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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째’ 태권도 1단, 미국인 제드의 고집

천하한량 2008. 12. 1. 15:52

10년째’ 태권도 1단, 미국인 제드의 고집

▲1992년 태권도를 시작한 제드 바론씨는 아직도 1단이다.
 

 과거 검은 띠로 묶은 태권도복을 자랑스럽게 어깨에 둘러메고 버스에 올라타던 시절이 있었다. 태권도 검은 띠는 강함을 상징했고, 고수를 의미했다. 동네 건달들도 검은 띠 도복 앞에서는 슬금슬금 뒷걸음질쳤다. 검은 띠는 남자들의 로망이자 희망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태권도는 한국 아동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거치는 국기(?)가 됐다. 또 “군대에 가면 누구나 따는 것이 태권도 단증”이라는 '조롱'까지 받게 됐다. 태권도 단증의 가치는 바닥에 떨어진 것이다. 이에 <무카스>에서 국내외 태권인들의 생각하는 단증 그리고 국기원의 역할 등을 분석, ‘태권도 단증의 가치를 되찾자’란 기획특집을 준비했다. -편집자 주-
 

 태권도 종주국에서 태권도 1단(품)을 따기 위해서는 평균 10개월이 걸린다. 반면 미국은 3년 정도 걸린다. 둘 다 국기원에서 발행하는 단증이다. 어째서 차이가 나는 걸일까. 국기원이 정해놓은 승단 규정을 보면 1단은 지도자의 추천이 있으면 언제든 시험을 볼 수 있다. 이후 2단부터는 정해진 기간이 지나야 응시할 수 있다. 다시 말해 1단 취득은 지도자의 재량이라는 것이다. 기간만을 놓고 본다면 한국 태권도 지도자들이 수련생 지도에 열성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미국은 태권도 승단 기간만을 놓고 본다면 옛날식 지도방법을 고수한다고 할 수 있다. 과거 태권도 승단을 받기는 무척 힘들었다. 3년 이상을 다녀도 태권도 1단을 받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 힘들었다. 그렇게 힘들게 받은 1단이기 때문에 자긍심 또한 대단하다. 미국 지도자들은 이러한 부분을 적극 활용했다. 그래서 미국인들에게 태권도 블랙벨트는 극기와 긍지의 상징으로 통한다. 반면 한국은 1980년대 태권도가 생활체육화되면서 도장에 아동들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태권도 단증이 아동들의 동기유발을 위한 도구로 전락하기 시작했던 것이 이때부터다. 물론 전 국민이 태권도 유단자가 될 수 있도록 기여한 공로(?)가 분명히 있다. 2008년 7월 현재 전세계 유단자 현황은 7백만명 정도다. 이중 한국이 6백만명이다. 국기원 단증을 사용하는 188개국 중에서 말이다. 압도적인 숫자다. 한국은 태권도 고수들이 넘쳐나는 나라다.

 

 하지만 엄청난 유단자를 보유하고 있는 한국에서 단증은 가치는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인천 청운태권도장 유기영 사범은 “몇몇 학부모는 입관 상담에서 자기 아이는 2품 정도까지만 시키겠다고 못을 박는다. 그 정도만 경험하면 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마치 태권도 단증을 수료증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는 유기영 사범뿐 아니라 한국 도장이라면 어디든 겪는 일이다. 유단자는 많은데 진짜로 태권도를 하는 사람은 없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단증의 가치를 스스로 높이는 사람을 한명 만났다.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였다. 보스톤 김재훈 태권도장 본관에 다니는 제드 바론(JED R BARRON)씨는 1992년 보스톤 대학시절 태권도를 처음 시작했다. 이후 태권도를 통해 한국문화에 빠져버린 제드는 졸업과 동시에 한국으로 가서 일을 했다. 평생의 반려자도 이 시기에 만난 한국 여성이다. 태권도 수련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리고 2001년 다시 보스톤으로 돌아오게 됐다. 그런데 10년 넘게 태권도를 수련한 제드는 아직도 1단이다. 한국 승단 기간의 기준으로 생각하면 4단을 취득해야 정상인데 말이다.

 

 제드는 “1단 승단 후 말할 수 없이 기뻤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부족한 것이 많은데, 검은 띠를 매는 것이 조금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후 2단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몇 번 있었지만, 아직 2단 승단에 응시할 수 있는 실력이 안 된다는 생각에 미루고 있습니다. 평생을 수련할 태권도인데, 후회가 남는 승단 시험을 치루고 싶지는 안 거든요”라고 아직도 1단인 연유를 설명했다.

 

 “나는 몇 단인데, 너는 몇 단이냐”는 식의 서열 정하기에 익숙한 국내 사범들이 들으면 제드의 말을 이해하기 힘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제드의 고집은 스스로는 태권도 단증의 가치를 높이고 있는 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태권도 단증을 취득하고, 시간이 되면 고단자가 되는 국내 단증 취득 현실에 제드의 고집은 의미하는 바가 커 보인다.

 

출처: http://www.mookas.com/media_view.asp?news_no=8712

기사제공= 무카스뉴스/ 신준철 기자 sjc@mooka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