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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가계부채 스페인보다 심각…위험 수준"

천하한량 2012. 6. 29. 17:15

[정수남기자] 작년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아홉번째로 무역 1조달러를 달성하고, 올해는 세계 경기 위축에도 불구하고 지난 2월부터 4개월 연속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으나, 실제로는 최근 재정위기에 빠진 스페인보다 더 심각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광수경제연구소는 29일 신용평가회사인 미국의 무디스社가 한국의 가계부채를 경고하고 있는 가운데 작년 말 현재 가계가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한 가계대출 총액은 1천36조원이며, 반대로 가계가 금융기관에 예금하거나 채권을 매입한 저축은 997조원이라면서 국내 가계의 과도한 부채 위험을 경고했다.

또 작년 국내 가계 가처분소득은 674조원 정도로 가계대출을 가계의 가처분소득으로 나눈 가계부채 비율은 153.7%에 달하며, 이는 작년 명목국내총생산(GDP) 1천237조원의 83.7%에 이른다고 연구소는 강조했다.

이를 채무위기를 겪고 있는 스페인과 비교해 보면 작년 스페인의 가계부채 총액은 8천751억 유로로 가계의 가처분소득(8천348억 유로) 대비 105%, 명목GDP(1조734억 유로) 대비 82% 수준이다.

아울러 서브프라임론 사태로 부동산투기 거품이 붕괴된 미국의 경우에도 투기거품이 절정에 달했던 지난 2007년 가계부채는 13조6천810억달러로 가계 가처분소득 대비 131%에 달했으며 명목GDP대비로는 97.5%였다.

이후 미국은 작년 투기거품 붕괴로 가계부채 총액이 12조9천300억달러로 줄면서 가계부채는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111.5%, 명목GDP 대비 86%로 각각 급락했다.

◆우리나라 가계부채 심각한 상태, 부채비율 스페인보다 높아

이를 감안할 경우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심각한 상태라고 연구소는 지적했다.

아울러 스페인과 미국은 명목GDP에서 가계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58.3%와 70%인 반면, 우리나라는 53%에 불과해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상대적으로 가장 심각하다고 연구소는 덧붙였다. GDP 중 가계소비를 기준으로 한 가계부채 비율은 스페인이 140.6%, 미국(2007년 기준)이 139%, 우리나라는 158%.

이 같은 가계부채 증가는 낮은 수신금리에서 기인한다고 연구소 측은 설명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작년 국내 금융기관의 평균 대출이자율은 5.91%인 반면, 평균 예금이자율은 3.03%로 대출이자율에서 예금이자율을 차감한 예대마진률이 지난 2008년 3.4%에서 작년에 2.88%로 축소됐다.

이로 인해 가계의 이자수지가 적자로 전환됐으며, 이자수지 적자 폭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고 연구소는 강조했다.

서성민 김광수경제연구소 연구이사는 "지난 2001년 가계 이자수지 적자 전환은 가계가 자산운용을 저축에서 부동산으로 갈아타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며 "이처럼 가계가 안전한 저축에서 위험한 부동산으로 갈아타게 된 원인은 외환위기 이후 급격히 진행된 금리하락이 원인"이라고 말했다.

금리가 빠르게 떨어지면서 저금리 고착화로 저축에 대한 이자수입이 줄자, 가계가 높은 수익을 기대하면서 부동산투기로 몰렸다는 게 서 이사의 주장이다.

이 기간 가계는 위험투자를 하고 반대로 투자를 해야 할 기업이 저축을 더 늘렸다고 서 이사는 설명했다.

이는 기업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생산적인 투자를 하지 않고 대신, 가계가 투기적 시세차익을 얻기 위해 천문학적인 가계부채를 동원해 부동산 투기를 한 것이다.

연구소는 이로 인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투기거품이 꺼지면서 현재 가계가 잘못된 투자의 위험을 감수해야 할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했다.

서 이사는 "심각한 가계부채로 인해 우리나라 가계는 심각한 이자수지 적자가 만성화되고 있을 뿐만이 아니라 시간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면서 "한국의 가계부채 문제는 시장실패와 정부실패(정치실패)의 합작품"이라고 한국은행과 정부가 조속히 가계부채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연구소 측은 지난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당시 우리나라는 이미 정부실패를 경험했다. 이후 정부 실패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채 지난 2000년 이후 카드대란과 부동산 투기거품이라는 시장실패를 낳았고, 참여정부는 임대주택 공급 대신 신도시 개발과 뉴타운 재개발사업 중심의 분양주택 공급확대 정책을 실시하는 방향착오를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역시 이명박 정부도 소모적인 각종 토건사업과 무분별한 규제완화 등의 부양책을 남발했으나, 정부와 토지주택공사 등 공기업의 천문학적인 공적 채무만 급증한 채 투기거품이 꺼지는 것을 막지 못했다는 게 연구소는 지적이다.

/정수남기자 perec@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