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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바르사]주먹이 운다 ‘구타유발 더비’

천하한량 2011. 8. 20. 01:00






◇ 벤치에 있던 무리뉴 감독은 선수들이 뒤엉켜 있는 무리로 들어가 상대팀 티토 빌라노바 코치를 가격했다. ⓒ 스카이 EV 중계화면

축구 라이벌전은 언제나 거칠다. 그렇다보니 축제가 난장판으로 바뀌기도 한다.

스코틀랜드 셀틱서 뛰고 있는 기성용(23)은 레인저스와의 올드 펌 더비에 대해 "축구라기보다는 차라리 전쟁"이라면서 "태클도 발목을 향해 들어온다"고까지 표현했다.

그러나 현대축구 라이벌전에서 선수들끼리 주먹다짐까지 가는 경우는 많지 않다. 기성용 말처럼 거친 플레이가 많아도 그건 어디까지나 게임 도중 일어나는 사고일 뿐이고, 심판의 엄중한 판정(통제) 아래 놓여있기 마련이다.

선수들이 과거처럼 무식하게 폭력을 휘두르지 않는 이유는 말 그래도 영악해졌기 때문이다. 한 순간의 분을 참지 못해 주먹을 내지른다면, 팀 분위기를 망쳐 패배의 원흉이 될 수 있는 데다 개인적으로도 무거운 벌금과 장기간 출장정지라는 철퇴를 피할 수 없다.

또 경기 전 어린이들과 함께 페이플레이기를 들고 나오는 행사에서도 알 수 있듯, 축구선수들은 사회적으로도 모범이 되어야 할 '스포츠 공인'이다.

이 때문일까. 세계에서 가장 거칠기로 악명 높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리버풀 '레즈 더비', 아시아에서 가장 거친 K리그 소속의 FC서울-수원삼성 '수도권 더비'에서도 동업자 정신이 묻어난다. 게임은 치열해도 경기가 끝나면 서로 악수하고 위로하며 덕담도 나눈다.

심지어 관중들이 몰래 식칼과 도끼, 수제폭탄까지 가져오는 악명 높은 이탈리아 세리에A SS라치오-AS로마 '로마더비'에서도 구단끼리 양측 서포터의 충돌을 우려, 서로 암묵적인 몸싸움 자제 속에 양보 없는 명승부를 펼친다.

그러나 최근 현대축구 라이벌전 흐름을 거스르는 '무식한 클래식 더비'가 있다. 바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양대 산맥 레알 마드리드-FC바르셀로나 '엘 클라시코'다. 붙었다 하면 1명 이상 퇴장 당하는 사건이 일상이 됐다. 지난 18일(한국시간) 누 캄프서 열린 슈퍼컵 2차전에서도 축구가 아닌 집단 격투기(?)를 펼쳐 전 세계 축구팬들의 비난을 샀다.

이날도 5골을 주고받으며 달아오르던 경기는 종료 직전 몸싸움으로 이어졌다. 마르셀로가 파브레가스에게 위험한 태클을 가한 것이 발단이 됐다.

선수들은 뒤엉켰고, 사태를 진정시켜야 할 코칭스태프조차 자제력을 잃고 싸움하기 바빴다.

특히, 이날 인종차별적 행동까지 했던 조제 무리뉴 감독과 바르셀로나 수석코치가 승강이를 벌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급기야 이 과정에서 벤치에 있던 무리뉴 감독은 선수들이 뒤엉켜 있는 무리로 들어가 상대팀 티토 빌라노바 코치를 가격했다. 이에 바르사 미드필더 사비 에르난데스는 "무리뉴 감독이 스페인 축구를 망치고 있다"며 맹비난했다.

벤치에 앉아있던 선수들의 행동도 좋지 못했다. 다비드 비야메수트 외질의 뺨을 때리며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이날만큼은 레알과 바르사 선수들 모두는 전 세계 축구팬들 앞에서 '구타 유발자'로 전락했다. 순간의 분을 누르지 못한 선수 탓에 양 측 서포터까지 충돌했다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지나칠 정도로 볼을 돌리는 전술(의도적 시간 소비)에 집착하는 바르사와 할리우드 액션을 일삼는 일부 선수들, 과도한 승부욕을 앞세운 레알의 거친 수비 모두 볼썽사납다. 경기가 끝나고도 악수는커녕 서로 비난하기 바쁜 행동도 참 못났다.

붙기만 하면 개와 고양이처럼 이성을 잃은 채 침 흘리며 으르렁거리는 선수들 탓에 수준 높은 경기를 기대했던 전 세계 축구팬들의 주먹은 아직도 울고 있다.[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

스포츠 객원기자-넷포터 지원하기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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