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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도 뱅크런說… 정부 否認에도 불안감 ‘일파만파’

천하한량 2012. 5. 18. 14:57

17일 스페인 정부가 발칵 뒤집혔다. 이날 현지 일간지 엘 문도가 스페인 4위 은행 방키아의 예금이 지난 1주일 동안 10억 유로(약 1조5000억 원)나 빠져나갔다고 보도하면서, 그리스에 뒤이은 스페인의 뱅크런(대량 예금인출) 가능성을 보도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그리스 뱅크런 사태가 스페인, 이탈리아로 전이되는 것을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최악의 시나리오로 지적해 왔다.

↑ ‘그리스 불똥’ 맞은 한국 : 18일 코스피지수 1800선이 장중 붕괴되자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2가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긴장한 표정으로 시장 추이를 살펴보고 있다. 김동훈 기자 dhk@munhwa.com

엘 문도의 보도는 스페인 등 유럽 주요 증시를 강타했다. 방키아 주가는 이날 한때 전일 대비 29%나 추락했다가 14% 하락으로 마감했다. 파이낸셜타임스 등은 방키아 주식가치가 지난해 6월 이후 현재까지 무려 61%나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스페인과 그리스 리스크에 노출된 유럽 대형은행들의 주식도 3∼4% 하락했다.

방 키아는 지난 2010년 저축은행 부실로 인한 경제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정부 주도하에 7개 저축은행들이 합친 형태로 출범한 은행이다.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는 지난 10일 방키아 역시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을 막기 위해 구제금융을 투입해 부분 국유화를 단행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시장은 방키아에 투입되는 공적자금을 70억~100억 유로 규모로 추정하고 있다.

하 지만 정부의 10일 발표는 방키아 예금주들의 불안감을 오히려 부채질한 것으로 보인다. 엘 문도에 따르면 10일 이후 1주일간 방키아에서 빠져나간 예금은 10억 유로에 달한다. 정부의 권유로 방키아 주식을 산 약 40만 명의 투자자들은 주가하락으로 투자금액의 반도 회수하기 어려운 처지가 되자 정부에 대해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처럼 사태가 심상찮게 돌아가자 스페인 정부가 직접 수습에 나섰다. 페르난도 히메네스 라토레 재무차관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자처해 "방키아 예금 인출 관련 보도는 전혀 근거없는 오보"라면서 "스페인은 여전히 구제금융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뱅크런이 일어날 리스크에 대해서도 전혀 우려하지 않고 있다"며 시장 우려를 불식시키려 안간힘을 썼다.

방키아 역시 예금 인출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성명서를 통해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며 고객 달래기에 나섰다. 방키아 이사회 의장에 새롭게 추대된 호세 이그나시오 고이리골사리는 엘 문도 등과의 인터뷰에서 "예금의 비정상적인 변화는 없다"며 "방키아가 매우 탄탄하며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을 고객들은 믿어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정부와 방키아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17일 미국 증시가 마감되자마자 스페인 16개 은행의 추가 신용등급 강등조치로 화답했다.

한 편 그리스와 스페인에 이어 벨기에, 프랑스, 이탈리아에서도 예금 인출 규모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그리스 언론 카티메리니는 금융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지난해 벨기에의 덱시아 등 2개 은행에서 1200억 유로 이상이 인출됐고, 프랑스에서도 같은 기간 동안 크레디 아그리콜과 BNP파리바 등에서 900억 유로가 인출됐다고 보도했다. 빠져나간 자금은 영국 HSBC와 바클레이스, 독일 도이치뱅크, 스위스 크레디트 스위스와 UBS, 러시아 스베르방크 및 VTB 등에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오애리 선임기자 ae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