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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두달 내 유로존 이탈 가능성 60%"

천하한량 2012. 5. 17. 19:49

[머니투데이 최종일기자][[그리스 재선거]②그리스 유로존 이탈이 몰고올 후폭풍]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에 따른 피해 규모는 파국(catastrophe)과 아마겟돈(armageddon·엄청난 재앙) 사이쯤에 있을 것이다" (찰스 달라라 국제금융협회 회장)

그리스가 16일(현지시간) 과도정부를 구성, 다음달 17일 2차 총선을 치르겠다고 밝히며 혼란을 추스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총선이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는 이들은 거의 없다. 긴축이행을 반대하고 모라토리엄 선언을 주장하는 좌파정부의 수립이 현재로선 가장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이기 때문이다.





그리스 아테네대학 건물 앞으로 아테네 시민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아테네(그리스)=홍봉진 기자

'그렉시트(Grexit·그리스 유로존 탈퇴)'에 대한 경고음이 도처에서 울리고 있는 것은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한 것이다. 그리스 국채 교환에 참여했던 국제금융협회(IIF) 달라라 회장은 이날 "그리스에서 예금유출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낸 뒤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은 가능하지만 불가피하단 말은 쓰고 싶지 않다. 그리스뿐 아니라 유럽과 글로벌 경제가 입게 될 손실이 막대하기 때문이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날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역시 네덜란드 현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그렉시트는 막대한 비용을 초래한다며 그리스 새 정부가 구제금융 협상을 지지할 것을 요청했지만, 그렉시트를 포함해 최악의 상황도 준비했다고 털어놨다.

그렉시트가 현실화되면 가장 큰 피해는 그리스가 입게 된다. 옛 통화 드라크마의 부활과 50% 이상의 평가절하로 그리스 국가 부채 부담은 증가하고, 기업들은 부채 상환 압박이 가중되고 돈줄이 막혀 부도 사태에 직면할 것이다. 더욱이, 평가절하에 따라 이득을 볼 수 있는 수출산업이 그리스에선 발달돼 있지 않다. 또 수입물가 상승으로 초인플레이션이 예상돼 그리스 국민들의 삶은 더욱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

막대한 부채로 인해 긴축을 진행중인 국가들에 위기가 전염된다는 점은 글로벌 금융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주시하고 있는 부분이다. 런던 제프리스 인터내셔널의 이코노미스트 마첼 알렉산드로비치는 그리스가 유로존을 떠나면 그리스의 공공 및 민간 부채 4758억달러 중 상당액이 손실을 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단기적으로 50% 이상 평가절하가 예상되는 드라크마로 부채가 변제되거나, 그리스가 공식적으로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이는 연쇄 반응을 일으킨다는 것이 알렉산드로비치의 설명이다. 또 다른 재정위기국 포르투갈은 4870억달러, 이탈리아는 2조3400억달러, 스페인은 2조3000달러의 부채를 갖고 있다. 그렉시트가 발생하면 투자자들은 이들 국가에서 그리스의 선례를 밟을 가능성이 조금만 감지돼도 공포를 드러내고 국채를 매도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재정위기국 국채 금리는 급등하고 유럽 은행들은 핵심국 기업들에까지 대출을 회피할 것이다.

우려는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지난 3월 초 4.87%까지 하락했던 스페인 국채 10년물 금리는 다시 가파르게 상승, 16일엔 장중 6.5%까지 넘어섰다. 국채 금리 7%는 포르투갈, 아일랜드 등이 구제 금융을 받게 되기 시작한 수치이다.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는 이날 "(국채 발행으로) 자금을 빌리지 못하거나 천문학적인 금리로 자금을 빌리게 될 심각한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유로존 핵심국가들도 손실을 피해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릴의 이에섹(IESEG) 경영대학원은 프랑스는 845억달러, 독일은 1143억달러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전세계 약 450개의 금융기관을 대변하는 국제금융협회(IFF)는 지난 2월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로 발생할 총 피해규모가 1조유로(1476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WB) 총재는 이날 워싱턴 이코노믹클럽 연설에서 그리스가 유로존을 떠나면 2008년 리먼사태를 연상시킬 정도의 엄청난 파급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런던 소재 SLJ 매크로 파트너스의 설립자 스티븐 옌 역시 그렉시트는 "지독한 혼란"을 초래해 최소 수개월 동안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모간스탠리 출신으로 저명한 외환 애널리스트인 옌은 그리스가 어느 단계에 이르면 유로존을 떠날 가능성이 99%라고 전했다. 또 앞으로 2달 내로 그렉시트가 발생할 가능성은 60%에 이른다고 전망했다. 앞서 7일 씨티그룹은 그리스가 내년 말까지 유로존에서 탈퇴할 확률을 75%로 제시했다.

그리스의 이탈은 유로존 시스템 재편의 서막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의 컬럼니스트 클리브 크룩은 "전체 유로존의 붕괴도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아닌, 선택사항이 될 수 있다"며 "변방의 재정위기국에서 핵심국가로 자본유출이 가속화되면서 위기국들은 상황이 악화돼 유로존 이탈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투자자들은 유로존이 어느정도로 축소될 것인지를 이미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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