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인자료 ▒

바르샤(FC바르셀로나의 애칭)의 환호 뒤에 '바르샤의 남자' 있다

천하한량 2011. 5. 5. 14:47

과르디올라 감독,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 꺾고 챔프리그 정상 도전
출발부터 바르셀로나 - 12세 때 유소년팀 입단, 볼보이로 뛰다 20세에 1군
91년부터 리그 4연패 이끌어… 감독 4년만에 8번째 우승컵
무리뉴와 머리 싸움서 승리 - 1차전선 공돌리며 기습공격, 2차전은 강력한 압박작전

FC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라이벌 대결인 '엘 클라시코(El Clasi co)' 4연전이 혈투 속에 막을 내렸다. 결과는 1승2무1패로 호각세. 하지만 마지막에 웃은 쪽은 바르셀로나였다.

승리의 포효… 주제프 과르디올라 바르셀로나 감독은 사령탑에 오른 지 4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벌써 8개의 우승컵을 들었다. 올 시즌에도 팀을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끌어올린 데 이어 정규리그 3연패(連覇)가 유력하다. 과르디올라가 4일 레알 마드리드전에서 페드로의 골이 터지자 주먹을 쥐고 환호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바르셀로나가 4일 홈구장인 캄프 누에서 열린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에서 레알 마드리드와 1대1로 비기며 1·2차전 합계 3대1로 결승에 올랐다. 후반 9분 페드로의 선제골로 앞서간 바르셀로나는 10분 뒤 마르셀루에 동점골을 허용했지만 더는 실점하지 않았다.

명선수가 명감독이 됐다

"선수들의 노력 덕분이다. 그들은 남아공월드컵 이후 거의 쉬지 못하고도 이번 시즌 훌륭한 활약을 펼쳤다."

주제프 과르디올라(40·스페인) 바르셀로나 감독은 경기 후 소감을 묻자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하지만 과르디올라를 빼고 바르셀로나의 영광을 논할 수 없다. 그가 부임한 2008년 이후 바르셀로나의 우승 트로피를 세어본다면 답은 나온다.

바르셀로나는 2009년 6개의 우승컵(정규리그·FA컵·챔피언스리그·수퍼컵·UEFA수퍼컵·FIFA클럽월드컵)을 들며 축구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올 시즌 역시 정규리그와 챔피언스리그 동시 우승을 노린다.

무리뉴의 분노… 지난달 28일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에서 불만을 표시하는 주제 무리뉴 레알 마드리드 감독. /AP 연합뉴스

'젊은 명장' 과르디올라는 바르셀로나 축구를 대표하는 이름이다. 카탈루냐 출신인 그는 12세 때 바르셀로나 유소년팀에 입단해 디에고 마라도나의 공을 받아주며 볼 보이로 뛰었다. 20세가 되던 1991년 네덜란드 '토털 사커'를 이끈 요한 크루이프 감독의 눈에 들어 1군에 합류했다. 세계적인 수비형 미드필더로 이름을 날린 그는 호마리우(브라질), 스토이치코프(불가리아), 라우드럽(덴마크) 등 당대 최고의 스타들과 함께 바르셀로나의 리그 4연패(1991~1994)와 챔피언스리그 우승(1992)을 일궈냈다.

2008년 바르셀로나 사령탑에 오른 과르디올라는 선수 시절 몸으로 체득한 크루이프의 축구 철학을 그라운드에서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짧은 패스를 통한 공의 소유와 압박으로 공간을 선점하는 축구를 원했다.

무리뉴와 지략 대결에서 이겼다

레 알 마드리드와 승부는 '스페셜 원' 주제 무리뉴와의 지략 대결을 의미했다. 4강 1차전에서 무리뉴 감독이 디아라, 알론소, 페페 등 3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바르셀로나의 공격을 막아서자 과르디올라는 정면 대응 대신 수비 쪽으로 처져 공을 돌리며 상대를 안달 나게 하는 작전을 폈다.

바르셀로나는 패스를 돌리며 체력을 효과적으로 비축했고 공을 뺏기 위해 쫓아다닌 마드리드는 힘이 빠지면서 파울을 남발했다. 결국 승부는 페페가 레드카드를 받은 후반 중반 이후 바르셀로나로 기울어졌다. 무리뉴 감독은 1차전 퇴장으로 2차전에서도 벤치를 지키지 못했다.

과르디올라는 두 골을 앞선 2차전에선 압박의 지점을 끌어올렸다. 레알 마드리드는 후방부터 끈질기게 따라붙는 바르셀로나의 압박에 자주 공을 뺏겼다. 이는 빠른 전진 패스를 거쳐 순식간에 메시와 페드로 등 전방 공격수에 연결됐다. 레알 마드리드는 바르셀로나의 패스 게임에 경기 내내 끌려 다녔다. 바르셀로나는 4강 2차전에서 레알 마드리드(261개)의 2.4배인 631개의 패스를 성공시켰다.

웸블리에서 19년 만의 정상 도전

'티키타카(스페인어로 탁구공이 왔다갔다하는 것을 뜻함)'란 별칭을 얻을 정도로 짧은 패스를 강조하는 과르디올라의 경기 스타일은 '패스마스터'로 불리는 사비와 이니에스타 등의 능력을 극대화한 축구다. 4강 2차전 베스트11 중 8명이 어릴 때부터 바르셀로나 유소년팀에서 패스 게임을 해온 선수들이다. 크루이프는 "바르셀로나는 21세기형 토털 사커팀"이라며 "과르디올라가 축구의 수준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과르디올라가 써내려 가는 바르셀로나의 성공 신화는 어떻게 마무리될까. 29일 결승전이 열리는 런던 웸블리구장은 그가 선수 시절인 1992년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섰던 장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