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 확산]
구제금융 9000억유로 예상, 헤지펀드들 "伊서 손털자"
그리스·포르투갈 등서도 "유로화 버려야 살아난다" 회원국 탈퇴설 잇달아
"붕괴 시간문제" 회의론 확산
그리스에 이어 이탈리아의 재정위기가 부각되면서 거대한 단일통화권인 유로존이 출범 12년 만에 최대 분열위기를 맞고 있다.
유럽 재무장관들이 그리스에 대해'선별적 디폴트(채무불이행)' 허용방안까지 들고나섰지만 이해관계 대립으로 문제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은데다 유로존을 이끌 만한 리더십 문제까지 제기되면서 유로존은 총체적 위기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유럽연합(EU)이 이탈리아와 그리스 문제에 골치를 앓고 있는 사이에 포르투갈과 아일랜드 등이 호시탐탐 유로존 이탈을 엿보고 있으며 독일 등 다른 국가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EU가 포르투갈에 대해 이탈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나선 것도 유로존 붕괴의 조짐을 초반부터 막겠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외신들과 전문가들은 유로존 붕괴에 대해 시간문제일 뿐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유로존 붕괴설 부채질하는 이탈리아=
1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유로존 가입 이래 최고치인 5.67%까지 치솟았고 이탈리아 밀라노증시는 4% 가까이 폭락하는 '블랙먼데이'를 겪었다. 특히 이탈리아 은행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유니크레디트 주가가 6.3% 하락했다. 이달 들어 유니크레디트 주가는 무려 25% 급락했다.
이날 이탈리아 증시와 채권시장이 큰 혼란을 겪은 것은 미국계 헤지펀드 등 시장의 '큰손'들이 이탈리아에서 손을 털기 시작했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이미 지난주 말 투매 사태에 놀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 국가)은 유럽 3위 경제대국인 이탈리아의 재정위기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긴급 회동을 가진 바 있다.
그리스ㆍ포르투갈ㆍ아일랜드를 합친 것보다 배나 많은 9,000억유로의 구제금융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는 이탈리아가 무너지면 유로존도 붕괴된다. 이탈리아의 경제규모나 유로존 비중을 감안하면 유로존 금융위기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는 셈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금융시장 역시 발행 채무가 총 1조6,000억유로에 달하는 이탈리아 금융위기가 본격화되면 유로존은 제대로 견딜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포르투갈 등 탈퇴설 '솔솔'=
로이터 등 주요 외신들은 11일 조제 마누엘 두랑 바호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위원장이 RTP 채널과의 인터뷰에서 "포르투갈이 유로존을 떠난다면 비극이 될 것"이라며 "고려조차 해서도 안 될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바호주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포르투갈의 유로존 이탈에 대한 경고인 것이다. 포르투갈의 경제상황은 최근 유로존 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그리스나 이탈리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실업률은 올 들어 12%를 훨씬 웃돌고 있다. EU는 이미 포르투갈이 물가상승과 저성장이 함께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포르투갈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은 지난해 구제금융을 받은 뒤부터 꾸준히 제기돼왔다. 포르투갈이 유로존에서 탈퇴하면 당장은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유로화를 사용하면서 나타났던 부작용을 없애고 근본적으로 국가 체질을 개선시키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유로화를 포기하고 자국 통화를 사용할 경우 자국 통화가치를 평가절하해 자국 기업의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붕괴는 시간문제" 회의론 확산=
구제금융만으로는 그리스를 위기에서 구해낼 수 없다는 회의론이 높아지면서 그리스에서도 유로화를 버리고 유로존에서 탈퇴하는 것만이 근본적인 해법이라는 의견도 확산되고 있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11일(현지시간) '경제학 콘서트'의 저자이자 FT의 경제 칼럼니스트인 팀 하포드와 인터뷰를 갖고 "단일통화체제의 유로화는 결국 불행한 결과를 맞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도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이 성공하지 못할 것이고, 결국 그리스를 비롯해 포르투갈도 유로존을 탈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루비니 교수는 "유로존이 최적의 통화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한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며 "유로존 주변국이 경쟁력과 성장세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통화연합체에서 탈퇴하는 게 더 바람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로존 회원국들은 똑같은 금리와 똑같은 환율을 적용받아 각국 경제사정에 맞는 통화정책과 환율정책을 사용하지 못한다. 각국 정부가 재량대로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이 재정정책밖에 없어 결국 방만한 재정운용이 유로존의 심각한 부채위기를 야기하는 원인이 됐다.
그리스나 포르투갈 등이 결국 유로존을 탈퇴해야 한다고 보는 전문가들은 이들 국가에 대한 구제금융이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는 해결할 수 있지만 경제를 ㅋ茶綱동?올려 스스로 자금상환능력을 회복시킬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이밖에 그리스와 포르투갈보다는 독일이 유로화를 버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데이비드 블랜치플라워 다트머스대 교수는 "독일인들이 타국 지원에 반대해 유로화를 버릴 가능성도 있어 유로화 붕괴에 대한 정치적인 영향이 매우 크다"고 전했다.
문승관기자 skmo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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