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산자료실 ▒

소곡주 한잔에 갈대도 나도 흔들.. 그렇게 가을이 가네

천하한량 2015. 11. 15. 01:32

깊은 가을, 키를 넘는 갈대밭 위로 새가 난다. 향기롭고 달콤한 술향기 따라 어둠은 일찍 찾아오고 운치와 취흥에 붙잡혀 떠날 길이 멀다. 갈대바람 사이로 소곡주 향이 나는 서천으로 간다.

◆ 금강 하구둑과 조류생태전시관

금강하구는 국내 최대의 철새도래지다. 이곳에 길이가 1841m에 이르는 금강 하구둑이 있고 강변의 조류생태전시관을 시작으로 국립생태원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조류생태전시관은 우리 나라에 찾아오는 철새에 대해 쉽게 이해하고 새와 함께 놀다 갈 만한 체험형 전시관이다. 철새들의 생태환경, 새들의 특징과 생활, 이동경로 등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고 철새 관찰 수칙 같은 교육적인 정보도 흥미롭게 익힐 수 있다. 버드시네마에서는 전시관의 마스코트인 검은머리물떼새의 일생을 관람할 수 있다. 4D 영상관에서는 생생한 영상과 함께 좌석이 다이나믹하게 움직여 마치 내 몸이 새가 돼 날아다니는 듯한 느낌을 체험할 수 있다.
조류생태전시관
이 전시관에서 빼놓지 말아야 할 곳은 4층 옥상정원이다. 금강하구가 시원하게 내려다 보이고 새들이 찾아오는 계절에는 가창오리, 청둥오리, 흑부리오리, 큰기러기, 쇠기러기, 재갈매기 등을 직접 볼 수 있다. 다른 전시관에 비해 박재가 많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옥상에서 직접 볼 수 있으니 굳이 생명이 없는 전시물을 볼 필요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1층에는 북카페와 휴게공간이 있는데 여기서 문을 열고 물가로 나가면 뱃머리처럼 만들어 놓은 데크와 연결된다. 이곳에서 일명 ‘타이타닉 사진’ 찍기를 하는 사람들을 꼭 한번은 만나게 된다. 전체적으로 그리 큰 규모는 아니지만 이 지역을 가장 잘 설명하고 있는 교육적인 공간이어서 가족들과 한번 와볼 만하다.

◆ 백제왕실의 술, 한산 소곡주

소곡주는 우리 역사에 나오는 가장 오래된 술이다. 삼국사기 백제본기를 근거로 하자면 1500년 전부터 이 땅에서 빚어온 술이다. 백제의 역사 서술 중에 자주 등장하고 왕조가 망하는 그 순간에도 의자왕과 함께 소곡주가 등장한다. 한편 조선시대에는 한양에 과거 보러 가던 선비가 한산을 지나다가 목을 축였다고 하는데, 취흥이 돋아 결국 과거를 보지 못했다는 말도 전해온다. 그 맛이 예나 지금이나 기가 막혔는지 집을 털러 간 도둑도 소곡주 한잔을 마시고는 그 맛에 반해 술독을 비우고 술맛에 취해 주저앉았다고 한다.

이게 바로 앉은뱅이 술이다. ‘안 일어나다 못 일어나니…’라고 했으니 취객의 모습이 어땠을지 대충 짐작이 간다. 소곡주는 18도로 독주는 아니다. 그렇지만 한번 앉아 맛을 보면 입안에 퍼지는 감칠맛 때문에 또 한잔을 부르고 미나리무침을 안주 삼아 또 다른 잔을 부르고…. 처음에는 호기심에 시작했다가 결국 주저 앉아 술독을 비우고야 만다.
한산소곡주
누룩
맛의 비결은 정성이다. 염분이 전혀 없는 천연수와 좋은 재료를 썼는데 이것이 백제시대부터 내려오는 비법이다. 통밀, 맵쌀, 찹쌀, 들국화, 메주콩, 엿기름, 생강 등 결코 단순하지 않은 재료들을 가지고 누룩만들기, 밑술만들기, 민술만들기, 덧술만들기, 숙성하기 등의 과정을 거친다. 화학첨가물을 넣지 않고 고급스러운 감칠맛이 나는 이유다. 술은 100일 동안 자연발효기간을 거친 후에야 소곡주로 태어난다. 이것을 다시 소주고리에 증류하면 43도 증류주가 된다. 오래 보관할수록 깊은 맛을 낸다.
술은 감미, 산미, 신미, 고미, 지미, 청량미 등의 균형이 잘 어울려야 한다는데 이 소곡주가 그 맛의 정수를 보여준다. 그러니 대한민국 전통주 페스티벌 등 각종 대회의 수상 이력은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고혈압 방지’ 같은 술의 효험은 이 앉은뱅이 술을 좋아하는 애주가들의 핑계가 아닐까.
한산소곡주 전수관
한산에는 수십개의 소곡주 양조장이 있다. 이중 대한민국식품명인으로 지정된 우희열 명인의 양조장에서 소곡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나장연 전수자의 말을 들어보니 처음 전수를 시작했을 때는 새로운 술맛을 개발하려 했다고 한다. 하지만 여러번의 시행착오와 실패를 거듭하며 1500년을 이어온 전통의 맛이 정답임을 깨닫게 됐다. 지금은 전통의 맛을 이어가기 위해 전통의 방법을 거스르지 않고 정성과 시간을 들여 소곡주를 만들고 있다.

◆ 신성리 갈대밭

신성리 갈대밭은 요즘 유행하는 말대로 ‘가을가을 하다’. 7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갈대가 올라온다는데 왜 유독 가을인지 모르겠지만 갈대가 ‘가을을 가을답게’ 만든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이 갈대밭은 너비 200m, 길이 1.5㎞, 면적 10만여평 이상 되는 우리나라 4대 갈대밭 중 하나로 꼽힌다. 겨울에는 고니와 청동오리가 모여드는 철새군락지이자 영화 <jsa 공동경비구역=""><jsa 공동경비구역="">과 드라마 <추노>의 촬영지다. 이 드넓은 강변은 예전에 곰개나루터라고 불리던 곳으로 고려말 최초로 화약을 가지고 왜구를 소탕한 ‘진포해전’이 있었던 곳이기도 하다. 갈대 사이로 들어가기 전에 들판을 내려다 보면 조금 무서운 생각도 든다. ‘저기서 길을 잃으면 어쩌지?’</jsa></j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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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리 갈대밭
신성리 갈대밭 솟대소망길
갈대숲 입구에 자리잡은 포슬포슬 하얀 것은 억새다. 보통 물가에는 갈대가, 산에는 억새가 핀다고 하는데 여기선 두가지 다 볼 수 있다. 3m까지 자라는 장신의 갈대에 비하면 억새는 귀엽고 팬시한 느낌까지 든다. 사실 일반인에게 공개된 면적은 전체의 2~3%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자연훼손을 막기 위함이다. 이곳에 산책길을 내고 영화테마길, 갈대문학길, 솟대소망길, 하늘산책로 등을 테마별로 꾸며 놓았다. 전망대도 두개가 있어서 갈대숲 가운데 있는 전망대에 오르면 드넓은 벌판을 만끽할 수 있고 강변전망대로 나오면 확 트인 금강 건너편으로 군산이 보인다. 오른쪽 끝으로 걸어들어가 비로교를 건너 신성리나루터로 가면 나룻배와 함께 고즈넉한 운치가 있다.</jsa></j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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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리 갈대밭
갈대숲 사이로 짧은 해가 떨어진다. 사진 작가들은 이 순간을 붙잡기 위해 손이 바빠진다. 한번씩 빰을 스치는 바람이 이제 제법 차다. 며칠 지나면 감당하기 어려운 시린 바람으로 변할 것이다. 소리 또한 장엄하고 쓸쓸한 것이 가을답다. 갈대밭 풍치가 가을에 절품인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

[여행 정보]

서천군 조류생태전시관 가는 법
경부고속도로 - 천안논산고속도로 - 당진영덕고속도로 - 서천공주고속도로 - 동서천 IC교차로에서 ‘군산, 금강하구둑, 장항’ 방면으로 우측방향 - 장산로

[대중교통]
화양정류소 - [서천-화양] 버스 승차 - 하구둑관광단지 정류장에서 하차 - 도보이동

[주요 스팟 내비게이션 정보]
서천군 조류생태전시관: 검색어 ‘서천군조류생태전시관’ / 충청남도 서천군 마서면 장산로 916
한산소곡주: 검색어 ‘한산소곡주’ / 충청남도 서천군 한산면 충절로 1118
신성리 갈대밭: 검색어 ‘신성리갈대밭’ / 충청남도 서천군 한산면 신성리 125-1

서천군 조류생태전시관
문의: 041-956-4002 / http://bird.seocheon.go.kr
관람시간: 오전 10시 ~ 오후 6시 (월요일, 설날, 추석 당일 휴관)
관람요금: 청소년 이상 1500원 / 어린이 1000원
입체영상체험료(4D 영상관): 1000원

한산소곡주
문의: 041-951-0290 / http://www.sogokju.co.kr
쇼핑몰고객센터: 010-4145-2298

신성리갈대밭
문의: 041-950-4224

서천군 문화관광
문의: 041-950-4256 / http://tour.seocheon.go.kr

● 음식
할매온정집: 국물이 깔끔하면서도 얼큰하고 싱싱한 아구 맛이 살아 있는 아구탕과 아구찜이 대표메뉴다.
아구찜 8만~12만원 / 아구탕 1만7000~2만원 / 소곡주 1만~3만5000원
041-956-4860 / 충청남도 서천군 장항읍 장서로 47번길 20

● 숙박
서천유스호스텔: 펜션형에서 호텔형까지 다양한 객실과 캠핑장, 세미나룸 등 가격대비 상당히 좋은 시설을 갖췄다. 작가 초청 전시회, 청소년 체험 프로그램, 기업연수를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
예약문의: 041-956-0003 / http://www.scyouthtel.or.kr / 충청남도 서천군 장항읍 장항산단로 34번길 72-40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j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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