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권다희기자][은행 부실대출 문제 해결 '갈 길 멀어'…'은행지원으로 정부 재정 악화 고조' 우려]
그리스 정치권 불안감에서 촉발된 유로존 위기 불길이 유독 스페인으로 거세게 확산되고 있는 데는 스페인 은행권에 대한 우려가 작용하고 있다.
스페인 신뢰 상실이 촉발된 시점은 3월 초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가 재정적자 목표를 수정하면서 부터다. 스페인 정부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8.5%였던 재정적자비율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상태에서 올해 GDP 대비 재정적자 목표를 4.4%에서 5.8%로 대폭 올려 잡았다.
일 방적 수정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자 스페인 정부는 EU와의 협의를 통해 재정적자 목표치를 5.8%보다 낮은 5.3%로 재조정했다. 그러나 시장의 신뢰는 회복되지 않았다. 3월 1일 4.87%까지 하락했던 스페인 국채 금리가 다시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하며 16일 6.5%까지 넘어섰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스페인이 시장 신뢰를 회복하기 힘든 데는 스페인 은행권에 대한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
스 페인 정부는 부동산 버블 붕괴에 따른 부실대출 문제의 산실인 지역은행 까하를 45개에서 14개로 통폐합하는 대대적 은행개혁을 단행해 왔다. 그러나 스페인 중앙은행에 따르면 스페인 은행들이 건설업체들에게 제공한 대출액 4000억 유로 중 여전히 1760억 유로의 상환이 불분명하고 316억유로는 무수익여신이다.
현재 스페인 은행의 장부 가치는 1998년 후 8배로 증가했으나 스페인 은행의 수익은 고점 대비 반에 불과하다. 이는 스페인 은행들이 아직 자산상각을 감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페인은행감독기국에 따르면 스페인 은행의 부실대출은 8.16%로 18년 내 가장 많다. 금융위기 시작 전 이 비율은 1%도 채 되지 않았다.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지난달 재무상태가 취약한 스페인 은행들에 스페인 당국이 추가 자금 지원을 실시할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 이 경고는 스페인 3위 은행 방키아 부분 국유화로 현실이 됐다. 스페인 정부는 방키아를 지원하기 위해 구제금융 자금을 투입하고, 이를 주식으로 전환해 국영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7개의 저축은행이 합병돼 구성된 방키아는 스페인 중앙은행에 회생계획 수정안을 제출해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 도 스페인 은행권에 투입되는 공적자금이 스페인 정부 재정 부담이 고조될 수 있다고 경고 한 바 있다. 이미 재정적자 감축 압박에 놓인 스페인 정부가 은행권 부실대출을 돕기 위해 추가 자금 지원에 나설 경우 재정 상황이 더 어려워질 수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
스 페인은 2000년대 중반까지 건설업 붐을 타고 경제성장을 구가했다. 스페인은 1994년부터 2007년까지 연평균 3.5%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2008년 세계 9위의 경제국으로 부상했다. 1995년 12.75%였던 10년만기 국채 금리가 유로존 가입 후 2005년 9월 3%까지 낮아지며 부동산 건설 붐이 확산됐다.
그러나 시장 호황기에 쌓인 버블이 2007년 후 글로벌 금융위기와 함께 붕괴됐다. 관광업과 주택 경기 호황에 따른 건설업에 의존해 성장해 왔던 스페인 경제는 취약한 제조업 기반과 낮은 저축률로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 문제로 이어졌다. 스페인 비 금융기업들의 부채는 GDP 대비 220%로 공공부문(GDP 대비 66%)의 4배다. 민간부채 문제는 스페인 경제의 장기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 중 하나이자 스페인 은행권에 대한 우려를 낳는 원인이다.
실업률이 24.4%에 달하는 스페인 경제가 긴축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배경이다. 지방자치가 발달한 스페인의 경우 집권당인 국민당 정부가 지방정부들의 지출을 통제하지 못해 정부지출 감축 목표인 16.9%를 계획한대로 달성하기 힘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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