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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이 만들어낸 풍성한 스페인 식탁

천하한량 2011. 5. 27. 17:27

다양성이 만들어낸 풍성한 스페인 식탁

스페인 사람들에게 음식은 단지 생명을 유지 이상의 의미를 가지니 그것은 생활이며 행복의 가치로 승화되어 있는 듯하다. 스페인사람들이 하루 다섯 번 식사한다는 말은 그들이 얼마나 음식에 대한 애착이 강한 지를 잘 보여준다.

아침에 일어나면 간단하게 바게트를 준비하고, 올리브오일을 찍어 먹으며, 거기에 우유를 곁들여 커피를 마신다. 오전 11시에서 12시 사이엔 간단한 '삔초'(Pincho: 바케트를 기본으로 햄, 초리소, 또르띠야 등으로 구성된 간단한 음식)와 커피, 와인, 또는 맥주를 마신다. 물론 점심은 오후 1시30분에서 3시 사이에 하며, 오후 5시에서 6시쯤엔 또 다시 간단하게 삔초와 음료를 마시고 저녁은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가족과 함께 10시 이후에 먹는다. 이런 전통적인 식습관 때문에 스페인의 식당들 중 점심 때 빨리 문을 여는 곳은 오후 1시쯤이고, 대부분 1시30분에서 2시 사이에 문을 연다. 물론 저녁식사 시간은 8시30분에서 9시쯤에 문을 열어 손님이 있을 때까지 영업은 계속한다. 간혼 한국에서도 외국인들이 늦게까지 앉아 수다를 떨고 있는 것을 본다면, 아마 스페인사람이 아닌가 생각해 볼 만하다.

스페인은 1년 내내 축제가 있는 나라로도 유명하다. 따라서 축제에서 축제로 이어 다니며 스페인 일주를 하는 것도 대단히 흥미로울 것이라 추천하고 싶다. 한편, 축제에는 다양하고 풍성한 스페인의 음식을 맛볼 수 있을텐데, 그 중에서도 '빠에야'(Paella), '또르띠야'(Tortilla), '하몬'(Jamon), '초리소'(Chorizo), '모르시야'(Morcilla) 등이 손꼽히고, 남쪽 지방에 간다면 '가스빠초'(Gazpacho)가 추가된다. 음료로는 '비노'(포도주)를 비롯해, '시드라'(Sidra: 사과주), '상그리아'(Sangria: 와인과 과일을 섞은 칵테일)을 꼽을 수 있겠다.

빠에야는 쌀의 생산지인 '발렌시아'(Valencia) 지역에서 시작된 음식으로 쌀을 수확하면서 야외에서 커다란 팬을 걸고 쌀과 야채, 토끼고기, 닭고기, 돼지고기 등을 썰어 만들어 먹던 음식이다. 물론 이제는 지역마다 특산물을 넣어 나름대로 지역만의 독특한 빠에야를 맛볼 수 있겠다.

현재 세계적으로 알려진 빠에야는 60~70년도에 스페인에서 일어난 관광 붐으로 인하여 북유럽인들이 스페인에 와서 아름다운 지중해 해변과 강렬한 햇살, 투우, 플라멩코 등과 함께 스페인의 대표적인 상징물로 발전하여, 내용물은 달라도 천연 샤프란 가루로 노랗게 물들인 쌀밥 빠에야는 세계 주요 도시에서도 맛볼 수 있게 되었다.

또르띠야는 감자, 양파와 계란으로 만든 일종의 '오믈렛'이다. 지역에 따라 양파는 제거될 수도 있지만 파이처럼 잘라서 빵 한 조각과 맥주나 와인을 곁들여 간식이나 간단한 식사로 스페인사람들이 가장 즐겨먹는 음식이기도 하다.

기타 하몬, 초리소, 모르시야는 지역마다 특성을 가지고 만들어진다. 예로부터 각 가정에선 돼지를 길러 겨울이 시작될 무렵엔 '마딴사'(Matanza)로 겨울의 시작을 알렸다. 말하자면 겨울을 나기 위해 음식을 준비하는 행사로 볼 수 있고, 그것은 우리의 김장과 유사한 의미를 갖고 있다. 마을의 주요행사며 축제였던 마딴사는 돼지를 잡아 부위별로 나누며, 금방 먹을 것은 잘라두고 먹으며, 나머지는 염장이나 '아도바도'(Adobado: 파프리카와 다른 허브를 사용하여 마리네한 것)를 하여두었다가 생산물이 없던 겨울을 지내면서 영양보충을 했던 것이다.

초리소와 모르시야는 돼지 내장을 이용하여 만드는 일종의 소시지인데, 초리소는 내장 안에 고기, 파프리카와 각종 허브를 넣어서 만드는 반면, 모르시야는 돼지 피가 주 재료로 쓰이며, 한국의 순대와 유사하다.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초리소는 재료에 따라 매운 맛도 있고 맵지 않는 맛도 있다. 그냥 햄처럼 먹기도 하고, 그릴에 구워먹던가 시드라를 곁들여 데쳐 먹을 수도 있다. 모르시야는 꼭 튀기거나, 그릴에 익혀서 먹어야 한다.

더운 남쪽지역인 '안달루시아'(Andalucia)에서는 가스빠초도 즐겨 먹는다. 토마토를 주재료로 하여 오이, 피망, 빵, 마늘, 올리브오일, 와인식초를 함께 간 후, 걸러서 차갑게 먹는 스프이며, 전날에 만들어 두었다가 먹으면 숙성되어 더욱 맛이 있다.

스페인은 유럽에서도 땅이 넓은 나라에 속하며, 아프리카와 유럽을 잇는 지리적 특징을 갖고 있어 다양함이 어느 나라보다 두드러진다. 그 다양함은 지역 뿐 만 아니라, 문화적 다양성도 의미하며, 당연히 음식의 다양성으로 이어진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아랍 및 지중해 중심의 풍성한 유럽 음식 문화가 스페인에 고스란히 남아있는 것이다. 정열을 보기위해 찾아 든 스페인에 이런 음식문화를 맛볼 수 있다는 것은 여행의 또 다른 성과가 아닐 수 없다.

(김 정 희, 호텔인터불고 스페인요리장, 대구과학대학 겸임교수)
(본 내용은 '파리바게트'의 인터넷 잡지 6월 호에 실린 내용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