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권도자료 ▒

검은 띠는 누가 처음 맸을까?

천하한량 2009. 4. 17. 17:59

검은 띠는 누가 처음 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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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4.16 20:22

조사범은 몇 단이야?

오늘 점심을 회사 동료와 먹다가 단 이야기가 문득 나왔습니다.

아이를 집 근처 태권도 도장에 보내고 있는데 무슨 색깔의 띠를 매고 있더란 얘기에서 출발한 것이죠.  


현대 무술계와 기격 종류의 체육단체에서 사용하고 있는 검은 띠와 단의 제도는 어디에서 시작된 것일까요. 무협지를 보면 고수들이 검은 띠를 맸다는 얘기는 본 적이 없을 겁니다. 태극권의 양로선 노사가 몇 단이라는 얘기도 들어본 적이 없고요. 어찌된 일일까요?


단과 검은 띠의 제도는 근대 일본 유도계에서 처음 사용한 것입니다. 유도의 아버지로 불리는 가노 지고로(嘉納治五郞:1860∼1938)가 처음 도입한 것입니다. 가노 지고로는 일본 사무라이들의 맨손 무술인 유술을 유도라는 근대 스포츠로 변신시킨 장본인이죠. 그가 이끄는 강도관(講道館)은 근대 일본 유술계에서 무적을 자랑했는데 특히 강도관 4천왕은 너무나도 유명합니다.

(강도관 4천왕의 얘기는 다음으로 미루겠습니다. 아주 흥미진진합니다.^^)

 

가노는 한 명의 유도가이자 또한 혁명가였습니다. 근현대 일본 무술계의 도(道)사상의 확립에 크게 기여하였으며, 유도를 올림픽 정식 종목에 가입시킨 것도 그의 공헌이지요. 또한 그는 기존 유술계의 많은 관습들을 타파하여 새로운 변화를 도입했는데 그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유도복의 도입과 단의 도입입니다.

 

기존의 유술 유파에서는 대부분 정해진 도복이 따로 없이 하카마라고 부르는 사무라이들이 입는 치마바지 위에 허리띠를 묶어 수련을 하였습니다. 허리띠는 옷에 의해 가려진 상태이고요. 가노는 이런 거추장스러운 복장 대신 아래 위 모두 흰색의 평복에 허리띠를 드러나게 묶도록 했습니다. 지금 유도계에서 사용하고 있는 흰색의 도복이 이때 처음 만들어진 것이죠. 복장과 띠의 간편화로 인해 유도는 엄청난 기술의 변화를 수반하게 됩니다. 가히 혁명적이라고 할까요.

 

그는 또한 유도의 습득 수준을 체계화시키기 위해 단(段)이라는 단계를 만들어 초보자는 흰 띠, 유단자는 검은 띠를 매도록 했습니다. 기존의 일본 유술계에서는 기리가미, 모구로구, 멘기오 등의 등급과 면허제도가 있었는데 가노는 이러한 고전적인 무술의 분류 단계를 현대화시켜 1단 2단 3단 4단 5단이라는 쉽고 간편한 명칭을 부여한 것입니다. 처음엔 2단까지 있었으나, 곧 5단까지 늘립니다. 참고로 현대 유도에서는 10단까지 있지요.  


그렇다면 한반도나 중국의 무술계는 어떠했을까요.

우리와 중국의 무술계에서는 흔히들 초성(初成) 중성(中成) 대성(大成)이라는 세 단계의 분류법을 사용했습니다. 문파마다 조금씩 구분이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초성은 3년, 중성은 5년, 대성은 10년의 기간을 요구하였습니다. 10년의 수련을 마쳐야만 비로소 한 명의 무인이 탄생하는 것이죠.


1단 2단 3단과 초성 중성 대성.

어떤가요? 옛 방식이 좀 더 운치가 있지 않나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지요.^^

 

가노3.jpg

 (유도복을 입은 가노 지고로. 바지가 조금 짧죠^^)