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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비가 전한 무림비급은...

천하한량 2009. 4. 17. 18:01

악비가 전한 무림비급은...   2009/04/13 16:00 추천 4    스크랩 3
http://blog.chosun.com/muye/3863018
 

금나라의 중무장 기병의 남하를 저지하여 송의 구국명장으로 떠오른 악비 장군에 대해 지난번 참마도를 언급하면서 간단히 살펴본 바가 있습니다. 하지만 악비 장군은 그렇게 간단히 스쳐 지나갈 인물이 아닙니다. 중국 역사에서는 그를 절대적인 영웅으로 추앙하고 있으며, 또한 무술사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아주 중요한 인물이지요. 특히 악비 장군과 역근세수경에 얽힌 일화는 지금껏 회자되는 무림의 일대 사건입니다. 역근세수경. 그렇습니다. 달마대사가 남겼다는 바로 그 역근세수경입니다.


때는 송나라 말기. 당시 남송(南宋)은 유목 민족인 여진이 세운 금(金)의 침입으로 수도 개봉을 빼앗기고 황제마저 포로로 잡혀가는 수모를 당한 상황이었습니다. 마지막 남은 한 뼘의 땅덩어리마저 금의 말발굽에 유린당할 절체절명의 순간에 악비 장군이 등장합니다.


파죽지세로 돌진하는 금나라 기병에 맞서 악비는 장도(長刀, 참마도의 일종)로 무장한 군사들에게, 말 위의 적을 보지 말고 오직 말의 다리만 베라고 명을 내림으로써 대승을 거둡니다.


“산을 움직이기는 쉬워도 악가군(岳家軍)을 움직이기는 어렵다.” 악비에게 대패한 금의 기마 전사들은 이 말을 남기고는 퇴각합니다. 이 때문에 악비는 악왕(岳王)으로 불리며 중국의 역대 수많은 장군들 중 가장 사랑받는 민중의 영웅으로 추앙받게 됩니다. 특히 그가 귀족명문집안의 출신이 아니라 농민 출신이었기 때문에 더욱 많은 사랑을 받게 됩니다.


관우와 함께 무왕(武王)으로 숭앙받는 악비는 학자이자 무인이었습니다. 중국의 여러 무술 문파들이 자기 유파의 시조로 악비를 내세울 정도로 그의 무공은 뛰어났다고 합니다. 그럼, 악비와 역근경에 얽힌 일화를 한번 살펴볼까요.


악비는 인연이 있어 신승(神僧)을 만나 무예와 수양의 비결을 전수받습니다. 스승은 제자가 세상을 등지고 조용히 살아갈 것을 권했지만, 제자는 스승의 뜻을 저버리고 출사표를 던집니다. 난세가 영웅을 부른다고 했나요. 혈기왕성한 영웅호걸이 조국이 멸국의 위기에 처한 것을 보고는 차마 두고만 볼 수는 없었겠죠. 이에 스승은 제자가 관록을 먹게 된 것을 탓하며 곧 화가 닥치리라고 경고합니다.

 

위기의 조국을 구하겠다는 일념 하에 문중의 엄격한 규율을 어기면서 산문을 박차고 나온 악비는 곧 그의 뛰어난 재능을 발휘합니다. 만인을 압도하는 무공과 천하를 아우르는 지혜로 강적을 상대하여 잇달아 대승을 거두지만 그의 성공은 그리 오래 가지 못합니다. 농민 출신으로 일약 민중의 영웅으로 올라 선 그를 어찌 중앙의 위정자들이 그냥 둘 수 있겠습니까.

 

결국 그는 재상 진회의 모함에 걸려 투옥당하고 맙니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독살당하지요. 이때 그의 나이 39세입니다. 자신의 운명을 예감한 악비는 그제야 스승의 뜻을 저버린 자신의 어리석음을 뉘우치고는 통한의 눈물을 흘립니다. 그리고 죽기 전 자신의 부장에게 비결서를 전하는데 이것이 바로 역근세수경입니다.


간결하지만 아주 강렬한 얘기가 아닌가요? 바로 악비에게서 역근세수경을 전해 받은 그의 부하 장수가 남긴 이 책의 서문에 적혀 있는 내용입니다. 현재 남아있는 역근세수경의 판본은 몇 종류가 있는데, 여러 서문 중 당나라 초기의 무장인 이정(李靖)의 서문에 보면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달마가 열반에 든 후 풍우로 소림사 벽이 허물어져 보수 공사를 하다가 하나의 쇠로 된 함을 발견하게 되었다. 어찌나 단단히 봉해졌는지 아무리 힘을 써서 열려고 해도 소용이 없었다. 이를 본 혜가가 말하길, “이는 아교칠을 하여 굳게 한 것이니, 불로 녹이면 함은 열릴 것이다.” 함을 열어 보니 두 권의 책이 나왔는데 하나는 역근경이고 하나는 세수경이었다. 혜가는 몸을 단련하는 역근경은 소림사에 남기고, 참선의 비결서인 세수경은 본인이 항상 몸에 지니고 다녔다. 이 때문에 역근경은 널리 전해지게 되었지만 세수경은 소수의 사람에게만 비전된다.


이 소수의 사람에 악비도 들어있겠지요.

만약 악비 장군이 스승의 뜻에 따라 출사를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 …

그래도 역사는 그냥 흘러가지 않았을까요.^^

 

악비.jpg

(항주 악비묘에 있는 동상. 네이버에서 퍼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