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더 큰 경제 규모의 국가로 확산될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리스는 지난해 말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가 9.1%(국가 부채 165%)로 국제사회의 구제금융 없이는 빚도 갚을 수 없는 사실상 '절반의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그리스 민간채권단은 3월 절반의 손실률을 안고 그리스 채권을 30년 장기국채와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채권으로 교환해 부담을 많이 줄였다. 전문가들도 "유럽이 그리스 부도와 유로존 퇴출은 감당할 수 있다"고 말한다. 진짜 걱정거리는 이탈리아 스페인 등 병이 든 주변 공룡국가의 문제다. 그리스 경제 규모의 4배로 유로존 경제 규모 4위 스페인과 3위 이탈리아는 부채가 너무 커 구제금융 자체가 논의된 적이 없다.
만약 그리스가 디폴트에 빠져 빚을 못 갚는 상황이 되면 그리스에 가장 많은 돈이 물린 유로존의 1, 2위 경제국인 독일과 프랑스가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 특히 프랑스는 금융기관은 물론 국가 신용등급 추가 하락이 예상된다. 게다가 그렇지 않아도 엄청난 부채와 재정적자로 허덕이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그리스의 채무를 추가로 떠안게 되는 것이다. 이럴 경우 국채 금리 상승으로 이들 국가의 빚도 급증하고 금융기관의 무더기 부실이 불가피해져 구제금융 국면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EU의 구제금융은 최대로 늘려 놓은 게 5000억 유로이다. 하지만 독일 프랑스 영국 세 나라가 스페인에 빌려준 돈만 3000억 유로가 넘는다. 이탈리아 국가부채는 무려 1조9460억 유로에 이른다. 재정이 부실한 국가나 건전한 국가 할 것 없이 서로 엄청난 빚이 얽혀 있다. 한 나라가 파산하면 관련국과 금융기관에 연쇄적으로 불길이 번지는 구조가 바로 유로존의 가장 큰 문제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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