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이 있는 한산(韓山)은 비록 작은 고을이지만, 우리 부자(父子)가 중국의 제과(制科)에 급제한 까닭으로 천하가 모두 동국(東國)에 한산이 있는 줄을 알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그 훌륭한 경치를 가장(歌章)으로 전파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팔영(八詠)을 짓는 바이다.
日光石壁 일광석벽 일광의 석벽
李穡 이색 1328~1396
崔嵬揷平野 최외삽평야 넓은 들판에 높다랗게 치솟아
縹緲俯長天 표묘부장천 아득히 하늘을 굽어보는데
翠壁僧窓小 취벽승창소 푸른 절벽 작은 승방 창가에
佛燈空半懸 불등공반현 불등이 반공에 걸려어 있네
日光寺 일광사 취봉산(鷲峯山)에있다(취봉산(鷲峯山) 군 남쪽 5리에 있다)
한산 팔영(韓山八詠)을 소나무[松]로 시작한 것은 스스로 책려(策勵)하는 뜻이고, 낚시질[釣]로 마친 것은 곧음을 생각한 것이며, 그다음의 일광(日光)은 동방에서 나와 원근(遠近)에 두루 미침을 의미한 것이고, 그다음의 고석(孤石)은 확고한 그 바탕에 드러난 그 우뚝함을 취한 것이며, 그다음의 회사(回寺)는 군(郡)의 사적(史蹟)을 중히 여기는 뜻이고, 그다음의 원산(圓山)은 병사(兵事)를 삼가는 뜻이며, 그다음의 진포(鎭浦)는 백성의 이로움을 보인 것이고, 그다음의 압야(鴨野)는 백성의 생활을 정립한 것이다. 그리하여 가벼운 일로부터 중한 일로 들어가서 말단적인 것을 먼저 말하고 근본적인 것을 뒤에 말한 것은 진문(晉問)의 글이 당(唐)에서 마친 것을 본받은 것이니, 고을의 선사(善士)들은 감조(鑑照)하기 바란다.
<牧隱詩稿卷之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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