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포르투갈과 우리(스페인)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각종 복지가 축소되는 것에 불만이 있지만 포르투갈처럼 되지 않을 겁니다."(스페인 알리칸테 소재 라마리나 쇼핑센터 직원)
현지시간으로 지난 16일, 지중해의 따사로운 햇볕이 비추는 토요일이었지만 라마리나 쇼핑센터는 한가하기만 하다. 이 곳 매장 곳곳에는 50%까지 할인한다는 사인이 붙어있다. 이 쇼핑센터는 경기변동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스페인 대표 휴양도시에 위치해 있지만 이미 작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잇따른 세일에도 고객 발길이 뜸해졌다.
포르투갈이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던 지난 7일. 작년 5월 그리스와 11월 아일랜드에 이어 3번째로 들려온 구제금융신청 소식에도 전 세계 금융시장은 의외로 잠잠했다. 어차피 지난 10년간 연평균 성장률 0.7%에 머물렀던 허약한 펀더멘털을 가진 포르투갈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불똥은 대마불사(大馬不死), 혹은 유럽 재정위기 늪에서 그나마 성공적으로 헤쳐나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던 스페인으로 튀었다.
일단, 전문가들은 스페인이 구제금융 신청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1조5000억유로에 달하는 유로존 4위의 경제대국 스페인이 국가부도에 빠질 경우 4500억 유로(한화 약 700조원)의 구제금융이 필요한데 이는 EU 회원국 구제금융 기금 총액인 4400억 유로를 넘는 규모다. '대마불사론'에 의한 스페인 생존법이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다. 최근에는 스페인 정부가 약 41억3000만유로(약 44조6000억원) 규모의 3년만기 국채를 발행하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그러나 스페인 국민들 심중에는 자신감과 안도감 속에 못내 감출 수 없는 불만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쇼핑센터 직원 가르시아씨는 "알리칸테가 휴양도시라 다른 대도시보다는 양호하지만 일자리를 잃은 친구들이 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스페인 실업률이 20%를 웃돌고 특히 청년층 실업률은 43%를 넘는다. 6년 전 유로존에서 창출되는 신규 일자리 중 60%가 스페인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은 이제 한낱 추억이 됐다.
또 내년이면 세입의 110%를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지방정부 채무, 특히 주택을 중심으로 한 민간부채는 시한폭탄이다. 알리칸테 해변가 부동산중개업소에도 가격이 종전대비 20% 이상 낮춰진 매물들이 적지 않다.
포퓰리즘 정책으로 지적을 받았던 각종 복지제도도 축소일로다. 스페인 정부는 작년 12월 공항지분 49% 민간에 매각, 국내 최대 규모인 마드리드 공항과 바르셀로나 공항 등의 민영화 등을 발표하면서 실업자 보조금(약 월 420유로)도 삭감키로 햇다. 공무원 임금 5% 삭감과 출산수당(2500유로)도 폐지키로 했다.
이 같은 전반적인 재정축소를 통해 2009년 GDP의 11.1%였던 재정적자를 올해는 6.0%로 낮출 계획이다. 복지정책이 축소되면서 예상치 못했던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스페인은 이민자를 대거 받아들이면서 외국인 거주자가 450만명에 달하는데 이는 전체 인구의 11%를 차지하는 규모다. 이주노동자도 6개월 이상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이상 실업수당과 출산장려금 등 복지혜택을 내국인과 동일하게 받는데 복지축소의 화살이 이들 탓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해변가 레스토랑에서 근무하는 알리타씨는 "대도시에서는 이민자들의 복지혜택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많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사회 경제 구조상 지하경제와 농업이 발달돼 저임금 노동자가 절실했던 스페인 정부의 선택이었지만 경제위기 속에서는 이들이 여론의 '희생양'이 돼버린 셈이다.
포르투갈 구제금융 신청의 유탄을 벗어나더라도 스페인 정부가 향후 신구세대간, 회사원과 자영업자간, 이민자와 토착민간 심화되는 갈등을 봉합해 사회통합을 이뤄야 하는 또 하나의 숙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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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칸테(스페인)=박성호 기자 vicman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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