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잠을 설치게 했던 유로2012가 드디어 막을 내렸다. 매 경기가 최고였고, 흥미진진했다. 특히 정상을 밟은 스페인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무적함대를 앞세워 세계 각지를 평정한 그들의 황금시대처럼 지금은 가히 스페인 축구 전성기라고 부를 만 하다. 최근 4년 간 메이저 대회 타이틀을 3차례나 차지했으니, 누가 스페인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TV 생중계를 지켜보는 동안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상대 지역에서 1차 압박을 시작해 2차 미드필드 라인과 3차 자신의 진영에서 볼을 빼앗아 재빨리 전진하는 스페인 특유의 전략에 모두가 속절없이 녹아내렸다. 하프라인 근방에서 볼을 소유한 상태에서 상대 골 망을 흔들 때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불과 5초 남짓. 리드미컬하고 엄청난 템포는 마치 컴퓨터 축구게임을 보는 듯 했다.
하지만 스페인이 더욱 뛰어난 까닭은 다른 부분에서도 찾을 수 있다.
스페인이 강한 것은 바로 풀뿌리 시스템이다. 올해 초 잉글랜드와 프랑스를 돌아본 뒤 스페인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FC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 현장 구석구석을 살피며 받았던 충격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당시 스포츠동아 칼럼을 통해 스페인이 금세기 최강일 수밖에 없는 이유로 철저한 유소년 축구 인프라와 성장 과정을 꼽은 적이 있다. 어린 선수들은 성인과 똑같은 훈련을 하고 있었다. 성인 선수들처럼 빠르게 공수 전환을 했고, 10초 이내에 슛을 시도한 뒤 15∼20초 사이에 자신의 포지션으로 되돌아오는 연습을 했다. 정형화된 플레이와 반복적인 패턴 훈련을 통해 스페인 영광을 이룬 것이다.
한국 축구도 배워야 할 필요가 있다. 수박 겉핥기식으로 슬쩍 겉만 살피는 게 아니라 속을 깊이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배우다보면 우리에게 꼭 맞는 시스템이 분명 존재한다.
물론 스페인이 최강이라고 해서 현실에 맞지 않는 것까지 무작정 받아들이지는 않아도 된다. 다만 10년과 20년까지 내다보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한국식 스페인 축구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여기서 언급하고 싶은 건 클럽시스템이다. 단순히 요즘 대세라는 이유로 바르셀로나 따라하기에 그치지 않고, 필요하다면 2부 리그 팀까지 두루 살필 자세도 필요하다.
이번 대회 직전 한국은 스페인과 A매치를 치렀다. 또 대한축구협회는 스페인축구협회와 상호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들었다. 우리로서는 좋은 기회다. 언젠가 스페인의 영광을 한국이 따라잡기를 간절히 희망한다면 지나친 바람일까.
스포츠동아 해설위원·전 대구FC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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