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석학 마틴 펠드스타인 교수의 긴급진단]
"유로화 강행이 禍를 키워 유로존 전체 붕괴할 수도…
오바마 대책, 듣기는 좋지만 실제 효과는 별로 없을 것"
"그리스와 포르투갈은 결국 국가 부도(디폴트) 사태를 맞게 될 것입니다."미국을 대표하는 경제 석학 중 한 사람인 마틴 펠드스타인(Feldstein· 71) 하버드대 교수는 6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단호한 어투로 말했다.
금 융투자협회 주최 심포지엄에 참석차 방한한 그는 "한국에 오기 전 유럽을 방문해 현지 상황을 점검한 결과 예상보다 심각했다"면서 "특히 유럽의 경제위기를 초래한 그리스와 포르투갈 두 나라의 채무상황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두 나라가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EU 17개국)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있고, 이는 유로존의 붕괴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 ▲ 마틴 펠드스타인 교수는 “유럽의 경제위기를 초래한 그리스와 포르투갈은 결국 국가 부도 사태를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그는 또 "미국 경제는 더블딥 가능성이 커졌지만, 현재로선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면서 "미국 정부는 내년 11월 대통령 선거 이후에나 제대로 된 경기 회복 조치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 재정위기의 전망은.
" 유럽 위기는 국채(國債)의 가치가 하락해 이를 보유한 은행에 악영향을 주고, 이것이 다시 국채의 가치를 하락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심각해졌다. 그리스와 포르투갈의 문제는 설사 국가 채무 문제를 해결한다 해도 장기적으로 경상수지 적자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수출을 통해 이익을 얻으려면 환율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어야 하는데, 유로화를 사용하므로 개별 국가가 환율을 조정할 수 없는 데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유로존의 미래는.
"그리스와 포르투갈은 유로존에서 탈퇴할 가능성이 있다. 나아가 국가부채 문제가 스페인과 이탈리아로 확대되면 상황이 악화돼 유로존 전체가 붕괴할 수도 있다. 유로존에서 탈퇴하면 경제가 더 고통을 받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실제 그럴지는 아무도 모른다. 만약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탈퇴한 후 상황이 호전된다면 더 많은 국가들이 탈퇴할 것이다."
펠드스타인 교수는 "'유로존'은 유럽 전체로 보면 '경제적 실수'"라며 "단일 통화와 고정 환율인 '유로화 체제'는 처음부터 말이 안 되는 것인데, 유럽 정치인들이 이를 무시하고 강행해 화를 불렀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다시 경기침체(recession)에 빠질 것으로 보나.
"몇 주 전에 그 확률이 50%라고 했는데, 지금은 50% 이상으로 높아졌다."
―8일로 예정된 오바마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은.
"귀에 듣기는 좋지만, 실제 효과는 별로 없는 대책일 가능성이 크다. 내년 대선을 놓고 정치권의 대립이 시작돼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오기 힘들다. 내년 11월 미국 대선이 끝난 후에나 나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