에 사학자들의 참여가 이뤄져야 한다. 단지 사학자들이 자료를 수집하고 기록하는 것이어서는 안된다. 오히려 기록의 주체는 주민이며 사학자들은 그것의 객관성을 살피고 정리하는 보조자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그 보존의 중심내용이 생활이 될 수 있다.

다. 기록의 방식 - 주민들의 인문적 지도그리기
나는 기록의 중요한 한 방식으로 인문적 지도그리기를 제안한다. 그것은 옛 장항의 지도를 주민들이 기억을 더듬어 직접 그려내는 것이다. 그것을 세대별 또는 시대별로 나누어서 할 수 있을 것이다. 각각의 변천의 시점에 따라 그 시대를 살았던 분들이 당시의 지도를 그리는 것이다. 가급적 상세한 지도를 말이다. 그러나 그것은 자연지리가 아니라 관공서나 중요한 건물들의 위치나 자기의 집, 주로 놀던 곳, 당시 사람들이 좋아한 곳, 아니면 싫어한 곳, 무서운 곳, 아니면 아주 중요한 사건이 일어난 곳 등의 비평을 달아서 그리는 인문적 지도이다. 그러한 지도는 당시 사람들의 삶을 읽어 내는 아주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다. 그것들을 모아 사학자들의 고증을 근거로 재편집하여 장항을 시대별로 생활별로 재구성하며 관련 자료나 사진이 첨부된다면 아주 구조적이고 생생하게 살아나는 과거가 될 것이다. 그것은 전체를 하나로 구성하기도 하고 부분적으로 확대하여 구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그것은 한눈에 현재의 장항이 어떻게 성장했고, 사람들의 의식을 규정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시각적 조망을 재현하게 될 것이다. 말하자면 장항의 주민이 자신들의 정서에 기반해서 직접 만들어내는 역사의 흔적과 사료가 될 것이다.
나는 이러한 작업의 가능성을 무수한 나의 교육활동을 통해 확인했다. 학교에 부임하자마자 시작하는 학교길, 마을 지도 그리기는 교사와 학생의 정서를 금새 하나로 통합시키고, 수업을 학생들의 생활에서 시작할 수 있는 무수한 단서를 제공한다. 아마 관광객들이 그러한 지도를 본다면 금새 장항에서 오래 살아온 사람처럼 친근감을 느끼며, 그 골목들을 하나하나 방문하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힐 것이다.


라. 기타 기록의 방식 - 개인의 소장품이나 기념사진, 그림그리기, 글쓰기, 녹취, 등
이에 더 나아가 당대에 찍어 두었던 개인들의 기념사진이나 소장품을 기증 받거나 그들이 기억하는 사건이나 풍경 건물을 그리거나, 또는 글로 기록하고, 녹취하여 그것을 정리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말하자면 개인적 추억의 공간들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럴 때 박물관은 단지 연대기적 기록을 넘어서 당대 사람들의 생활 속으로 침투해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자료를 확보하는 것은 장항 읍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토대로 한다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리하여 보존과 전시는 그러한 기록물을 중심으로 사학자의 고증과 보충자료를 함께 하는 방법을 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아마 그러한 방식은 아직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이뤄진 적이 없는 아주 참신한 방법으로 세인의 관심을 모으기 충분할 것이다.

마. 현재의 기록
물론 그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의 눈으로 읽은 과거라는 의미를 명확히 한다. 어차피 역사란 항상 현재의 눈으로 본 것이지만, 기존의 박물관은 그것을 애써 드러내지 않으려고 한다. 이에 새로운 박물관의 개념은 그것이 현재 속에서 읽어지는 역사로 현재의 장항 사람들 속에 살아있는 역사가 된다. 그래서 또한 거기에는 현재의 장항 이야기가 포함된다. 그것은 자라나는 새로운 세대의 눈으로 읽혀진 장항을 거기에 포함한다. 그것은 어린이나 학생들이 그려보는 장항의 모습으로 채워질 것이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계속하여 새롭게 업그레이드되는 한편 그 기록은 보존하여 누적된다. 그 기록방식은 물론 위에 열거한 방법들을 활용할 수 있다.

바. 박물관의 형식
박물관은 단지 건물 안에 물건을 분류하여 진열하는 형태를 띠지 않는다. 기록의 중요한 부분이 주로 주민의 손으로 직접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여러 가지 매체를 이용하여 제작하여 보존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냥 그것들을 유리상자 안에 보존할 수도 있고, 아니면 표구를 할 수도 있고, 그냥 벽에 낙서하는 방식, 브론즈나 석각, 목각, 등의 방식으로 야외설치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공간도 새로이 만들기보다는 기성의 공간과 건물을 가급적 살려 그 속에서 생활 생태적으로 실현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 그래야 기억을 간직하는 공간으로 의의를 가질 것이다. 나아가 관람객들마저도 직접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아울 러 가진다면 더욱 그 의의는 커질 것이다.

사. 지역적 공간과의 링크
그것은 또한 현재의 장항의 각지에 남아있는 기억의 흔적들을 보존하는 것과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그것들은 일제시대에 건설된 우리의 초기 산업기관일 수도 있고, 또 착취기관일수도 있으며, 해방이후에 장항민들에 의해 자생적으로 건설된 것들일 수도 있다. 나는 현 장항의 도심권은 재개발을 하여 도심화하기보다는 그런 과거의 흔적을 보존하고 문화화 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 가치가 높을 수 있다고 본다. 그것은 남겨지는 것이 지워지는 것보다 더욱 값진 것이 될 것이다. 그것은 낙후된 도시만이 가질 수 있는 강점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장항을 한가로이 산보도 하고, 지역 특산품을 구매하거나, 음식을 즐기고, 배를 타고 군산에 한번 갔다오며, 한산모시타운과 금강 하구둑을 잇는 관광코스를 체험을 할 수 있다면 훨씬 그 값이 크리라고 본다. 그런 면에서 장항은 서천관광의 매듭으로서 요충지가 될 수 있다. 최근의 관광이 보고 신나게 노는 것보다 휴식에 비중을 더 두며 테마화하고 하는 면을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3. 장항선 박물관

가. 살아있는 박물관으로 장항역
박물관의 기본 개념은 이미 언급한 "살아있는 박물관"의 개념 속에 일관성 있게 실현하며, 그것은 장항사 박물관과 별도의 공간을 갖기보다는 다만 개념적으로 장항선이라는 포괄적인 경험을 근거로 하는 개념이 더 추가되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부분적으로는 공간을 구분할 필요가 있겠지만, 전체 속에서는 이미 장항을 기억하는 것과 공간적 구분을 가질 필요가 없으며, 함께 녹아들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별도의 영역으로 설정되어야 하는 의의는 장항이라는 지역적 공간을 넘어 우리나라 사람들의 향수를 장항으로 실어 나르는 매듭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나. 현 장항역의 기능유지
여기에서 핵심적인 측면은 가능하다면 장항역이 마서면으로 이전되더라도 현 장항역의 역으로서의 기능을 살리는 것이다. 물론 화물을 수송하고 여객을 수송하는 역으로서의 기능이야 유지하기 어렵겠지만, 신장항역에서부터 간단한 형태의 관광열차를 운행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래서 그것은 장항 도선장에서 군산으로 넘어가거나, 인근지역을 유람하는 유람선의 형태로 옛 교통의 흐름을 복원한다면 진정으로 추억과 향수를 실어나르는 교통의 요지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서울사람들이 주말을 이용하여 장항선에 몸을 실어 장항을 다녀가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킬 충분한 근거가 된다. 그들에게 그것은 추억의 열차가 될 것이다.

다. 기억의 공간, 장항선
그것이 만일 어렵다면 최소한 장항역의 원형의 중심부를 보존하여 역과 기차를 체험하고 견학하는 공간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장항역을 보존하는 것은 장항선을 기억의 공간속에 남겨두기 위한 필수조건이 된다. 그곳은 설사 역으로의 기능은 죽었다고 하더라도 장항선 종점으로서 그 위치를 당연히 보존해야만 장항선은 여전히 우리 기억속에 살아남을 수 있게된다. 만일 그곳을 깨끗이 쓸어 없애고, 아파트나 상가로 채워버린다면, 장항선은 기억속에서 영영 사라져버리고 말 것이며, 그것은 과거를 잃어버린 장항 자신에게 불행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장항선 박물관은 장항선에 관한 기록을 남겨두는 역할을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종점으로서 장항역을 남겨두는데 더 중점이 두어진다고 볼 수 있다.

4. 영화촬영소(이건 뉴스서천에서 배낀 것입니다-헤헤)
이는 장항역의 보존과 맞물려 장항지역의 낙후로 인해 남아 있는 과거의 흔적들을 오히려 역이용하자는 제안이다. 장항은 일제시대의 크기와 모양을 거의 변형없이 보존하고 있는 지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장항에서 화양 옥포나루와 길산 등지로 이어지는 코스는 일제시대의 신개발지역으로 당시의 건축물과 흔적들을 광범위하게 남겨져 있으며, 특히 70년대 이후 각종 개발들로부터 소외되어 온 지역으로서 60, 70년대 농어촌 도심권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임권택 감독의 장군의 아들이 길산 거리에서 촬영되었다는 것을 기억하자) 나는 이에 장항역을 그 중심에 놓고, 그러한 흔적들을 가급적 보존하거나, 복원하고, 나아가 엄청난 면적의 장항역 부지를 이용하여 더 필요한 영화 셋트장을 설치한다면 그것이 하나의 관광자원이 될 뿐 아니라, 장항선 철도와 연결됨으로써 그 가치는 놀라운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장항사, 장항선, 박물관과 맞물려 관광의 상승효과를 올릴 수 있다고 본다. 생각해보면 그러한 입지조건은 우리나라 어디에도 없어 보인다. 흔히 우리가 영화셋트장하면 고대나 조선시대를 연상하지만, 장항은 일제를 관통하여 6,70년대 산업화 초기를 재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기차와 유람선을 바로 연결시킬 수 있는 교통상의 편리성을 확보하고 있다.

5. 공원도시의 가능성
이러한 계획은 현 장항역을 구심으로 하는 공원도시로서 장항의 면모를 드러내는 것이다. 그것은 기성의 흔적을 지워 내고 일률적으로 잔디를 깔고 나무를 심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기존의 생활공간, 산업공간이 그 기능을 상실하는 대신 기억과 사유, 그리고 산보의 공간으로 변화되는 것을 말한다. 물론 여기에서 그 중심은 장항역이 되며, 거기에 들어서게 될 박물관이나 영화촬영소 등이 그것의 내용이 되겠지만, 그것은 이미 박물관과 링크된 장항의 구 도심권을 전체적으로 산보의 공간으로 그려내는 것을 뜻한다. 그것이 하루 이틀사이에 실현될 수 있는 그런 일이 결코 아니지만, 우리가 장항역의 장래를 어떻게 전망하느냐에 따라서 그것은 장항의 미래가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Ⅴ. 정리-생활생태도시 장항을 향해

때문에 나의 제안은 중심은 박물관이니 영화촬영소니 하는 개별사업에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더욱 중요한 것은 장항이라는 도시의 미래에 대한 전망아래서 이뤄진다. 그것은 단지 장항에 새로운 뭐 하나를 만들자는 것과 다르다. 만일 그런 식으로 뭐하나 새로운 것을 건설하는 방식이 된다면 그것은 금강 하구둑 관광단지와 같은 나쁜 개발사례가 될 것이다. 그것의 실패는 지역적 연관이나 역사적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뜬금없이 열대나무를 우리나라 산에 이식한 것과 같은 사업이었기 때문인 것이다. 사업이란 지역의 역사와 생태속에서 창안되어야 하며, 그것과 함께 실현되고, 그 안에서 성장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장기적으로 자생력을 가지고 지탱되고 성장해 갈 수 있다. 우리는 이미 여러 지역에서 단지 돈과 물량으로 밀어붙인 사업들의 부실한 종말을 보고 있다. 날림 거푸집처럼 아무 지역적 연관없이 이벤트식의 사업들이 초기 거품이 빠지는 순간 지속성을 갖지 못하고, 오히려 예산을 탕진하는 사업으로 발전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러니까 영화 셋트장 같은 것이 고립된 사업으로 배치되거나 추진되어서는 안된다. 그것은 장항의 기억의 공간의 보존이라는 것과 당연히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나는 나의 제안이 장항을 조망하고 장항사람들의 삶의 맥락을 이어나가는 생활생태학적인 근거에 기반하기를 희망한다. 그것은 장항의 미래에 대한 조망을 뜻한다. 나는 장항이 인근 군산과 똑같은 방식의 개발경쟁을 하려하기 보다는 오히려 남겨진 과거의 삶의 흔적과 기억을 활용하는 생활생태(우리는 흔히 생태하면 자연생태만을 떠올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거기에 사는 사람의 생활생태이다. 이에 별도의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도시로 발전하기를 희망하며, 오히려 그것은 군산에 대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힘이 될 것이다. 나의 제안은 그러한 맥락 속에서 사업을 제안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나의 제안 사업이 일거에 건설하는 조급한 방식으로 추진되는 것을 반대한다. 그것은 가능한 범위에서 가능한 방식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은 하나씩 실천되면서 사업의 현실성을 점검하고 검증된 결과에 의해 변경되거나 일부 사업이 취소되거나, 새로이 추가되거나 할 수 있을 것이다. 개별 사업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전체적 조망 속에서 적절한 배치가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사업제안의 제목이 구체적인 어떤 사업이 아니라 "장항프로젝트"인 것이다. 그것이 예산의 문제와 관련해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문제는 기본적 전망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업을 추진하는 인적 구성도 좀더 다양화 할 필요가 있다. 우선 지역사회가 중심이 되고, 거기에는 물론 사학자의 참여가 있어야 할 것이며, 도시기획가, 건축가, 그리고 예술가의 참여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들은 상호 자기들의 전문적 영역에서 장항을 읽어 내고 날줄과 씨줄로 그것을 엮어 내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그간의 사업들이 몇몇 전문가들의 밀실에서 진행되던 것과 판이하게 다르다. 그것은 지역과 전문가들의 협업이 될 것이다. 그래야 살아 숨쉬는 장항 안에서 생태적으로 결합하는 장항프로젝트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