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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더미 앉은 스페인, "부가세 더 걷겠다"

천하한량 2012. 6. 27. 17:09

그동안 부가가치세(VAT) 인상은 절대 없다고 주장해 오던 스페인 정부가 재정 적자 감축 압박에 부가세 인상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26일(현지시간) 스페인의 마르타 페르난데스 쿠라스 예산 차관은 "정부 재원을 확보하고 공공부문 적자를 메우기 위해 감세나 면세를 받고 있던 부문의 부가세율을 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고 스페인 일간지 엘 파이스는 전했다.

스페인 재무부 대변인도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유럽집행위원회(EC)와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를 받아들여 내년부터 특정 부문의 부가세를 더 거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인상 폭과 구체적인 실행 시기 등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익명의 재무부 관계자는 엘 파이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일반 부가세율인 18%보다 훨씬 낮은 4~8% 부가세율을 적용받는 품목이 대폭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며 "일반 부가세율 자체가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스페인에서 4%의 부가세율을 적용받는 품목은 책, 신문, 식료품 등이 있다. 8%의 부가세율은 호텔 숙박요금, 여행상품, 영화나 공연 관람료, 교통 등의 품목에 적용된다.

부가세 인상은 그동안 스페인 정부가 보여온 정책 방향과 상반된 내용이다.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 행정부는 그동안 재원 마련을 위해 부가가치세가 아니라 소득세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물건을 살 때 저절로 세금이 부과되는 부가가치세를 인상할 경우, 소득세를 올릴 때보다 저소득층에 더 큰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라호이 총리는 지난해 선거 유세 기간에도 부가세 유지를 핵심 공약 중 하나로 내세웠다.

전문가들은 스페인 정부의 태도가 돌변한 이유로 "구제금융을 신청하면서 주변 국가의 눈치를 살필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스페인은 그동안 주변 국가들보다 훨씬 낮은 부가세를 걷어 왔다. 스페인의 일반 부가세율 18%는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의 25%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아일랜드(21.5%), 포르투갈(21%), 이탈리아(20%) 등 다른 피그스(PIIGS) 국가에 비교해봐도 더 낮다. 2010년 이전에는 일반 부가세율이 16%에 불과했다.

그러나 EC와 IMF가 스페인 정부에 재정 적자 감축을 위해 부가세 인상시기를 앞당기라고 요구하면서 스페인 정부가 압박을 받았다는 것.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마크 밀러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와의 인터뷰를 통해 "재정 적자 목표치를 달성하고 주변 국가들을 끌어 들이기 위해 부가세 인상안과 같은 과감한 결정이 필요했을 것"이라면서도 "이번 정책으로 민간 소비도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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