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권도자료 ▒

99%가 백인, 최악의 조건서 성공한 태권도장

천하한량 2008. 12. 7. 18:56

99%가 백인, 최악의 조건서 성공한 태권도장

▲미국 캘리포니아 산 클레멘트에 위치한 선라이즈 태권도장 외관모습

 

 미국 캘리포니아 산 클레멘트(San Clemente) 지역은 미국 백인들이 모여 사는 부자동네다. 지금은 여러 인종들이 함께 살고 있지만, 10년 전 만해도 이 지역은 99%가 백인이었다. 1992년, 작은 체구의 한국 태권도 사범이 이곳에 도장을 개관한다. 주인공은 김준현 사범(46)이다. 조건은 좋지 않았다. 이미 가라데 도장 4곳이 그 지역을 장악하고 있었다. 여기에 보이지 않는 인종차별도 생각보다 심했다.

 

 “샌프란시스코의 사범 생활을 정리하고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도장 자리를 찾으러 다니는데 마침 기름이 떨어진 곳이 바로 이곳(산 클레멘트)이었어요. 주변을 둘러보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끌리더군요. 그래서 신축 건물에 도장을 개관하기로 마음을 먹었죠. 그런데 시청에서 허가를 안 해주는 거에요. 가라데는 알아도 태권도는 뭔지 모르겠다면서요. 그래서 한국에 자료를 요청해서 태권도에 대한 보고서를 만들어서 보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허가를 받았죠.”

 

 연세대학교 체육학과 재학시절 ‘연세대학교 총장기 태권도대회’ 만들어 내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할 정도로 김준현 사범의 뚝심은 학창시절부터 유명했다. 김준현 사범은 산 클레멘트에 ‘선라이즈(Sunrise) 태권도장’을 개관하고 근방 가라데 도장을 찾는다. 자신의 도장 광고지를 들고 말이다.

 

 “도복을 입고 가라데 도장을 들어서는데 마침 수련생을 지도 중인 가라데 사범과 눈이 마주쳤어요. 지금은 제가 살이 좀 쪄서 둥글둥글 해졌지만, 그때만 해도 눈매가 정말 매서웠다는 이야기를 말이 들었거든요. 당시 가라데 사범이 제 눈을 보더니 사무실로 들어가서는 안 나오는거에요. 그래서 광고지를 가라데 도장에다 두고 나왔죠. 지금 생각해보면 젊은 혈기 하나 믿은 무모한 행동이었던 것 같습니다(웃음)." 

   

▲선라이즈 태권도장의 김준현 사범
 

 김준현 사범이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백인들의 보이지 않는 차별이었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변호사였던 한 백인 학부모가 아이를 태권도장에 보내겠다는 전화를 해 온 것이다. 그런데 다음날 아이와 함께 나타난 것은 부모가 아닌 베이비시터였다. 김 사범은 학부모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항의했더니 “돈이 부족하면 더 주겠다”는 태권도 사범으로서 자존심이 상하는 말을 들었다. 이에 김준현 사범은 “학교에 처음 보내실 때 아이를 베이비시터에게 맡기십니까. 태권도는 교육입니다. 직접 오셔서 제가 가르치는 교육이 어떤 것인지 아이와 함께 설명을 들으십시오”라고 잘라 말했다. 이후 이 학부모는 김준현 사범의 든든한 후원자 중 한명이 되었다.

 

 현재 선라이즈 태권도장에서는 3백 여명의 수련생들이 태권도를 배우고 있다. 도장 규모도 작은 편이다. 성공도장의 기준을 도장 규모와 수련생 수로 따진다면 선라이즈는 아직 큰 성공을 거뒀다고 볼 수 없다. 하지만 17년째 꾸준한 유지를 하고 있다. 또 미국 경기불황이 한창인 요즘에도 큰 타격을 입지 않고 있다. 탄탄한 기반을 닦아 놓은 덕분이다. 이러한 성공은 김준현 사범은 피나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주말에는 시간을 쪼개 직접 수련생 집에 방문을 해 학부모들과 상담을 했다. 또 그가 만든 마더스 데이(Mother's day) 행사는 사범, 수련생, 학부모의 친밀감을 높이는 데 상당한 힘을 발휘했다.

 

 마더스 데이 행사는 1994년 김준현 사범이 시작한 프로그램으로 한국의 충, 효, 예 사상을 도입, 어머니에게 감사의 편지를 직접 낭독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또 나쁜 습관을 송판에 적어 어머니가 송판을 잡고, 수련생이 격파를 하면서 부모와 친밀감을 높이는 행사다. 이 마더스 데이 행사는 캘리포니아 지역 신문에도 보도된 적이 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선라이즈 태권도장은 수련생은 물론 학부모들에게도 높은 신뢰를 받고 있다.

 

 과거 백인 여학생이 경련을 일으켜 사범 한명이 응급처치를 했는데, 이것이 성추행으로 오해를 받아 도장이 존폐위기에 빠진 적이 있었다. 이때 선라이즈를 살린 사람들이 바로 학부모들이다. 그들은 캘리포니아시에 적극적으로 탄원서를 보냈고, 이에 시 차원에서 재조사를 한 결과 여학생이 사범을 짝사랑해 일으킨 해프닝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은 선라이즈에 대한 수련생 학부모들의 애정을 느낄 수 있는 한 부분이다.

 

 현재 산 클레멘트 지역에는 선라이즈 외에도 다른 태권도장이 많이 생겼다. 거기에 유행을 타고 MMA 도장, 주짓수 도장 등이 들어섰다. 하지만 김준현 사범의 열정과 함께 선라이즈는 17년째 산 클레멘트 지역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선라이즈 태권도장의 해가 지는 일은 상상하기도 힘든 일이다.

 

출처: http://www.mookas.com/media_view.asp?news_no=8695

기사제공= 무카스뉴스/ 신준철 기자 sjc@mooka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